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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암 Jan 02. 2023

당신의 목숨값은 얼마인가요?

(중대재해와 민사상 손해배상)

 지난해에도 600명이 넘는 근로자가 일을 하다 죽었다고 합니다. 떨어지고, 매몰되고, 깔려서, 불에 타거나 질식해서, 부딪혀서 ……. 화학물질 중독이나 과로로 인한 죽음까지 감안하면 하루에도 서너 명의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유명을 달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공기관에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한 청년의 죽음에서 잉태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의 죽음을 막지 못했습니다.     



 한 사람의 업무상 사망은 그 망자와 생계를 같이하던 가족의 평온을 심각하게 해치게 됩니다. 사랑하던 사람과의 이별도 크나큰 상처이지만 경제적 능력이 없는 유족이라면 앞날이 막막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같은 가족과 유족을 위해 산재보험은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세계 6위의 강력한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회보험제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산재보험은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의 사망 당시 생계를 같이 하던 유족 중에서 법이 정하는 수급권자인 유족에게 지급하는 유족급여와 장의비는,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산정 기초로 하여 정률로 계산하여 지급됩니다. 유족급여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인데, 일시금으로 산출하면 평균임금의 1,300일분이 됩니다. 장의비는 실제 장제를 실행하고 비용을 부담한 사람에게 일시금으로 지급되는데, 평균임금의 120일분이 됩니다. 유족급여를 계산할 때 망자의 평균임금이 최저보상 기준금액보다 적으면 그 기준금액으로 계산하고, 최고보상 기준금액보다 많으면 또한 그 기준금액으로 계산합니다. 장의비도 최저와 최고 금액 범위 내에서 실제 장례에 지출된 금액이 지급됩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유족의 정신적 상처에 대한 위로금은 산재보험에서 지급되지 않습니다.    


 

 2023년 최고보상 기준금액 246,036원, 최저보상 기준금액 76,960원

 2023년 장의비 최고금액 17,241,680원, 최저금액 12,460,160원

 2023년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금액 337,088,480원

 2023년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저금액 112,508,160원  


   



 유족이 묻습니다. 회사를 상대로 얼마를 더 받을 수 있을까요. 회사의 사장이 묻습니다. 유족과 합의를 봐야 하는데 어느 정도의 금액이 적당하겠습니까. 너무도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람의 목숨이나 죽음을 돈으로 환산해야 하는 어이없는 지점에서 이러한 질문이나 의뢰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법적 문제이기 이전에 감정을 에워싼 더 큰 정서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망자의 나이, 가족관계와 근로관계를 봅니다. 정년까지 몇 개월을 더 일할 수 있는지, 정년부터 65세까지 적용할 도시일용노임이 얼마인지, 각각의 호프만계수는 또 어떻게 되는지, 당해 사고에 대해 망자의 과실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등 목숨값을 산출해내기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합니다. 살아있었다면 소득의 1/3은 생계비로 지출한다는 경험칙에 따른 생계비 공제를 하고, 잃어버린 소득(이를 일실수입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의 총액을 구한 다음 과실상계(망자의 과실비율만큼 감액하는 것을 말합니다)와 손익공제(주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공제하는 것을 말합니다)를 하고, 마지막으로 위자료를 더하여 민사적인 손해배상금을 산정하게 됩니다. 위자료는 망자의 나이와 유족의 수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만, 통상적으로는 1억 원을 기준으로 망자 과실비율의 40%를 공제하고 있습니다. 한편 대부분의 사망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귀결되므로 유족과 사업주 간 형사합의금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민사적 형사적 합의가 따로 진행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운데, 아마도 총액을 기준으로 합의금의 접점을 찾아내는 우리의 관행 때문인 것으로 이해됩니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타당하고 실질적인 평등을 이룰 수 있다는 주의나 주장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망 당시의 평균임금(일당)만을 기준으로 하니, 상한액과 하한액의 차이가 2억 원을 넘습니다.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보니 망자의 목숨값을 둘러싸고 노사의 분쟁이 끊이질 않습니다. 우리 모두는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생명의 가치가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 당신의 목숨값은 돈으로 계산할 때 얼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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