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생활을 오랜 기간 하다 보면 조직 내에서의 역할이
자기 자신을 구성하는 데 팔 할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24시간 중 9시간 이상을 머무는
즉,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속해 있는 곳이기에
물리적 공간에 따라 의식도 함께하는 대다수 사람은 조직 내에서 인정받아야
성공하고, 행복해진다고 믿고 있다.
물론 나도 그랬고, 아직도 그러한 인정욕구가 꽤 남아있는 편이다.
이러한 인정욕구는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보다는
조건 충족 시에만,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조직이 요구하는 사항에 부흥해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이러한 욕구에 빠진 구성원들은 인정의 노예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본래 모습보다는 조직 구성원으로서 가면을 쓰고 역할에 따라 살아가기에
인정을 갈구하고 그렇게 해야 내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믿는 헛된 꿈을 꾸기도 한다.
좀 더 비약적으로 표현하자면 조직 내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단테의 신곡 中 지옥문’에 쓰인 글귀인
“여기 들어온 자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처럼
희망이 없는 절망적인 회사생활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이 내에서의 삶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않을까?
또한 승진 혹은 직책으로 인정받는 것이 우리의 삶에 있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확고한 자의식을 갖춘 사람들은 타인의 칭찬이나 재촉, 경멸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얼마 전 오랫동안 사내 HR을 담당하고 있는 임원과 점심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인사’에 관해 남긴 말이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는다.
“인사(팀장 or 직책)는 큐브와 같아서 빈자리가 생겼을 때
마침 그 근처에 어울리는 사람이 있다면 1순위로 채워지는 것이라고.”
이 말인즉슨 실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여기에 생각을 덧붙이자면 장기간 회사생활을 하며 지켜본
팀장(직책 등)이 결정되는 경우는 크게 3종류인데
1.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실력이 뛰어난 경우
2. 빈자리가 생겼는데 마침 그 근처에 있었던 경우
3. 잘 나가는 윗사람과 연이 있어 그와 함께 가는 경우
였고, 위 中 HR 담당 임원이 말한 것처럼 2번인 케이스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나름 중요한 직을 차지하게 되더라도 영원한 것은 없는 것이다.
코로나 시기 1년간 육아휴직을 하고 회사에 복귀해 보니
평생 권력을 쥐고 흔들 것만 같았던 임원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저렇게 잉여 인간으로 남아 조만간 사라지겠지 싶은 사람도 팀장이 되고, 임원이 되어
다들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진짜 집으로 간 사람도, 아직 남아있는 사람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니 본인의 실력, 본인이 하는 일에 비해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은
불안해하거나, 절망하며 회사생활 할 필요가 없다.
아직 나의 때가 오지 않았거나, 내 근처에 빈자리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조직 내에서 나의 운이 오지 않았다면 조직 밖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신을 담기엔 조직이 작은 그릇일 수도 혹은 당신이 너무 큰 사람이라
조직 내에선 당신의 자리를 찾지 못할 수도 있으니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정욕구를 만족하기 위해 다른 이들의 눈치를 보고
주체적이지 못한 삶을 살며 아등바등하는 것보단
나와 나의 관계를 온전히 성립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껴 불안해하거나 절망하는 일도,
나보다 잘 나가는 사람을 시기하거나 깎아내리려고 노력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와 나 자신의 온전한 관계 성립을 위해선 나 자신을 믿고,
나에게 좋은 것들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사유할 수 있는 책을 읽거나, 배울 점이 있는 친구를 사귀거나,
햇살이 맑은 날 산책하며 따뜻한 빛을 쪼여주고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등
나 자신을 사랑하며, 내가 원하는 나로 살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이렇게 자의식 형성을 통해 마음 근육이 단단해진 사람은
타인에 의해 휘둘리지도, 인정욕구를 갈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확고한 자의식을 갖춘 사람들은 타인의 칭찬이나, 재촉, 경멸 따위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가 내게 무슨 말을 하든 상처받지 않고 타인에게 상처를 줄 말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자의식이야 말로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어나가는 힘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 쇼펜하우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