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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망고 Oct 18. 2023

예중입시 D-day

2023년 10월 12일. 

오늘은 딸아이의 예중 입학 실기시험 D-day


밤새도록 뒤척여 3시간도 채 못 잤지만, 아침 6시가 되니 저절로 눈이 떠진다. 

다행히 수험생은 푹 자서 컨디션이 좋다는 말에 안심하며, 

간단히 아침먹이고 미술학원에 데려다준다.     


아이들은 학원에 모여 손을 풀고 최종 준비를 한 후, 

다 함께 시험장으로 온다기에 학부모들은 각자의 차량으로 입시장 앞에 모였다. 

중학교 입시인데 수능시험을 방불케 하듯 교문 앞에는 두 손 모아 기도하는 학부모들, 

떨리는 마음으로 입실하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간절함이 느껴진다.      


최소 2년 이상을 미술, 음악, 무용 등 각 분야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몇 분 혹은 몇 시간 안에 기량을 발휘해야 하는 시험이기에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어린이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가 꽤 클 것이다.      


    

드디어, 교문 앞 아이들 도착

들어가기 전 학원 선생님들의 최종 주의사항을 확인 후 시험장으로 들어간다. 

시험 잘 보라고 꼭 안아주거나 ‘파이팅’ 이란 말로 기운을 복 돋아 주고 싶었지만,

눈 마주치면 눈물이 날 것만 같아 “편안히 시험 보라."는 말 한마디만 한 채 들여보낸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지난 2년간 딸아이가 노력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뒤늦게 예중에 가기로 결심한 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그림 그리고 자료 찾으며 몰입하고 노력했음에도 

초창기에는 먼저 시작한 아이들을 쉽게 따라갈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가 심해져 어린 나이에 ‘이명’이 생겨 몇 개월간 고생하며 이곳저곳 병원 다니던 기억, 

시험 기간 직전 손에 물집이 터져 마음고생하며 피부과에 다니던 그 순간들이 떠올라 

시험장에 들어간 후에도 쉽사리 그 자리를 떠날 수가 없었다.      



오전 10시, 시험 끝나기엔 아직 2시간 30분이 남았기에 평일 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당에 들렀다. 

시험 과정 안에서 딸아이가 온전히 집중하길 또한, 실수하지 않고 노력한 만큼 

아니 그 이상 결과가 나오길 바라며 엄마로서 할 수 있는 건 

신께 기도드리는 일밖에 없었기에 간절한 마음을 담아 미사를 드린다.       


드디어 30시간처럼 느껴졌던 3시간 30분이 지나 시험이 끝나고, 


환하게 웃으며 걸어 나오는 딸아이의 모습에 

‘그래 실수하지 않고, 제대로 기량을 발휘했구나!’라 

생각되어 안도의 눈물이 절로 나왔다.      


문제를 받고 예상치 않은 상황이라 당황하긴 했으나, 

연습한 대로 자신 있게 그렸다는 아이의 말에 감사한 마음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입시가 이렇게 긴장되는데 앞으로 남은 고등학교, 대학 입시는 어떨지 아찔하기만 하다.     


그래도 이른 나이에 꿈을 찾고, 이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딸아이의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론 향후 AI와 공존해야 하는 세상 속에 과연 이 방향이 맞는 것인지 

의문스럽기도 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계속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면 

올바른 길을 찾을 것이라 믿고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 딸아이를 위해 박수 쳐주고 싶다.         



      






ps. 어제 발표가 났는데 다행히 합격했답니다. 


     또한, 열심히 준비했지만 실수로 인해 혹은 떨리는 마음에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좋은 소식을 접하지 못한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하루 빨리 마음을 회복하고, 툭툭 털고 일상으로 돌아와 

     단단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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