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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젠 Jun 26. 2024

열정을 배우는 곳, 문화센터 미술수업

글로 배우는 그림 그리기

전시회 인증샷

지난 5월 28일 화요일, 문화센터 미술수업이 끝나고 같은 반 수강생들의 수채화 단체전 팜플렛을 받았다. 29명 중 우리 반에서는 50대 수강생부터 80대 수강생까지 총 7명이 참가한 단체전이었다. 주말에 꼭 시간을 내서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무엇인가 배우기에는 늦은 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동네 홈플러스 문화센터 수채화 반에는 이렇게 멋진 화가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그림을 배워보고 싶은데 혹시 나이가 많아 너무 늦은 것은 아닐까 고민하거나, 미술학원의 비싼 수강료가 마음에 걸린다면, 가볍게 동네 문화센터 미술 수업을 가보길 추천한다. 


우리 동네에는 홈플러스와 트레이더스에 문화센터가 있는데, 집에서 더 가까운 홈플러스에서 <뎃생&수채화> 수업을 듣고 있다. 대형마트 내 문화센터는 대체로 수강료가 학원에 비해 저렴하고, 분위기가 자유롭다. 수채화, 유화, 색연필, 연필 등 재료에 따라, 혹은 인물화, 보타니컬, 풍경화 등 주제에 따라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여러가지 재료와 주제별로 시간대도 다양하기 때문에 나처럼 낮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왕초보라면 문화센터 수업을 추천한다.


문화센터 수업을 간 이유는, 그저 '집 근처'에서 뎃생 수업이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별도의 재료비를 감안해도 수강료가 저렴하고 결석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수업 첫 날, 같은 반 수강생들의 연령대가 생각보다 높아 놀랐다. 반대로 30대 젊은 신입을 보고 놀라시는 모습을 보니 재미있기도 했다. 아이가 없는 기혼 여성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에 이것저것 물어보시기도 했지만 도를 넘는 질문은 없었고 오히려 그림 그리는 것을 배워봤는지를 더 궁금해하셨다.


연필 그림을 너무 오랜만에 그려서 완성이 잘 될지 걱정했지만, 선생님께 지도를 받으며 기초 뎃생 작품을 하나하나 완성할 수 있었다. 선생님과 다른 분들의 칭찬 덕분에 ‘아, 나 연필그림도 잘 그릴 수 있구나’ 하고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이 수업에서는 기초 뎃생 과정 3개월이 지나면  수채화로 넘어가야 하는데, 연필의 사각거리는 느낌이 좋아서 상담 후 연필 작업을 더 하기로 결정했다. 수강생의 실력과 관심분야에 따라 유동적인 수업이 가능한 문화센터 수업의 장점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함께 수업 듣는 분들이 주로 50~60대이신데 그림 실력이 너무 좋으셔서 깜짝 놀랐다. 

하얀 눈으로 덮인 풍경, 탐스러운 사과나무, 캔버스 한가득 피어있는 들꽃… 젊었을 때 하지 못했던 그림 그리기를 나이가 들어서 시작하셨는데 금방 늘었다고 하셨다. 

이곳에는 나이에 상관 없이 그림에 대한 열정이 모여 있었다. 

처음에는 비슷한 나이대의 수강생이 없어 어색했지만, 그림 이야기를 나누며 금방 적응했다. 같은 반 수강생들의 수채화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6개월 간 보면서 수채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못하더라도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12월부터 시작한 총 6개월의 뎃생 수업을 마무리하고, 6월부터는 드디어 수채화 수업을 시작했다. 새 물감과 팔레트, 붓을 보니 손이 떨렸다. 어릴 때 해보고 접었던 수채화를 30대에 다시 도전하게 되다니!

 

수채화 시작을 기념하여 선생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나는 그림에 대해 얼마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있을까? 

집과 가까워 선택한 미술수업이지만, 문화센터에 모인 그림에 대한 열정은 젊은 사람들보다 뜨거웠다. 하고 싶었던 일을 나이가 들어서 시작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붓질을 하는 모습을 보며 오늘도 내 그림을 한 장 완성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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