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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 봄꽃 축제 경험기

by 밥반찬 다이어리

4월 5,6일은 전국적으로 축제같은 행사가 많았던 주간이었다.

지구의 건강 악화로 기상 이변이 잦아지고 있다.

원래도 안맞던 일기 예보가 더욱 안맞는 요즘이지만 이 날 역시 축제 시간대에 비가 오지 않는다는 예보가 정확히 빗나갔다.

축제에 같이 참여하는 누군가가 시시콜콜 걱정을 하며 행사 주최측에 예민하게 굴긴 했지만 막상 비가 오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오후 1시에 판매 부스를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비가 꽤 많이 내리는 상황이라 다 같이 센터에 모여 대책회의를 하게 되었다.

비에 젖으면 안되는 제품들이 있는 경우(물론 나도 그랬지만)는 철수를 하고 축제 장소에 남는 경우, 두 가지 의견으로 나뉘었다.

귀찮아서 집에 갈까 싶기도 했지만 이왕 온 김에 생애 첫 축제에 경험이라도 하자 싶어 남기로 했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심정이란.

난생 처음 자영업자의 기다림이 뭔지 깨닫는 순간이었다.

오지 않을, 언제 올 지 모를 그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린다는 건 짝사랑 보다도 훨씬 어렵고 맥빠지는 일이란걸 알아차렸다.


방향잃은 그 시간들은 남편과 함께 커피와 디저트들을 먹으며 안정감으로 조금씩 채워졌다.

비가 잦아들던 오후 4시경 우리는 제품을 부스에 옮겨 테이블보를 깔고 하나하나 나의 굿즈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옆 부스가 비어있었기에 두배로 쓰면서 그림 액자를 전시공간으로 넓게 활용할 수 있었다.

막상 공간을 꾸미고보니 다시 새로운 마음이 들었고, 간간히 지나가는 손님들이 흥미롭게 바라보고 관심을 가져주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예쁜 연인들이 일러스트 액자를 보며 한동안 우리 부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좋아해 주는 모습.

전혀 관심없을 것 같은 투박한 모습의 중년의 남자분이 고민도 없이 토마토 티셔츠를 구매하신 것.

이번에 가장 집중을 많이 한 ‘어른들을 위한 디자인 잡지“를 할머니가 좋아할거 같다며 아빠와 딸이 사가신 것.

거울과 스마트톡이 너무 맘에 든다며 부족한 돈을 가지러 집까지 갔다온 20대 친구 손님.

딸이 그림을 그린다고 폰에 담긴 딸과 그림의 모습을 보여주시며 터키 타일 스마트톡을 사가신 손님.

내가 모르던 인스타 기능까지 알려주며 엽서를 구매하신 중학생 친구 두분.

딸과 며느리에게 선물한다며 동시에 선물로 스마트톡을 사가신 멋진 어머니.


이튿날은 맑게 개었지만 전날 고였던 비가 천정에서 쏟아지는 바람에 그림액자와 엽서가 젖는 사건이 벌어졌다.

참으로 허탈했고 행사 진행측의 미흡한 조치에 당황스러웠지만 새내장 편집샵의 운영진의 도움으로 복구를 할 수 있었다.


생애 첫 축제 참여.

안했으면 어땠을까?

비도 많이 내렸고 손님도 없어서 돈을 크게 벌지도 못했고 예측못한 상황도 많았지만 하길 잘한 것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나의 작품들로 소통을 하는 시간들은 또 다시 무언가를 하게 되는 힘을 모아주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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