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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승주Ivy Nov 14. 2022

3분 혁명

(Feat. 계란 프라이와 김치)

3분에서 4분으로 만들어진 노래에도 기승전결이 들어있다. 요즘, 발라드에 다른 가수들이 피처링을 해 힙합 발라드라는 새로운 장르로 변신하거나 여가수 음색에 남가수의 달달한 피처링으로 귓가에 꿀이 녹아들어 연애를 당장 하고 싶게 만든다.

피처링으로 단조로운 리듬에 리드미컬한 비트를 넣어 소울 넘치는 그르부를 만들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장르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오뚜기의 대표 제품인 3분 요리 시리즈들은 한국에서나 토론토에서나 자취생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부족한 직장인들에게도 입맛이 까다로운 아이들을 가진 가정집에서도 사랑받는 녀석들이다.

카레, 짜장뿐만 아니라 하이라이스, 다양한 덮밥소스 등 가성비 좋은 라인업으로 대중들의 입맛을 사로잡았으며 돈을 절약해야 했던 내게는 A++ 스테이크 팩보다 노란 3분 팩들이 생명의 동아줄이었다.

고슬고슬한 하얀 밥 위에 샛노란 카레를 부은 후 랩을 씌워 2분간 데우면 군침이 도는 카레밥이 완성된다. 2분 만에 완성이 되는 초간단 요리는 몸에 좋을 리는 없지만 계란 프라이와 신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나름 단탄지의 조화를 이룬 꽤 괜찮은 식사가 된다.

노란 옷 뒤편에 나와있는 응용요리 법대로 면으로 대체하거나 파와 양파를 밥과 볶아서 먹으면 그럴듯한 음식이 되어 요린이에게 '나 요리 꽤 잘하네'라는 허세를 갖게 한다.


오뚜기는 나포함 수많은 자취생들을 살렸을 거라 생각한다. 토론토에서 한국의 그리움이 짙어질 때 어김없이 선택받는 녀석들이었다. 화려한 라인업에도 내게 가장 많이 선택된 것은 매운맛 카레와 쇠고기 짜장.

심심하고 삼삼한 서양식 음식들을 먹을 때면 뭔가가 빠진 듯한 아쉬움이 있었다. 샌드위치나 파스타의 연타로 밀가루가 물릴 때쯤 3분 요리가 혀에 닿으면 나트륨의 불꽃이 여기저기서 터져 짜릿하다. 거기에 계란 프라이와 신김치 폭죽으로 천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뇌도 이를 인정했는지 도파민이 나와 몸속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기쁨을 만끽한다.


효리언니가 10분 만에 상대방을 유혹할 수 있다는 노래로 스타로서 자리매김했는데 3분 만에 자취생들과 직장인 엄마들을 유혹시키는 노란 녀석들은 오래전부터 대스타로서 위상을 지키고 있던 것이 아닐까.

3분 요리의 대표주자 컵라면은 몸에 좋지 않은 인스턴트 이미지로서 많이 먹었을 때 죄책감이 들게 만드는 반면에 노란 녀석들을 먹고 나면 오히려 잘 차려 먹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까지 하다.


돈과 시간이 없어서 건강보다는 가성비를 따지고 맛이 중요했던 학생 시절, 쳇바퀴 같은 일상에 폭죽을 터뜨려 짜릿한 그 녀석들 덕분에 식비도 줄였고 시간도 절약했다.

계란과 김치가 모든 3분 요리에 피처링을 해서 꽤 괜찮은 식사로 만드는 것처럼 현재 써 내려가는 투박한 글들이 나의 30대 인생의 피처링으로 누군가에게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길 소망한다.


인스턴트로 몸에 좋지 않다는 편견을 가진 3분 요리들은 누군가에게는 추웠던 마음을 채워줬고 피곤한 엄마들이 쓸 수 있던 치트키였다. 편견을 깨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3분 요리를 보며 오늘 당장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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