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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암 Mar 28. 2023

근로시간 69에 관한 단상

 일을 더 많이 더 오래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최저임금을 받는다. 한 주에 52시간 꽉 채워 한 달간 열심히 일해도 이것저것 공제하고 통장에 찍히는 건 채 250만 원이 안된다. 그는 더 일해야만 했다. 철야근무와 주말특근을 해야만 겨우 30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쳐다볼 수 있었다. 그는 69시간을 환영했다.


 물량은 예측하기 어려웠고 납기를 맞추는 건 더더욱 힘들었다. 금요일 오후에 원청사로부터 상당한 물량의 오더가 떨어졌다. 다음 주 월요일까지 보자고 했다. 그는 직원들을 불러 놓고 주말 특근을 부탁했다. 이번 주는 68시간을 넘겼고, 52시간을 넘는 나머지 시간에 대한 임금은 상여금으로 표기했다. 그도 69시간은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했다.


 일과 삶의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저녁이 없는 삶을 사느니 차라리 일을 포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의 월급은 연장근로 시간 수와 관계가 없다. 고정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는 포괄임금제 근로계약을 한 탓이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에는 대부분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다. 그것도 과반을 훌쩍 넘는 수의 절대다수 직원들이 조합원이다. 지난 정부 근로시간 단축의 혜택은 그들만의 몫이었다.


 근로시간 69를 두고 세상이 시끄럽다.


 지난 70여 년간 법정근로시간은 48시간에서 44시간으로, 또 40시간으로 꾸준히 단축되어 오고 있다. 그런데 실제 일하는 시간은 68시간, 60시간, 52시간 등 법정근로시간의 단축에 비례하여 줄어들지는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일을 더 하고 싶은데 못하는 사람들. 더 해야만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짧은 생각을 해본다. 


 첫째, 연장근로는 근로자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둘째, 근로자가 연장근로를 거부하더라도 근로조건이나 신분에 있어서 어떠한 불이익한 처우를 할 수 없어야 한다. 

 셋째, 연장근로 시간의 한도는 없앤다. 

 넷째, 연장근로 10시간 까지는 통상임금의 50%, 20시간까지는 통상임금의 100%, 2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200% 이상을 보상하도록 한다. 

 다섯째, 60시간을 초과한 다음 주는 건강검진을 의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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