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약국위에는 5개의 병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동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소아과였다.
당시 소아과 원장님께 진료를 받기 위해 , 멀리 타지역에서 까지 오셔서 2시간이 넘는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소아과였고, 때문에 약국에서는 쉴새없이 가루약과 시럽 조제가 이루어졌다.
(평소에는 투약담당이였지만, 가끔가다 조제실에서 근무하는 날이면 매일 수백번도 넘게 청소했던 애증의 가루약분배기..)
그 날은 월요일이였다. 약국에 있는 약사님들께 "일주일 중에 가장 바쁜 날이 언제에요?" 하고 질문하신다면 거의 97% 정도는 "월요일이요!" 하고 말씀하실 것이다. 문전약국은 일요일에 병원이 쉬기때문에 더더욱 그렇고 로컬약국조차도 월요일의 폭풍은 피해갈 수 없다. (서울대학교병원, 아산병원 등 큰 규모의 종합병원 앞의 약국을 문전약국 이라고 하고, 동네 병의원의 근처에 있는 약국을 로컬약국 이라고 부른다)
당시에 나는 투약과 일반약판매 담당으로, 그날도 역시나 카운터 쪽에서 열심히 복약지도를 하는 중이였다
(이런느낌으로 투약구가 바로 보이는 곳에 주로 자리를 잡았다)
소아과 처방이 나갈때에는, 자그마한 투약병 2개와 아이가 쓴 약을 먹고 나서 입을 달랠 수 있도록 키즈비타민을 약봉투안에 함께 넣어준다. (투약병도 할 이야기가 참 많은데 이건 나중에 또 글로 써보도록 하겠다. 하루에 1000개씩 투약병 뚜껑을 조립하다 보면 손목이 남아나질 않았다)
이렇게 생긴 시럽병과
요런 뽀로로비타민 이나 핑크퐁비타민 을 2~3개씩 약봉투에 넣어준다
아이들이 아픈 와중에도 용감하게 소아과에 다녀오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당시 나는 약 봉투에 넣어주는 비타민 외에도, 아이들이 카운터 쪽으로 오면 "비타민 더줄게요~" 하면서 뽀로로비타민이나 핑크퐁 비타민을 3~4개씩 더 아이들 손에 쥐어주곤 하였다. "고맙습니다~" 하며 배꼽인사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피로가 조금이나마 풀리는 기분이였었다.
"oo이 약 나왔습니다~" 하고 꼬마손님을 불렀을 때, 아이 어머니께서 아이를 데리고 약을 타러 오셨다.
"이 흰색 항생제 시럽은 꼭 냉장보관 해주시고요~ 아침 저녁으로 5ml 씩 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전부 상온약이에요. 가루약 안에는 콧물코막힘, 목 안쪽의 염증빼주는 약이랑 약이 쓸까봐 유산균도 같이 들어갔습니다. 이 빨간시럽도 콧물코막힘 잡아주는 시럽인데, 하루에 세번, 7ml씩 가루약이랑 섞어서 주시면 됩니다. 정리해드리면 점심은 요 빨간시럽이랑 가루약만 주시고요, 아침 저녁으로는 모든 약을 다 주시면 됩니다. 약은 식전 식후 상관없이 다 섞어서 주셔도 괜찮습니다. 이 빨간시럽이 조금 졸릴 수 있으세요" 하며 복약지도를 마친 후, 옆에 서있는 아이가 예뻐서 뽀로로비타민을 3~4개정도 집어서 아이한테 전해주었다.
아이가 비타민을 손에 들고 머뭇머뭇거리자, 아이 어머니께서는 "oo이 어른들이 먹을거 주시면 엄마가 어떻게 해야한다고 했어요~?" 하며 아이에게 질문을 하셨고, 아이는 잠깐 망설이더니 "먹을거주면.. 도망가야해!!" 하며 비타민을 카운터 위에 놓고 문쪽으로 뒷걸음질 치며 달려나갔다.
(도망가야해!!)
그 모습을 지켜본 나와 근무약사 형, 실장님은 연신 웃음을 터뜨렸고, 아이 어머니께서는 "죄송합니다 아휴 죄송합니다" 하시며 뛰어나가는 아이를 다시 데려오셨다.
아이 어머니께서 "그건 모르는 어른들이 줄 때 도망가야 하는거고, 지금은 엄마랑 같이있고 엄마가 아는 약사님이니까 oo이가 감사합니다~ 하고 받으면 되는거에요~ " 하시자 꼬마손님은 "감사합니다~" 하며 비타민을 다시 주머니 속에 넣었고, 기다리시던 다른 손님들도 "아이가 참 똑똑하다" 하시면서, 자식교육을 너무 잘 시켰다고 아이어머니를 칭찬해 주셨다.
정말정말 눈코뜰새없이 바쁜 월요일이였지만, 이렇게 귀엽고 재밌는 에피소드들이 있어서 약국일을 힘차게 할 수 있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