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6만원을 절약했습니다
2월 마지막 주. 3월 새 학기 시작을 앞둔 자녀들은 긴장과 설렘을 하루에도 몇 번씩 표현했다. 교사 친구들도 전근 가게 된 학교에서의 적응과 새로 맡게 될 업무로 심적 부담을 호소했다. 나는 어김없이 교육청 채용공고를 조회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계약불발로 오갈 데가 없어진 후, 하루에도 몇 번 채용공고를 확인했다. 개학 전까지 남은 일수가 줄어들수록 공고 또한 줄어들고 있었다. 이미 웬만한 곳은 기간제 채용이 끝난 시기였다. 아주 드물지만 혹시 생기는 자리가 있을까 찾아보면서, 3월 1일 자 계약이 불가능함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다.
2월 초까지만 해도, 아이들에게 선언했었다. 엄마는 계속 일을 할 거라고. 하교했을 때 집에 있는 엄마면 안되냐는 아이들의 칭얼거림도 단호하게 차단했었다. 엄마도 일을 해야 된다고, 하교 후 학원 가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 때문에 엄마가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맞는 거냐고.
중학교에 입학하는 첫째 아이는 등하교 차량을 신청해 놓은 상태였다. 걷기엔 살짝 멀고, 시내버스를 타기엔 우왕좌왕할 것 같아서 학교 배정을 받자마자 왕복 6만 원짜리 봉고차를 예약해 놓았다. 내가 출근할 경우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막상 출근을 하지 않게 되니 그럴 필요가 있나 싶었다. 집 앞의 작은 언덕만 넘어가면 10분 만에 학교 도착인데, 6만 원을 내고 10분 이상 차를 탈 필요가 있을까. 중간에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니 매일 태워주는 방법은 선택지에 넣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등하교 길을 같이 다니면 아이도 금방 적응하겠지. 일단 아이들에게 알려야 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당분간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을 거라고. 아이들은 그 반가운 소식을 왜 이제야 말하냐며 기뻐했다. 하교 후 집에서 자신을 반겨줄 엄마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고 또 환영했다. 그리고 첫째 아이와 상의했다. 차 타는 시간보다 더 짧게 걷는 길이 있고, 처음 일주일은 등하교를 함께 해주겠다고. 아이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했다. 일단 6만 원을 절약했다.
그 밖에도 3월 1일 자 계약이 성사되지 않아 좋은 점은 꽤 많았다. 개학 날 아이의 등굣길에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중학생이 되는 첫째 아이의 입학식에 마음 편히 참석할 수 있다는 것. 느긋하게 아이들 등교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하교하는 아이가 집에 있을 엄마를 떠올리며 즐겁게 귀가한다는 것.
역대급 잔인한 2월을 잘 이겨냈다. 내 마음에도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