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방인의 고국 한 달 방문기
Chapter 5: 모든 게 낯설고 어설픈 이방인
말로만 들던 8월의 여름 한국을 내가 직접 경험을 하였다. 고국에 방문한 영국에 사시는 지인분들이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은 "정말 말도 못 하게 더워요~", "어우야~ 가면 안돼", "이젠 한국 여름 너무 힘들어요!"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다 사람 사는 곳인데 그 정도는 아니겠지. 내심 오만한 마음을 가졌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경험을 하고 나니, 그분들의 말씀에 120% 공감했다. 서늘하고 춥고 어두운 섬나라에 살다 한국에 가면 한동안 경험하지 못한 더위를 맛보니 그 체감온도는 배가 되는 거 같다.
영국은 도로사정이 좁고 주차하기가 용이하지 않으니, 도보거리로 1킬로미터 내외되는 거리는 웬만해서는 걸어 다닌다. 습관적으로 돌돌 말아 가방에 넣을 수 있는 장바구니는 항상 내 가방 안에 넣고 걸어 다니니 집에 올 때는 그 가방 안에 그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사서 집으로 들고 오기에 대형마트를 자주 가지 않은 편이고 온라인 쇼핑도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내가 한국에 왔다고 그리 달라진 건 없었다. 버스로 한 정거장정도 되는 거리는 걸어 다니려고 했고, 가급적이면 버스 시간에 맞추어 이동하려고 했다.
그러나, 난 내가 내가 살던 고향땅도 지난 10년 동안 기후변화와 지역도시의 발 빠른 변화는 감지하지 못했다.
찌는 듯한 8월의 한낮의 시간에 마치 태양을 담은 광주리를 내 머리 위에 엊고 걷는 듯 뜨거운 열기와 꿉꿉한 공기에 눌려 난 무거운 발걸음을 움직여 도착장소로 이동을 하고 있었다. 넓디넓은 보행도로에는 보기에도 무색할 정도로 걷는 이는 나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걷다가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에서 서 있다 보면, 반대편에 서 있는 상점들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 그렇게 헉헉거리고 걷다가 주변에 즐비해 있는 각양각색의 상점들을 보게 된다. 나처럼 걷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걷다가 상점에 쓰윽 들어가 구경도 하고 마침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사는 고객들은 드물었다. 생기를 찾아보기 힘든 도시 분위기였다.
그렇게 30분 여분을 걷다 너무 지쳐 눈앞에 보이는 편의점에 들어가 생수 두병을 사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좀 살 거 같은 상태가 된 후, 난 깨달았다. 이런 날씨 조건에 나처럼 장바구니를 손에 쥐고 마트를 가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외모적인 모습은 난 완벽한 동향사람이지만, 내가 현재 사는 동네모습과 다른 이곳에서 내가 생활하는 습성대로 움직이는 나는 이방인이었다. 무엇을 해도 어설프고 나 스스로 내 몸에 찰싹 붙지 않는 행동양식들도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한국에서 사용할 임시용 유심카드를 사기 위해 전화기상점에 간 일이 있었다. 가입신청을 하기 위해 담당하는 아저씨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 과정을 대뜸 아저씨는 "한국분이세요?"라고 의아한 눈빛을 보내며 질문을 했다. 난 뭐 당연한 질문을 하시냐는 뉘앙스로 대답을 했다. "그럼요. 호호호" 라며 대답을 했다.
지나고 나서 그 아저씨의 질문을 생각해 보니 아저씨 눈에는 나에겐 당연한 이야기가 그분에게는 아녔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이곳에 사시는 분들은 뙤약볕 햇빛광주리를 머리에 잊고 1킬로 미터정도는 걸어 다녀야지. 하는 사람들은 드물 테니까...
똑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는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내가 예전에 발을 담근 그곳에 다시 와서 내 발을 담근다고 난 같은 강물에 발을 담근 게 아니기에 변화된 나 변화된 너 그리고 변화하고 있는 나의 고국이 만들어 온 고유한 문화와 규칙을 존중하며 오랜만에 고국을 찾은 이방인인 난 이 낯섦이 익숙함과 친숙함으로 변화되는 과정이 좀 빨리 찾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