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좇는 유쓰배쓰의 브랜딩
브랜드 언박싱(brand unboxing)은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기록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우리 주위에 숨겨진 브랜드가 빛나는 과정을 탐구합니다.
Interviewer’s Comment: 유쓰배쓰는 보는 재미가 있다. 컬러풀한 색 조합도 특이할 뿐더러 낙서하듯이 그린 그림에서 개성과 위트가 느껴진다. 옷 자체만 놓고보면 튀는 것같지만, 옷을 직접 입었을 때 진짜 매력을 발휘한다. 무심하게 걸쳐도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소재도 좋아 쉽게 손이 가기 때문이다. 독특한 개성과 편안함을 동시에 잡은 유쓰배쓰는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만드는 걸까’ 호기심이 생겼다. 유쓰배쓰 김태진 대표와 직접 대화를 나눠볼수록 자신만의 분명한 세계를 가진, 브랜드 만큼 역시 매력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음악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장면을 상상하고 옷으로 구현해나가는 디자인 과정은 마치 영상 감독이 연출을 하는 과정과도 닮아있었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유쓰배쓰의 제품은 ‘청춘이 우위에 있다'는 슬로건과도 잘 어우러진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뚜렷한 색깔을 쌓아가고 있는 브랜드, 유쓰배쓰를 언박싱해보자.
융: 안녕하세요. 브랜드 언박싱 독자들을 위해 브랜드 소개 부탁 드립니다.
김태진: 안녕하세요 캐주얼 브랜드 유쓰배쓰 대표 김태진입니다. 유쓰배쓰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며 의외성을 표현하는 브랜드입니다. 여러 작업과 활동으로 보여지는 모든 이미지에 중점을 두고 있고 일러스트를 활용해 다양한 컬러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융: 유쓰배쓰는 어떻게 시작된 브랜드인가요?
김태진: 옷이 좋아서 시작했어요. 군대 가기 전에 흰색 티셔츠에 일러스트 넣어서 지하철 앞에서 팔고 그랬는데 그게 반응이 좋더라고요.
융: 그때는 유쓰배쓰라는 이름을 쓰기 전이었나요?
김태진: 그때는 브랜드 이름도, 정체성도 없었어요. 유쓰배쓰 이전에는 ‘코스모슈(KOSMOSYU)’라는 브랜드를 전개했었는데 점점 더 언더(under)하게 되면서 대중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땅 밖의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2017년에 유쓰배쓰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융: ‘땅 밖의 브랜드’라는 표현이 신박해요. 유쓰배쓰는 개성있지만, 대중 친화적인 브랜드로 보여요. 유쓰배쓰는 ‘Youth be at the head’의 약자로 ‘청춘이 우위에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잖아요. 브랜드 슬로건은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요?
김태진: 처음에 브랜드를 만들 때 그린 일러스트가 있어요. 청춘의 두 남녀가 욕조 안에 상반신만 나와 있는 그림인데요. 스케치를 먼저하고 youth와 bath라는 단어를 선택했어요. 이 단어를 ‘Youth be at the head’라는 문장으로 확장할 수 있겠더라고요. 청춘은 다가올 날 보다는 지나온 날에 가깝고, 아련함과 그리움이 들기도 하죠. 저는 청춘의 감성이 녹아있는 옷을 좋아해요. 그래서 브랜드 슬로건에 ‘청춘을 선도하자’는 의미를 담았고 ‘현 시점에서 바라보는 젊음과 청춘’이라는 키워드를 옷으로 기록하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융: 대표님이 생각하는 유쓰배쓰 고객들의 특징이 있나요?
김태진: 유쓰배쓰 고객들은 옷을 하나만 사진 않아요. 유쓰배쓰에서 보여주는 룩대로 풀 착장으로 사는 분들이 많으세요.
융: 유쓰배쓰의 고객들은 컬러감 있는 옷도 즐겨 입는 사람들일 것 같아요. 처음 브랜드 론칭할 때 첫 고객은 어디서 찾으셨어요?
김태진: 처음에는 오프라인 편집숍에서 많이 팔렸어요. 감사하게도 론칭하자마자 저희를 반겨주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그 이후에 저희와 타깃층이 일치하는 무신사에 입점하게 됐습니다.
융: 무신사에 입점해 어떤 프로그램으로 브랜드를 알리는데 도움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요.
