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외우는 게 너무 싫어요. 차라리 수학 문제를 풀고 싶어요."
"왜 사회탐구는 외워야 하는 게 이렇게 많을까요?"
고등학교에 강의나 컨설팅을 가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일반적으로 자연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하지만 인문계열 학생들도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많다.
"우리 엄마는 외우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까짓것 한 번에 외우질 못하냐고 자꾸 뭐라고 하세요."
일반적으로 사회나 과학 탐구 과목을 외우기만 하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해당 영역에서 외워야 하는 부분이 상당한 것도 사실이긴 하다. 정말 그럴까? 사실 외우는 것만으로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조금 힘든 게 현실이다.
2023학년도 수능에서 사회탐구가 어려워졌다. 어려워졌다는 근거를 탐구과목 만점자 현황으로 통해 살펴본다. 다음 자료를 보면, 2022학년도에 비해 2023학년도에 사회탐구 만점자 비율이 매우 낮아져서 변별력이 크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회탐구의 9과목 중 5과목에서 나온 만점자는 1%가 채 되질 않는다. 그에 비해 과학탐구는 전반적으로 2022학년도와 난이도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난다.
위의 이투스자료를 보면,
왼쪽의 사회탐구 과목을 보면 2022년도를 나타내는 회색 막대에 비해 2023년도에는 노란색 막대가 상대적으로 현저히 짧아진 것이 보인다. 동아시아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노란색 막대가 짧은 것으로 보아 사회탐구 각 과목에서 만점자가 매우 적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오른쪽의 과학탐구는 생명과학Ⅰ과 생명과학Ⅱ는 비율이 거의 비슷하고, 물리와 지구과학에서 만점자 그래프가 길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투스평가연구소는 작년에는 물리Ⅰ이 어려웠는데 올해는 화학Ⅰ로 바뀐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참고로 과탐에서 대입의 변수는 서울대의 선택과목 기준이다. 서울대는 2024학년도부터 과탐Ⅱ를 필수로 선택해 치러야 한다는 조항을 폐지했다. 즉, 과탐에서 Ⅰ+Ⅰ을 허용하고, Ⅱ과목을 선택한 사람에게 3%의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서울대 일부 학과(모집단위)에서 물리나 화학 중 한 과목을 필수 선택으로 지정한 터라, 서울대가 목표인 학생은 꼭 모집요강을 확인해야 한다.
다시 사회탐구 공부법으로 돌아가보자. 일반적으로 탐구과목을 암기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암기만이 전부가 아니다. 암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개념을 탑재한 후에 각종 도표나 지도, 관련된 수치를 보고 이를 해석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먼저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암기를 해야 하고, 이를 완전히 자신의 지식으로 만든 후에 문제를 풀어보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공부를 잘한다는 공신들의 공부법을 살펴보면, 교과서에서 다루는 주제와 세부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공신들의 성공한 학습법을 ‘완전학습’이라고 한다면, 이 완전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는 ‘이해-요약-암기-적용’의 순서이다.
학교 공부에서 학습은 교과서를 읽거나 수업을 들으며 교과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수업을 들으면서 나중에 복습하기 위해 요약을 해야 한다. 바로 노트에 중요한 것, 이해하지 못한 것과 외울 것을 구분하면서 적는 것이다. 노트 필기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자기에게 가장 맞는 방법으로 하면 좋다.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수업이 시작되고 5분 뒤부터 배운 것을 잊어버린다. 따라서 교과서 내용을 여러 번 읽으며, 이해한 내용을 표나 마인드맵 등 나중에 복습할 때 쉽게 이해할 수 있게 구조화해야 한다. 내용을 구조화했다는 것은 학생이 공부한 내용을 요약했다는 뜻이고 이 과정을 거치면 암기가 수월해 진다. 이렇게 자신이 만든 요약본을 복습하면서 암기하면, 시험이든 문제 풀이든 적용이 가능해진다.
이해의 과정 없이 무작정 외우기만 한다면 응용문제가 나왔을 때 해결이 어렵다. ‘개념탑재’라는 말이 있는데, 개념탑재는 이해의 다른 말이다. 공부의 성공을 위해선 이해를 바탕으로 요약과 암기의 노력이 실행되는 순서로 나아가야 하고, 이러한 4단계 공부의 원리가 계속 순환되려면 학습자의 태도가 중요하다. 우리의 뇌는 새로운 내용이나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에 매우 부정적이고 원래 하던 대로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즉, 공부에 노력, 성실, 인내, 끈기, 겸손, 절제하는 태도도 필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먼저 행동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행동을 자꾸 먼저 해버리면 뇌는 어느새 습관처럼 생각하게 되고, 이는 학습 의지를 굳혀줘서 공부 효과도 상승하게 된다.
아이가 이러한 학습 원리에 따라 공부습관을 잘 들일 수 있게 공부습관 포인트 카드 같은 것을 활용해 공부동기를 자극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어떤 목표를 세울지 먼저 정하고, 이때 목표는 아이가 가장 잘 이룰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목표가 좋다. 목표를 정한 뒤에 행동을 완료하면 도장이나 사인을 하는 것이다.
일정한 점수가 되었을 때마다 기준 포인트별로 보상을 주도록 해 보자. 어떤 보상을 줄지는 서로 의논하거나 아이가 스스로 정해서 자기에게 주는 것도 괜찮다. 수업에서 아이들은 사탕 한 개를 걸었을 때, 기를 쓰고 열심히 하는 경우가 많다. 무슨 애들이 초등학생이냐고? 중학생도, 고등학생도 그렇고, 얼마 전에 대학의 교수님께도 들었는데, 대학생도 그렇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