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라보는 시각
문득, 예전에 봤던 영화가 다시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이야기의 끝을 이미 알고 있어도 주인공과 함께 그 과정을 다시 밟아 보고 싶은 영화. 그런 영화는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한 남자의 이야기,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1994년도에 개봉하여 지속해서 사랑을 받는,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중 하나다.
포레스트 검프는 IQ가 평균보다 낮아 그의 어머니와 소꿉친구 제니의 말 말고는 어떠한 계획도 의견도 없다. 그래서 자신에게 닥치는 일을 예측할 줄도, 빠져나올 재치도 없지만 다가온 현실에 맞설 수 있는 인내심과 노력이 있어 모든 것을 돌파해나간다. 그는 동네 아이들이 괴롭힐 때마다 달렸더니 발이 빨라져서 미식축구 선수로 영입되어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기도 하고, 인생을 바꿔보지 않겠냐는 전단지의 말에 따라 군대에 들어가 베트남전에서 전쟁영웅으로 돌아온다. 영화를 보다 보면 포레스트가 잘못 선택했다고 생각된 것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걸 보면 새옹지마가 따로 없다.
‘포레스트 검프’는 슬라이스 오브 라이프(slice of life) 형식의, 인생의 단면을 잘라서 보여주는 영화다. 한 주제에 집중한 스토리가 아니다 보니 이러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이야기의 느낌이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만약 포레스트가 ‘동네 아이들이 자신을 괴롭혔다’에서 이야기를 멈추거나, ‘군대에서 혹독한 훈련을 하다 참전해서 엉덩이에 총을 맞고 돌아왔다’고만 이야기했다면 ‘포레스트 검프’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영화였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나도 다른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할 때 슬프고 힘들었던 순간과 즐거웠던 순간 중 어느 쪽을 중점으로 말할지 상상해본다. 내가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과거가 사실 그 후에 올 행복을 위해 꼭 필요했던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러다 보면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는 것보다는 더 나쁜 선택을 했었을 수도 있었는데 그것을 모면했다고 생각하며 기분이 나아지기도 한다.
인생은 영화처럼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다. 행복한 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걸로 해피엔딩인 것도 아니고 힘든 일이 있어도 삶은 계속된다. 새옹지마인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포레스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