김태진: 이번에 무신사에서 개최한 ‘넥스트 패션 2022’이 큰 도움이 됐어요. 고객들과 직접 만나고 의견을 들을 수 있었거든요. 유쓰배쓰의 부스를 찾아온 분들 10명 중 9명은 저희를 모르셨어요. 현장에서 “왜 이 브랜드를 몰랐지?”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행사 이후 많은 고객들과 더 가까이 만나기 위해 오프라인 숍을 내야겠다고 노선을 정했습니다. 물론 예전에도 찾아오는 고객님들이 계셨어요. 오피스인데 판매 매장인 줄 알고 찾아오셔서 죄송했죠. 그래서 새로 이사한 사무실에서는 하루에 3시간 정도 고객 분들께 오피스를 개방할 예정이에요.
*MUSINSATV 영상 - 앞으로. 패션. 앞으로 NEXT FASHION 2022 SEOUL X MUISNSA
융: 하루에 딱 3시간만요? 새로운 방식인데요. 매장을 운영하는 방식도 유쓰배쓰스러운데요?
김태진: 장시간 하면 좀 질릴 수도 있고 “3시간 동안 오픈하니 시간 맞으면 들려보세요"라는 정도로 가볍게 출발하는 것이 저희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융: 유쓰배쓰는 색깔이 확실한 브랜드예요. 수많은 옷들 사이에서 “이건 유쓰배쓰다” 바로 티가 나요. 컬렉션마다 주제를 어떻게 정하고 제품을 디자인하시는지 궁금해요.
김태진: 유쓰배쓰의 옷들은 지난 시즌의 옷을 지금 갖다 놔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고객 입장에서는 옷만 보고 어떤 시즌의 어떤 컨셉인지 바로 알기 어려울 수 있어요. 브랜드 스타일은 그대로 계속 가져가지만 시즌마다 어떤 무드와 컨셉을 구현하고 싶은지 중점을 둡니다. 컨셉을 정하는데는 음악이 큰 역할을 해요. 어느 날 우연히 플레이리스트를 듣다가 꽂히는 음악이 있어요. ‘이걸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럼 장면에 맞게 옷과 컬러감을 구현하고 있어요.
융: 와. 음악으로 먼저 컨셉을 잡고 떠오른 장면에서 출발하는 게 너무 신기한 프로세스인데요? 예를 들면 어떤 음악이 있었나요?
김태진: 예를 들면 프랭키 코스모스(Frankie Cosmos)의 Fool이라는 음악이요. 2022 F/W 시즌의 ‘빌런 히어로’ 컬렉션에 영감을 준 음악이에요. 2022 S/S 시즌의 경우에는 닐 영(Neil Young)의 Mexico란 곡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융: 지금 음악 들으면서 컬렉션 보는데 굉장히 잘 어울려요. 유쓰배쓰의 컬렉션을 보면서 패션을 넘어 예술 같다는 인상도 받았어요. 그래서 대표님의 작업 방식이 더 궁금했고요. 이야기를 듣다보니 영화 연출 같기도 하네요.
김태진: 영화와 영상 콘텐츠를 엄청 좋아해요.
융: ‘빌런 히어로' 컬렉션은 모델들을 빌런 캐릭터로 해석하셨다는 걸 봤어요. 유쓰배쓰가 패션을 풀어내는 방식도 브랜드의 의미처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다고 느껴져요. 이런 연출적인 포인트가 재밌습니다.
김태진: 맞아요. ‘빌런 히어로’는 모델 에이전시 기간트 프로덕션과 협업해 모델 개개인을 빌런 캐릭터로 해석한 컬렉션이에요. 기간트 프로덕션의 개성있는 모델들과 유쓰배쓰가 가진 색깔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먼저 제안을 했어요. 저희에게도 재밌는 작업이었습니다.
융: 유쓰배쓰를 보면 레트로 팝 문화도 떠오르는데요. 레트로나 팝 문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하시나요?
김태진: 레트로와 팝 컬쳐는 제가 좋아하는 장르라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빈티지도 워낙 좋아해서 해외 여행을 가면 빈티지샵들을 찾아다녀요.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빈티지 샵에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기만 해도 좋더라고요. 빈티지 샵의 분위기를 좋아해요.
융: 웹사이트에 2019년부터 컬렉션 비디오그라피가 있던데 이건 어떻게 만드신 거예요?
김태진: 말씀드린 것처럼 옷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음악을 들으면 장면이 떠올라요. 그냥 그 장면들을 시각적으로 만들고 싶어서 만든 영상들이에요. 옷은 물론 영상으로도 떠오른 장면을 표현하는 것도 재밌는 작업이예요.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면서 제가 원하는 형태로 완성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유쓰배쓰의 옷은 음악, 무드, 장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습니다.
