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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랑크톤 Jul 01. 2024

독서

2024년 5월 29일



 작년에는 책을 64권 읽었다. 책마다 두께와 난이도가 다르지만, 단순 나눠 계산해 보자면 매주 한 권씩은 책을 완독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는 반절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 완독한 책은 5권뿐이다. 현재 병렬 독서 중인 책은 세 권이니, 그걸 다 읽는 대도 상반기에 총 8권. 개인적으로는 좀 창피한 기록이다.


 내가 지금 어느 정도 공감 능력이 있는 인간으로 자라있는 것은 사실 소설 덕분인 것 같다. 소설 속의 누군가에게 완전히 이입하여 그 세계를 누비고, 그가 느낄 감정을 똑같이 느껴보는데 어찌 시야가 넓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예전에 인터넷 어딘가에서 독서에 취미를 붙이는 사람들은 초반에 일종의 '광기의 시기'를 거친다고 본 적이 있다. 어떤 한 가지 장르에 미쳐 닥치는 대로 읽어대는 시기가 공통적으로 존재함을 말한다. 나의 경우엔 중학교 때 만화책, 인터넷 소설, 판타지 소설이었고 고등학교 때는 일본 추리소설이었다. 나는 그 시기 동안 책을 보는 중간에 동생이 말을 걸어 몰입을 깨면 불같이 화를 냈고, 용돈을 주는 족족 책방에 다 갖다바친다며 엄마에게 혼나기도 했다.

 아이들은 그 시기에 활자와 친해지고 책을 좋아하게 된다. 장르가 어떤 것이든 간에한 분야의 책을 방대하게 읽는 과정에서 어휘력과 독해력이 늘고, 빅데이터가 쌓이며 책과 책을 비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이 책은 스토리라인이 부진하네, 기승전결이 아쉽네, 등장인물 포맷이 뻔하네, 이 작가는 문체가 좋네, 별로네 등등..

 분명 그 시기가 있어야만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수 있다. 광기의 시기가 지나면 점차 장르의 범위가 넓어지고 많은 분야의 책도 포용할 수 있게 된다. 책과 일단 친해지면 좋은 점은 책과 꽤 긴 시간 멀어졌다가도 언제든 다시 다가설 수 있다. 나도 성인이 되고 이십 대 내내 책을 거의 보지 않았다. 하지만 서른이 된 후 기억나지 않는 어떤 계기로  다시 책을 잡기 시작했고 그 습관은 아직까지도 잘 이어지고 있다. 요즘의 내 독서는 흥미 위주의 소설과 재미는 덜하지만 필요한 책들 사이의 적당한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닌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비문학을 한참 읽다 보면 문학이 주는 몰입감이 그립고, 문학을 한참 읽다 보면 비문학이 주는 실용적인 느낌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 한 장르에 꽂혀 독서를 하더라도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않고 그 채로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다만 만화책의 경우엔 조금 반대.. 건강하지 못한 가치관을 학습할 수 있다.) 어릴 적, 내 교육에 욕심이 많던 엄마는 각종 위인전과 역사책 등을 전집으로 사다 놓고 읽지 않는 나를 다그치곤 했었다. 나는 지금도 자기계발서는 전혀 보지 않으며, 역사를 주제로 한 책들에도 그다지 손이 가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우게 하겠다며 동화 영어 테이프를 집에서 하루 종일 틀어놓으시기도 했는데, 그게 노이로제가 되어 나는 학창 시절 내내 영어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으며 아직도 라디오라는 매체를 지루해한다.

 본인이 흥미가 있고 동기 부여가 되어야 그게 무엇이든지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이 간단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특히 양육자가 되는 경우엔,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아이를 들들 볶는다. 다른 양육자와 자신 혹은 다른 아이들 내 아이를 비교하며 생기는 불안감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투영하는 것이다. 

 나는 현재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내 동생에게도 뭔가를 조언하거나 권유할 때도 굉장히 많은 고민 후에 조심스럽게 제안을 한다. 선택은 너의 몫이자 책임이고 내가 하는 말은 어디까지나 첨언이라는 말과 함께.. 어린아이이던 다 큰 어른이든 간에 모든 인간은 스스로의 의지가 있어야만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독서로 시작한 일기가 어째 양육과 인간 심리까지 도달한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올해는 완독 수에 너무 강박을 가지진 않되 출퇴근 시간은 반드시 독서로 활용해야겠다고 결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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