한국이방인의 한 달 고국 방문기
Chapter 2: 친정엄마와의 만남
코로나 이후로 많은 여행객들이 여기저기 여행을 즐기기에 급하게 티켓을 구매하여 여행을 하게 된 우리 가족은 만석이 된 비행기 안에서 옆에 나란히 붙어있는 좌석에 앉지 못하고 뿔뿔이 헤어져 14시간의 여정을 마치고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이른 아침에 도착하였지만 공항밖 공기는 이미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고, 따가운 햇살이 내 발걸음을 그늘로 그늘로 향하게 하였다.
공항버스를 타고 친정엄마가 사는 지역터미널에 도착한 후 우리는 택시로 갈아탄 후 병원정문 앞에 도착을 했다.
포스트코로나시대에 맞추어, 문병인 들은 방문제약조건이 철저해진 탓에, 방문자는 환자를 만나기 위해서 병실에 가기보다는 몸이 불편한 환자가 주렁주렁 온갖 약물 주머니를 달고 방문객을 만나러 대기실로 나와야 하는 풍토로 바뀐 것을 몸소 느끼니 이 또한 참으로 낯설고 환자에게 참으로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대기실에서 난 친정엄마를 대면했고, 나도 모르게 내 눈은 갑자기 분주해져서 여기저기 엄마 모습을 살피게 된다. 가느다란 젓가락처럼 얇야 진 종아리와 지난 일주일 동안 입원하면서 검사과정에 혈액채취로 인한 양팔뚝에 검붉은 멍자국들이 내 눈에 먼저 들어와 반가움을 감추지 못한 엄마의 눈은 미쳐 보지 못했다. 그간 무섭고 힘들고 지쳤을 텐데 밝게 표정을 지으려 하는 엄마를 보니 더 애잖해졌다.
오랜만에 보는데 환자복을 입고 만나 미안해하는 엄마를 보니 내가 더 미안해지고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참 잘 못 살았구나.라는 창피한 마음이 올라왔다.
몇 년 만에 본 엄마와의 만남에서 우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기실이다 보니 혹시 면역수치가 떨어질까 염려가 되어, 단 십여 분만의 만남으로 헤어져야 했다.
일상에서 너무 쉽게 했던 카페에 가서 따뜻한 커피 한잔 테이블에 얹어놓고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게 이젠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게 참으로 믿기지 않았다.
엄마의 얼굴을 보고 엄마의 까칠한 손을 잡아보니 이 모든 상황들이 현실세계로 들어왔다.
엄마는 이젠 나와 많은 일상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 손맛이 좋았던 전라도 태생의 친정엄마는 맛있는 음식도 뚝딱 잘 만들고 많은 이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시도, 그 재능으로 젊은 시절에는 음식장사도 하여 우리 형제자매들을 키우셨는데, 이젠 그 맛있는 음식들을 함께 먹을 수 없는 시간이 왔다는 게 참으로 슬펐다.
"때"라고 하는 그 시간은 반드시 우리에게 도달된다. 아직 한참을 남았다고 하는 그 "때"라는 시간들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고 우리에게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이룰 수 있는 시간들,
우리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
언제든 내가 마음먹으면 모든 건 가능하다는 오만방자한 마음을 가졌음을 인정하며 깊은 반성을 한다.
다만 신이 계시다면 내심 기도한다. 나의 오만함을 반성하오니, 조금만 더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달라고, 신에게 원래 계획된 그 "때"를 조금만 연장시켜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