융: 영상 감독처럼 옷을 만드시는 것 같아서 신기하고 재밌습니다.
김태진: 실제로 영상을 많이 봐요.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많이 봅니다.
융: 대표님에게 옷을 만드는 일은 어떤 의미예요? 일러스트는 직접 그리시는 건가요?
김태진: 네, 아이패드로 그리는 거예요. 무드와 컬러감을 중요하게 보죠. 머릿속에서 그렸던 옷이 실제로 구현이 되었을 때, 컬러감, 실루엣, 디자인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질 때가 있어요. 거기서 오는 희열이 커요.
융: “유쓰배쓰는 키치하다”고 표현해주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키치하다’의 뜻을 찾아보니까 독일의 미학 관련 용어로 보기 괴상한 것, ‘나쁜 예술’이란 뜻을 담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키치하다는 표현을 안 좋은 뜻이 아니라 정제되지 않아서 좋다는 칭찬의 의미로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김태진: 고객들이 그렇게 느꼈으면 그런가보다 하는 편이에요. 유쓰배쓰가 먼저 나서서 키치한 브랜드라고 하지는 않지만, 제가 날 것을 좋아해요. 완벽하지 않더라도, 오래된 캠코더로 찍은 것 같은 가공되지 않은 감성을 추구해요. 하지만 직접적으로 “유쓰배쓰는 이렇다"고 정의하기보다는 저희의 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쓰배쓰를 느끼게 하고 싶어요. 독일 미학 용어에서 ‘키치’를 안 좋은 예술이라고 표현한 건 이미 있는 것들을 조합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새로운 창작이 아니라는 의미에서요.
융: 하지만 무엇이 진짜 예술인지 그 경계도 미술 업계에서 조차 흐려진지 오래죠. 바스키아처럼 낙서하듯이 그림을 그리는 아티스트가 주목을 받고 오히려 지금은 ‘키치’가 트렌드이기도 하잖아요. 유쓰배쓰가 그 흐름을 노린 것은 아니었지만, 대표님과 팀원들이 즐겁게 한 일들이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김태진: 운 대가 잘 맞았죠. 모든 예술이 심오할 필요도 없고 재밌고 가볍게 하는 일도 멋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융: 유쓰배쓰를 통해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김태진: 이런 컬러감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안 어울리는 색들을 합쳐놨는데 입어보니 정말 잘 어울린다는 후기를 받은 적이 있어요. 그 댓글이 참 좋더라고요. 유쓰배쓰의 옷들은 처음 봤을 때는 어려울 수 있어요.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컬러 조합이 많다보니 소화하기 쉽지 않은 옷처럼 보이지만, 막상 입으면 좋다는 고객 분들이 많으세요. 그래서 재구매하는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융: 패션업계는 유행에 민감한 편이라 보편적인 게 많은데, 유쓰배쓰는 일반화의 경계를 허무는 것 같아요. 옷을 만들 때 브랜드가 하고 싶은 것과 고객들이 선호하는 것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두는 편인가요?
김태진: 외부에 기준을 두면 오히려 모호해질 것 같아요. 유쓰배쓰답게 우리만의 색깔을 지키면서 작업하고, 지금 이대로도 유쓰배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해요. 우리가 하고 싶은 작업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일관된 브랜드의 정체성이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융: 앞으로 유쓰배쓰가 어떤 브랜드가 되었으면 하나요?
김태진: 유쓰배쓰 제품이나 콘텐츠 요소에 YBCC라는 키워드를 계속 보여주고 있어요. Youth Bath Culture Club의 약자인데요, 영상, 음악, 일러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로 유쓰배쓰만의 문화와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습니다. 가공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가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싶어요.
융: 마지막으로 오늘의 청춘들과 브랜드 언박싱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김태진: 유쓰배쓰의 옷을 입고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면 좋겠어요. 한번쯤은 그냥 도전해봐도 좋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어 정혜윤
독립한 마케터 겸 작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회사와 세계 곳곳을 유랑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빠져있는 사람들, 편견을 부수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깁니다. 10년 간 에이전시 및 스타트업 업계에서 마케터로 일하다가 2020년 여름, 회사로부터 독립해 현재는 프리랜서 마케터이자 작가로 일하며 다능인을 위한 뉴스레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운영합니다. 여전히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