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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구름 Nov 19. 2022

매지구름

: 비를 머금은 검은 조각구름

낯꽃: 감정의 변화에 따라 얼굴에 드러나는 표시








창문 밖

속상한 낯꽃의

매지구름이 걸어왔다, 말을




“사람들이 나를 보면

걱정과 우려가 가득한 얼굴로 바뀌어요.


내가 없어져야 할까요?

다들 나를 싫어하나 봐요.


하얀색, 노란색, 주황색, 분홍색, 하늘색의

다른 구름들이 부러워요.”




“그래서 많이 속상했니?


그 많은 빗방울들을 마중 갔다 데리고 오느라,

무거운 비를 머금고 있느라

얼마나 고생 많았어.


네가 없어진다면

나무들도, 풀들도, 속 동물들도

그리고 람들도

아주 많이 슬플 거야.


네가 있으니까 이 세상도 존재하는 거야.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없어져야 할 건

아무것도 없어.

다 이유가 있고, 다 소중한걸.


누군가는 네가 오길 기다리다

네가 오면 반가워한다는 걸

꼭 기억하렴.

알았지?”




그제야

편안한 낯꽃이 핀 매지구름은

‘쏴아~!’

머금었던 빗방울들을 세상에 내려보낸다




한결 가벼워진 매지구름의 모습에

나도 생끗,

웃음이 난다




따듯한 차 한 모금을 머금으며

매지구름과 함께한 소중한 하루를

마음에 몽글몽글 머금는다,

가장 잔잔한 시간에





*몽글몽글: 덩이진 물건이 말랑말랑하고 몹시 매끄러운 느낌.

*생끗: 눈과 입을 살며시 움직이며 소리 없이 가볍게 웃는 모양. ‘생긋’보다 조금 센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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