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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약중강약 Feb 17. 2023

민망한 복약지도


"어서오세요~ xx약국 입니다~"




때는 바야흐로 내가 투약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봄날의 초저녁, 드르르륵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우람한 풍채를 풍기시는 남성분께서 꼬마 아이와 함께 들어오셨다.




남성분께서는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하시는 인사를 건네시며 처방전을 주셨고, 나는 '와 진짜 젠틀하시고 멋있으시다' 하는 생각을 하며 투약구를 통해 처방전을 조제실로 전달했다.






약을 짓는 동안 남성분과 아이가 카운터 가까이에 오자, 나는 평소처럼 뽀로로 비타민 캔디 3개를 건네주었다.




아이는 뽀로로 비타민을 받아든 채 남성분의 얼굴을 바라보았고, 남성분께서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거리셨다.




'와 진짜 보기 너무좋은 부자지간이다' 하는 생각을 하며 기다리고 있던 찰나, 투약구를 통해 약이 나왔고, 나는 서둘러 약을 들고 카운터 앞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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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oo이 약 3일치 나왔네요! 여기 보이시는 흰색 물약은 항생제인데 냉장보관하면 맛이 써지니까 꼭 실온에 보관해 주시고요. 냉장보관 하시면 안됩니다~! 아침저녁으로 한번씩 주시면 되고요. 여기 보이시는 갈색 시럽은 목 안쪽 염증 빼주는 약이에요. 그리고 가루약 안에는 콧물 코막힘 비염 잡아주는 약 들어갔습니다. 얘는 씹어먹는 비염약인데 저녁에 한번 주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아침은 약이 3개, 점심은 항생제 빼고 약이 2개, 저녁은 약 전부 다 해서 4개 다 주시면 됩니다. 약은 꼭 끝까지 다 주셔야 해요! " 하고  준비했던 멘트를 마치고, 약을 봉투에 담아 건네드렸다.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건네드리는 짤)





열심히 복약지도를 하고 완벽한 멘트를 했다는 생각에 속으로 뿌듯해 하고 있던 찰나, 남성분께서는 내 실습가운을 보시더니 "우와 요즘은 이렇게 실습도 나오나봐요! " 하며 말씀하셨고  나는 "네! 요즘은 약대가 6년제로 바뀌어서 1년동안 실습을 나옵니다!" 하고 답변드렸다. 남성분께서는 질문을 이어가셨다.




남성분: "아 그렇구나~ 학교가 어디세요??"




나: "저 xx대학교입니다!"




남성분: "와 진짜 약대 다니실 정도면 엄청 똑똑하셨겠어요 ㅠㅠ 저희아들도 선생님처럼 똑똑하게 자랐으면 좋겠네요 ~"




하시며 칭찬해주시자 나는 부끄러워 하며 속으로 티안나게 기뻐하는 중이였다.





"앗 아닙니다~ 아드님이 훨씬 더 똑똑하실 거에요!" 하며 남성분께 말씀드리는 찰나,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셨는지, 갑자기 조제실 위층 다락창고에 다녀오시겠다던 국장님께서 뒤에서 후다다닥 나오셨다. 그리고 남성분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드리며 




"원장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러시고는 , "원장님 이번에 실습중인 저희 실습생입니다. xx쌤 여기는 위에 4층 소아과 원장님이세요." 하고 덧붙이였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본인이 직접 처방내린 약을 가지고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을 하고, 용법용량과 주의사항을 말씀드리고, "아드님이 저보다 훨씬 똑똑하실거에요~" 하는 말을 했던거였다 ㅎㅎㅎㅎ 이제 투약을 시작한 병아리약사가 적어도 20년은 공부하셨을 소아과 원장님한테 약설명을 했다니 ㅋㅋㅋㅋㅋ 하이고 지금생각해도 얼굴이 참 화끈거린다. 




(회사로 예를들면.. 사장님이 내린 지시사항을 신입사원이 사장님한테 다시 들고가서 조목조목 다시 설명하고  이건 이렇게 하시고 저건 저렇게 하시면 안되십니다~ 하고 주의 할 점을 짚어드린 셈이다.)






"설명이 참 좋으네요 약사님 ㅎㅎ 국장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열정있는 실습생도 받으시고! ㅎㅎㅎ 약사님도 실습 잘 마무리 하셔서 훌륭한 약사님이 되시길 바랄게요~"


하며 남성분(원장님)은 꼬마아들과 함께 약국 문을 나서셨고, 나는 오늘도 벙찐 기분을 느끼며 그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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