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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기계발팩토리 Mar 03. 2023

대학원을 가면 취업이 잘 되나요?

솔직한 후기, 그리고 약간의 꼰대력을 보태면

취업이 되지 않아서 대학원 진학을 하는 것은 언뜻 보기에 바람직하게 들리지는 않습니다만, 저는 노력 여하에 따라서 그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회사에 입사했을 때, 저와 함께 같은 부서에 입사한 동기가 총 열여덟 명이었습니다. 그중 저를 포함해서 두 명만 박사학위 소지자였고, 나머지는 학사/석사 출신이었죠.


학사출신 신입사원들은 정말로 스펙이 높았습니다. 서울시내 누구라도 가고 싶어 하는 대학 출신에, 토익 점수 900 점 미만인 친구들이 없었죠. 영어회화도, 중국어도 아주 뛰어났습니다. 각종 활동, 수상 경력도 뛰어났고, 자신감도 높았습니다.


저는 대졸공채 취업경쟁을 해 본 적은 없었지만, 저와 비슷한 스펙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만약 제가 취업시장에 나왔다면, 그들과 경쟁했을 때 많이 밀렸겠지요.  


그런 점에서 대학원은,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학벌 카스트를 조장하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만, 만약 톱클래스의 좋은 학교 대학원을 나왔다면, 석사/박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취업 시장에서 좀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제 동기들 중에는 그렇게 좋은 대기업에 취업한 분들도 많이 계시고, 공대 출신인데 좋은 연봉을 받고 컨설팅 회사에 진학한 후배들도 있습니다.  


특히 박사학위 과정에서는 공채가 아닌 다양한 경로로 취업문을 두드릴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산학장학생은 그중 가장 문이 넓은 케이스이고, 연구과제 등을 통해서 회사 사람들과 네트워크가 닿아 취업을 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지도교수님을 통해 좋은 자리를 소개받는 경우도, 흔치는 않지만 그래도 드물지 않게 있는 편입니다. 저와 함께 학위를 받았던 동료들 중에 취업이 되지 않은 케이스는 없었습니다.  


다만, "회사에서 가방끈 긴 사람을 더 좋아할 것 같아서"라는 마인드로 학위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공부 많이 하면 회사에서 좋아하겠지'라는 생각은 상당히 순진할 수 있어요.


학교에서 연구한 지식이 기업에서 바로 쓰이는 경우는 상당히 드뭅니다. 기업은 기존에 수행해 오던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업계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곳이니, 어디선가 석사학위 받고 (또는 박사학위 받고) 들어온 신입사원이 그걸 가지고 회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요. 따라서 대학원을 "직업훈련기관"으로 인식하는 건 큰 오산입니다.


회사에서 석사학위자를 뽑는 이유가 있다면, 아마도 연구한 그 지식 자체보다는 연구 과정에서 겪었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한 경험 때문일 것입니다. 문제해결력, 회복탄력성, 작게나마 경험한 조직생활, 이런 것들이 결합되어 취업에 기여하는 것이지, 학위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약속해 주는 게 아니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런 점에서 대학원을 취업에 유용한 커리어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술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합니다. 학위 기간 동안 기업체와 될 수 있는 대로 콜라보레이션 기회 - 예를 들면 산학과제 등등 - 를 적극적으로 탐색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그러다 보면, 결국 첫 번째 진학 이유로 귀결되겠네요. 학술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지적 열망이 중요할 테니 말이지요. 혹시 진학을 준비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대학원생의 가장 근본적인 자질인 "지적 호기심"이 있는지 점검해 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재학 중이신 분이라면, 혹시 연구와 미팅에 치여서 잃었을지도 모르는 지적 열정을 다시 한번 불러내 보면 어떨까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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