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엔 복숭아가 제철
지난번엔 마트에 딱복(단단한 복숭아)이 없어 물복(말랑한 복숭아)을 샀다.
오늘 마트에서 딱복을 발견했다.
아직 물복이 두 개 남아있고 딱복 가격이 비싼 것 같은데도 샀다.
보기만 해도 복숭아 향기가 콧 속에 맴도는 듯하다.
여름내 눅눅해진 모든 것들을 말린다는
책이며 옷이며 마음까지 햇볕에 뽀송하게 말린다는 처서다.
우리 집 마당에선 어머님께서 깨를 말리고 있다.
전번엔 넓게 펴서 말리시더니 이번엔 여러 개 묶음으로 세워서 말리고 있다. 밭에서 새로 베어 온 것들이다. 빨간 다라엔 깨 털어놓은 것을 말리고 있다. 돌 같은 것을 골라내신다.
풀벌레 소리가 우렁찬 처서의 밤.
밤 9시 종량제 봉투를 버리러 가는 길에 톡을 봤다.
함께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는 동생 경이가 왜 글 안 써? 뭐 했어? 톡이 와 있었다.
톡으로 답해야 좀 더 세련된 답장이 될 듯했으나 난 굳이 전화를 했다.
하루종일 삼 남매 픽업하느라 왔다 갔다 했다.
글은 정말 쓸게 없다.
오늘 하루를 되돌려보았다.
둘째와 둘째 친구들을 픽업해서 오는데 저 멀리 바다색이 예쁘대서 ‘쪽빛 바다’라고 했더니 왜 쪽빛이냐고 한다. 쪽 염색을 하면 저런 색이라고 답했다.
전방에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이라고 감탄하는데 어딘가를 두리번거리며 한라산 옆에 구름을 기어코 찾아내는 둘째
노을이 아름답지 않냐고 해도 건성으로 무심하게 네라고 대답하는 첫째
옛날옛적 맑은 날 멀리 바다가 반짝거린다며 감탄하던 마음과 언어는 어디로 간 걸까.
너희들 T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쪽빛 바다와 노을
사진을 못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