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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이 농산업으로 바뀌어야 농업에 미래가 있다.

feat. [복지 vs 성장형 투자] 를 명확하게 구분한 재정정책

by Agri MSG

오늘날 세계 산업의 성장 트랜드는 조직화규모화다.


자동차 산업은 수십 년 전부터 대량 생산과 수직계열화로 글로벌 기업 몇 곳만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IT 산업에서도 플랫폼 기업의 M&A는 일상화되었고, 그 결과 구글·아마존·애플 같은 소수 기업이 전 세계 데이터를 장악한다.

유통업 또한 마찬가지다. 대형 마트와 온라인 플랫폼은 구매력과 물류망의 규모로 단가를 낮추고, 소비자에게는 더 저렴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산업이 성숙할수록 “작은 경쟁자 다수”의 시장은 “소수의 대형 조직”으로 재편된다.

규모와 조직력은 단순한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 단가와 품질,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결정짓는 힘이다.

- AI, Robot, 양자컴퓨터, SMR : 이런 새로운 산업들도 언젠가는...


농업도 마찬가지다.

시설원예 탑티어로 불리는 네덜란드도 생산면적은 증가세를 유지하지만(비록 기울기는 줄었더라도) 생산자의 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북미의 시설원예 확대 역시 개별 농가의 힘이 아니라 대형 유통기업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국내 농업도 고령화, 기후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시설 노후화, 농산물 시장 개방이라는 현실에 직면하면서 점차 조직화와 규모화의 흐름을 따르고 있다.

과거 농산이 그러했고, 최근에는 딸기 수출조직화가 대표적 사례다.


(당연하지만) 왜 이런 흐름이 만들어지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Price x Quantity - Cost

사업의 현재를 보여주는 단순한 식이다.

어떤 사업이든, 매출과 매입을 관리하고 :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이는 : 확대하는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계획하고 움직인다.


농산업도 동일하다.



1. 매출 측면: 품질과 시장의 조직화


품질 균일성 확보

농산물은 상품 자체의 품질이 가격에 직접 반영되는 품목이다. 품질에 영향을 주는건? 당연히 날씨 변화에 작물 생장환경을 적절하게 변화시켜 줄 수 있는지 여부가 결정적이다. 더불어 작물에 오는 병해충도.

기후변화가 농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유다. 기후변화는 단순히 예전과 다른 날씨가 전부가 아니라, 하루 안에서도 극심한 변동성이 큰 문제로 꼽힌다. 그에 따라 기존에 발생하지 않았던 병해충도 꼬이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환경변화에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좋은시설이 필요하고, 좋은 시설을 위해서는 자본투자가 필수적이다. 자본집적과 이에 따른 투자가 품질 균일성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인 것이다.


시장 접근성과 협상력

개별 농가는 유통업체와 대등하게 협상하기 어렵다. 반면, 규모화된 조직은 계약재배, 공동 브랜드, 대량 출하를 통해 대형 유통망과 직접 연결된다. 이는 단순히 도매시장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확보하게 한다.


수출 시장 진입

농업이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수시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제 규격을 충족하고 물류망을 공동 운영하는 조직화된 집단만이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단일 농가가 비용이 들어가는 물류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적고, 더군다나 나라마다 상이한 규격과 규제를 대응하는 것은 더욱 더 어렵다.

최근 한국 딸기 수출조직화가 이루어지는 형태를 보면 왜 외수시장 진출에 최소한의 조직화가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된다.


2. 매입 측면: 비용 절감의 규모화


에너지 비용

시설원예에서 냉난방 및 전기료 (에너지비용) 은 운영비용 중 작게는 30% 많게는 45% 까지 차지한다. 규모화된 온실은 신재생 에너지, 에너지 순환 시스템등에 투자할 자본력과 자금 확보력을 가질 수 있다. 품질균일성 확보와 에너지 비용 효율화는 같은 원동력(시설투자) 으로 달성할 수 있다.


노동력 관리

농업은 여전히 노동집약적이다. 개별 농장은 입퇴사가 잦고 숙련도 차이가 커서 생산성이 불안정하다. 규모화된 조직은 인력풀을 공유하고, 공동 교육으로 숙련도를 표준화해 인건비 대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생산 필주 자재비

농업 생산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묘와 자재는 개별 농가가 소량으로 구매하면 단가 협상력이 없다. 그러나 협동조직이나 법인 단위의 공동구매와 장기계약은 원가 절감의 핵심 수단이다.




매출·매입 구조에서 본 농산업의 성공조건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의 삶은 늘 개인의 생업에서 공동체의 산업으로 확장되어 왔다. 수렵과 채집에서 농경으로, 농경에서 산업혁명으로 이어진 흐름 속에는 한 가지 공통된 조건이 있었다. 바로 조직화와 규모화다. 작은 손길이 모여 규율을 만들고, 분산된 노동이 모여 구조를 형성할 때, 비로소 산업은 태동했다.


역사가 보여주듯, 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조직화다. 개인의 지식과 경험을 집단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과정, 즉 협회와 길드, 교육과 훈련을 통해 공유되고 규율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규모화다. 규모의 경제가 뒷받침될 때만 산업은 파급력을 갖는다. 소규모 농이 만들어내는 성과는 귀하지만, 산업적 지속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셋째, 지속가능성이다. 단기 성과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수 있는 구조. 사람과 자본, 데이터가 축적되고 재투자되는 체계가 마련될 때 농업은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모두가 미래 농산업을 상상하면서 기술을 이야기 할 때, 산업 발전의 과거와 지금의 발전향을 다시 정리해 보게 된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기술이란것도 이런 기본 구조 안에서 작동하게 될게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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