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을 향해, 함께의 힘으로 각자 해내는 공간.
2022년 10월 초,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브런치'라고 검색을 했다.
브런치 작가 소통방이라는 이름의 채팅방이 하나 있었다. 60여 명 정도 되는 인원이었다.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분이 있었다. 그분의 브런치를 가봤다. 매일 하나씩 글이 발행되어 올라오고 있었다. 하루에 하나라니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나와 비교하지 말아야지. 각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다르니. 하며 그분들은 그분대로 나는 나대로 서로를 느슨하게 바라봤다. 서로서로 소개를 하며 글이 겨우 한 개 발행되어 있던 내 브런치 주소도 공유했다.
10월 23일에 마감인 10회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에 응모를 하고 싶었다. 혼자 가려니 도달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다 쓰지 못하고 마감을 지나가버릴 것 같았다. 함께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처음의 의도는 함께 글의 마감 시간을 정하고 응모를 같이 할 작가분들을 모집해보고자 했다. 막상 이야기를 나눠보니 디지털 노마드 시대답게, 모두 다 다른 시간대에 글을 쓰고 스스로가 정한 발행 요일이나 주기가 각기 달랐다. 함께 브런치 글을 쓰는 스터디를 모집해보고자 했던 의욕은 자연스레 수그러들었다.
대신 하루하루 천천히 서로 스며들고 있었다. "놓고 갑니다. 시간 편하실 때 읽어보세요" 하며 툭 놓고 가는 글을 하나씩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다. 같은 카톡방에 있다는 이유로 댓글도 남기고 구독도 눌렸다. 내가 구독한 작가분들 뿐 아니라 나를 구독해 준 작가분들 역시 그 방에 여럿이다. (그 방에 계신 분들 말고 처음으로 구독자가 생겼을 때 나를 진짜 발견해 준 분 같아서. 나의 관심사가 그분과 통한 것 같아서 훨씬 짜릿했다. 아마 그분들도 그러할 거다)
서로서로 맞구독도 해주고 라이킷도 눌러주며 시간을 천천히 쌓아갔다. 관심사가 완전히 다른 분도 있었다. 훗 날, 서로 결이 다르거나 글로써 쓰고자 하는 방향이 다르다면 구독을 해 놓고도 서로 읽지 않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 우리가 나눈 정이었다 생각하면 될 것이다.
10월 달력을 꺼 달력에 동그라미를 크게 그리기 시작했다. 안 쓰면 안 되는 날에 표시를 했다. 낮시간에는 시간을 들인 대비 아웃풋의 질이 좋지 않았다. 산만하고 정신이 분산됐다. 아이들을 재우고 난 밤이거나, 일어나기 전 새벽이어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테스트하며 알게 되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라도 매일 새벽기상을 못하니 화목금토 이렇게 정했다. 나는 글을 9개 더 써야 했는데 화목금토 화목금토 2주를 돌려도 1개를 더 써야 했다. 마감 직전에 몰려서 하루에 두 개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다 응모를 못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는 순간.
23일이었던 마감일이 30일로 일주일 연기되었다. 응모할 수 있겠다. 미소가 입가에 절로 번졌다.
마감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당선되어야 한다 또는 당선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나에게 마감은 놓칠 수 없는 기회다. 다른 작가분들도 그러했을까. 아니, 누군가는 당선을 위해서 달렸을 수도 있다. 하루하루 마감이 다가오자 하나씩 공유글로 놓고 가는 그 글이 커피보다 강력한 각성제가 되었다. 모두들 동기부여가로 나섰다. 마감을 앞두고 브런치 작가들은 "글 놓고 갑니다 이제 2개만 더 쓰면 됩니다~" "이제 1개 남았어요~" "저 응모했어요! "하며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를 위한 최소 글 수인 10개까지 남은 글의 수를 공유했다.
덕분에 <엄마, 자영업자가 되다> 브런치북을 완성했고 응모할 수 있었다. 마치 수능이라는 마감일을 향해 매일 같은 교실에서 같은 공간을 공유했던 고3 시절, 서로 아무 말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기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으로 존재했던 것만으로도 함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그때의 우리 같았다. 대학생이 되어 같은 과여도 동기들의 진로가 완전히 달라지는 상황을 경험한 나로서는 공통의 목표를 가진 그룹의 힘을 오랜만에 함께 했고 즐겼다. 요즘 전자책을 쓴다고 그 방에 잘 들르지 못했는데 이 글을 공유할 겸 살짝 놓고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