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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희 Mar 16. 2023

그러니까 우리 재즈나 듣자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

나를 괴롭히는 아주 사소한 것들

오늘도 일상의 소소한 스트레스가 몰려온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타인의 이기적인 행위에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다소 예민한 스스로의 감정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삶이 지속되는 순간, 우리는 수많은 경험과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하며 헤어진다. 이러한 과정 자체를 스트레스로 여기는 조금은 예민한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외부와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혼자만의 개인적인 생활을 즐기는 21세기 개인주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한 기사를 몇 년 전 신문에서 본 것 같다. 그리고 현재 내가 그 신문에서 설명한 21세기 개인주의자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중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현대인이라면 스트레스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대인관계에서 오는 미세하고 끊임없는 스트레스는 더더욱 그렇지 아니한가?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더라도 무의식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전파시키는 것 또한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하지만 이걸 굳이 지적하자니 스스로가 꼰대가 된 것 같은 기분이고 그렇다고 그냥 넘기기에는 아무래도 바로 잡아야 하는 것이 인간 대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닐까 와 같은 딜레마가 찾아오지만 끝내 속으로만 삼키고 만다. 그리고 이내 이러한 딜레마와 동시에 오늘도 미세하게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간다. 정수리에 한 가닥씩 난 흰머리가 그 스트레스의 반증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전쟁통에서도 꽃은 핀다고 하지 않던가

그럴 때면 잠시 환기 타임을 가진다. 누구는 담배 타임을 갖는다며 자리를 비운 후 1시간 동안의 실종(?)된 상태로 자유시간을 만끽하는가 하면, 누구는 커피 한 잔으로 본인의 스트레스를 달랜다. 이렇듯 나름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감정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을 고안해 낸다. 나 역시 잠시 환기 타임으로 재즈를 듣는다. 그런 말이 있지 아니한가 “전쟁 통에서도 꽃은 핀다.” 맞는 말이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꽃은 피어나고 희망은 존재한다. 아무리 스트레스받는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희망은 있고 꽃은 핀다. 나에게는 이러한 꽃이 바로 '재즈'다.


잠깐의 환기로 공간의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진정 효과를 주는 뮤직 테라피가 나에게는 바로 재즈라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이 재즈를 예찬하고 찬양해 왔다. 수많은 시간의 전통을 가진 재즈는 오늘날에도 스테디 뮤직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재즈는 불안정한 상황을 낭만으로 만들어 주는 마술이자 삶이란 게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감정을 일깨워 주는 낭만주의적 교훈이기도 하다.


지금 당신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면 콘트라베이스 최준혁이 이탈리아 여행 중 거리 연주가들과 즉석으로 연주한 Autumn Leave 영상을 추천한다. 이 영상에 나온 거리 연주가들은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유명 인사로 앨범까지 판매 중인 프로라고 한다. 영상 중간중간 보이는 도시 풍경과 구경하는 여행가들, 그리고 그 풍경과 음악의 혼합은 그야말로 낭만이 따로 없다. 영상 조회 수가 증명해 주듯이 많은 이들에게 이미 유명한 영상이다. (유튜브로 시청 가능) 인생이 아무리 바쁘고 퍽퍽하다고 한들 이러한 낭만을 즐기지 못하기엔 우리의 삶은 너무나 가치 있고 아름답지 않은가?


오늘도 외로운 당신을 위하여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도 Autumn Leaves가 나온 적이 있다. 더욱 재즈적인 면모가 두터워진 슬로우 버전이었다. 극 중 상황은 밤 12시 마감 뉴스를 단독으로 진행하는 기자 출신인 여자 앵커 계성숙이 오늘도 진행하던 뉴스를 마치고 홀로 남겨진 데스크에서 외로움을 달래는 상황에서 Autumn Leaves가 흘러나왔다. 극 중 인물 계성숙은 능력은 출중하지만 아나운서국과 보도국 두 곳 모두에서 달가워하지 않은 인물로 외로운 회사 생활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나이와 연차는 차지 실력은 증명되었지만 모두가 그녀를 불편해하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홀로 남겨진 데스크에서 재즈를 들으며 “아, 남자 고파”라는 다소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당시 드라마가 방영할 때 필자는 20대 후반이었던지라 40대가 훌쩍 넘은 중년 여성의 입에서 저런 파격적인 발언이 나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중년이란 나이에도 외로움을 탄다는 것, 그것도 남자를 통해 그 외로움을 달래려고 했던 것이 나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그저 한 인간의 외로움에서 비롯된 다소 파격적인 표현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누구나 외로운 존재 아니겠는가. 그리고 다시 생각해 본다. 재즈란 당시 계성숙에게는 어떤 의미였을까? 모두가 떠난 뒤 홀로 남겨진 데스크에서 계성숙에게 재즈란 한 줄기 빛이자 전쟁터에서 피어난 꽃이자 본인의 외로움을 달래줄 위안이 아니었을까?


재즈를 듣는 순간, 세상이 달리 보인다.

영화 라라랜드의 주인공 세버스찬은 재즈 연주가이자 예찬가이다. 그는 재즈가 얼마나 치열한 대결인지 직접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극 중 세버스찬의 재즈에 대한 애찬과 설명은 이러했다.


"진짜 기가 막혀요. 매번 새로워요. 매일 밤이 초연이에요"

"다들 새로 작곡하고 편곡하고, 쓰면서"

"서로 충돌했다가 타협하고"

"얼마나 치열한 대결인지 직접 봐야 해요"


대사만으로 세버스찬의 재즈를 향한 열정을 만끽하기에 부족하지만 재즈가 얼마나 치열한 음악인지는 바삐 움직이는 재즈 연주가의 손가락만 봐도 인식할 수 있다. 그렇다. 재즈는 치열한 음악이다. 세버스찬과 미아가 본 재즈 공연 역시 그러했다.


필자는 몇 년 전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래된 과거이지만 한 여행 다큐 프로그램에서 진행자가 재즈바에 가서 재즈 공연을 감상한 것이 인상에 남는다. 재즈 공연자들은 좁은 무대 위 공간만을 살짝 비추어주는 어두운 조명을 배경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와 색소폰 등 다양한 악기가 자신을 과시하듯이 소리를 뽐내었고 이내 협주하기를 반복했다. 온몸이 땀에 젖어든 채 정열적인 공연을 하던 그들에게서 엿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치열함이었다. 서로 충돌했다가 다시 타협하고 리듬의 규칙 없이 제멋대로 연주하는 치열한 선율은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절대 혼자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이러한 재즈의 균형은 바로 환상적인 팀워크에서 발현된다. 이 점만 보아도 재즈는 우리의 삶과 유사해 보인다. 서로 충돌했다가 타협하고 불규칙과 규칙 속에서 이어지는 선율, 가장 치열한 것. 바로 우리의 삶이다.


그러니까 우리 재즈나 듣자.

오늘도 미세한 스트레스가 찾아온다. “아휴 지겨워”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살고 싶다는 열망도 동반한다. 그리고 이내 잠시 환기 타임을 갖는다. 재즈를 들었다. 다시 마음을 다 잡는다. 재즈 한 곡으로 다 잡히는 마음이니 아주 사소한 감정이었나 보다. 그리고 이내 기분이 전환됐다. 다시 일상을 시작한다. 나의 삶이 그렇게 지속된다. 규칙과 불규칙, 치열함과 낭만, 세바스찬이 그랬죠. 재즈는 그냥 듣는 음악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우리 오늘도 치열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 재즈 한 곡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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