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손님
중국계 미국인으로 SF 팬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테드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Arrival’은 한국에서 ‘컨택트’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90년대 개봉했었던 영화 ‘콘택트’와 비슷한 제목이다 보니 제목만 들으면 거대한 안테나들 앞에 앉아있는 조디 포스터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아이디어는 두 영화가 같다. 외계의 지성체와의 접촉과 그로 인해 겪게 될 수 있는 불안, 공포 그리고 환희를 표현하는 이 영화는 원제에서 그 차이점을 분명히 한다. ‘도착’이라는 뜻의 ‘Arrival’은 접촉이라는 뜻의 ‘contact’와 달리 무언가가 직접 왔다는 것을 표현한다. 즉, 2016년도 개봉된 SF영화 ‘컨택트’에서는 외계 생명체가 직접 지구에 온 것을 다루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가정했다는 뜻이다.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인간은 더는 새로운 것을 발견할 리 없다고 자만할 정도로 이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한 인간에게 외계 생명체의 등장은 새로운 연구 대상이자 예측할 수 없는 공포일 것이다.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던 십진법이나 시공간의 단위, 사고방식이 당연하지 않게 되고 대화하는 방식부터 더듬어 알아나가야 하는 새로운 문명 앞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건을 경험하는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
이 외계인들은 인류의 적인가 아군인가? 무엇을 위해 지구에 왔는가? 왜 지금 왔는가? 왜 이곳에 착륙했는가? 언제부터 우리에 대해 알고 있었는가?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히는 외계인에게 이러한 질문들을 물어보고 답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영화에서 외계인들은 전 세계 12곳에 착륙하여 각국의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지구에 온 외계인들은 어쩌다 보니 영어를 할 줄 알았다’는 식의 편리한 할리우드 설정이 없는 상태에서 영화는 사실적으로 문제에 접근하려고 노력한다. 각 나라가 자존심 싸움이라도 하듯 먼저 외계인과의 대화에 성공하려 하니 정보의 교류가 없고 폐쇄적이게 되어버리는 모습은 옛날 우주로 나가려고 싸우던 냉전 시대를 떠올리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에 대화에 성공했다 해도 우리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만약 제대로 이해했다고 해도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란 것을 어떻게 확신할 것인가? 정말로 외계 생물체가 왔을 때 그 상황에서 어떠한 판단이 옳은지 루이스와 고민하며 영화를 본다면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