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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마이 Oct 02. 2022

작은 가슴 가슴 마다

영화 <성덕> 리뷰





<성덕>

(Fanatic, 2022)

대한민국/84분/다큐멘터리

감독 : 오세연




2012년, 슈퍼스타K에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무려 얼짱시대에서 봤던 사람이었다. 가장 친한 친구는 그의 덕후가 되어 [작은 가슴]이라는 플래카드를 만들어 같이 콘서트에 가기도 했다.(무려 1열이었다!) 그 친구의 베프라는 막중한 직책 덕분에 함께 팬카페 운영 일도 돕고, 오프라인 이벤트에도 참여하며 몰랐던 세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나 역시 아이돌 '덕후'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사건이 일어난 뒤, 친구는 이제 살아 있는 오빠는 덕질 못하겠다며 완전히 2D 오빠들에게로 넘어갔다. 나는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아이돌들을 보며 케이팝 산업 전반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샤월, 엘프, 빞, 뷰티... 정말이지 주옥같은 팬덤들이다. 이들이 한데 모여 울분을 토해내며 그들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덕후'이기에 가능했던 그들의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그와 동시에 그들은 '덕후'이기에 피해자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나는 피해자인가, 가해자인가? 알 수 없는 그 이상한 마음에 그들의 목소리는 격양되어만간다. 











그러니까 애초에 왜 그렇게까지 덕질을 하는 거야? 아이돌 앨범을 사고, 굿즈를 사고, 2차 창작을 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어째서? 여성이 주가 된 그 어마 무시한 소비자 집단은 엄청난 구매력을 가진, 기업 입장에서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집단이며 아이돌 산업의 A to Z인 굉장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빠순이라는 멸칭으로 무시당한다.



이들을 비난하는 자들은, 어째서 그렇게까지 그 대상을 좋아하고, 그들의 범죄에 마치 배신당한 것 같은 충격을 받느냐는 것이다. 당연한 논리이다. 아무도 슈퍼카를 모으는 사람을 보고 멸시하고 비난하지 않는다. 그들은 나름의 (소비를 하고자 하는) 이유로 해당 소비를 하는 것일 뿐이고, 만약 상품에 하자가 있으면 반품을 하거나 교환을 하며 소비자의 권리를 이행한다. 아이돌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을 소비하고자 하기에 해당 산업을 소비하고, 실로 어마 무시한 하자(범죄)가 있다면 그들을 소비하지 않고 반품과 교환이 불가능한 재화이기에 소비자의 권리를 이행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인데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제쳐두고서라도, 범죄를 저지른 그들이, 그들만이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광화문 광장의 태극기 집회를 보여주는 연출마저 굉장히 영리하다. 이제 팬덤은 단순히 아이돌 집단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미 정치는 일종의 팬덤 문화가 되었다. 물론 그 문화가 긍정적이라는 것은 아니다. 팬덤 문화는 종교적인 지지를 가져옴과 동시에 자신을 대상과 동일시해 타인의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는 아이돌 산업에서도 문제이고, 특히 저 잘난 '오빠'들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라면 더더욱 문제이고 병폐이다. 그리고 이 문화가 정치의 영역으로 뻗어나가 지금과 같은 정치 문화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덕질'이라는 것은 특별한 각오를 하고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당연하게 스며든 나의 일상이었고 그 추억은 지금의 나를 만든 분명한 재료들이다. 덕질을 했기에 행복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아까도 말했듯이 아이돌 산업에서 소비자의 힘은 그 어떤 경제적 관계를 살펴보아도 놀라울 만큼 능동적이고 유동적이며 충성도가 높다. 또한 아이돌 자체가 주는 자원을 이용해 팬덤 내부에서 발생하는 수만 가지 2차 창작물 등만 보아도 아이돌 산업의 주축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이는 역설적으로 소비자의 태도가 바뀌면 그 즉시 변화하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팬덤 문화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적어도 10년 전처럼 '올팬'을 하려고 거짓말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에 우리가 더더욱 똑똑한 소비를 하고, 부당한 처사에 목소리를 내고, 약자를 향한 표현이나 범죄를 직접 고찰한다면, 분명히 더 발전된 팬덤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노상윤 감독과 함께 토크쇼를 진행한다고 한다. 아이돌 산업(특히나 남자 아이돌 대상화)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그와 오세연 감독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나눌 것인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진짜 기대된다는 뜻이다)



++ 영화에 등장하는 '오빠'들의 명단이 정말 장관이다. 본인이 누구의 팬이었는지를 밝힐 때마다 쓴웃음을 짓게 되는 이 굉장한 다큐멘터리는, 어쩌면 모든 팬덤의 대화합을 이루는 일종의 드림콘서트(희망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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