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시즌 4-2(스포 있음)
"약자를 무력화시키고 먹이로 삼아서 불안정한 생태계에 균형과 질서를 가져오거든.
하지만 인간세계는 이 조화를 방해하고 있었어.
사실, 인간은 독특한 존재의 해충이야.
증식하고 우리 세계를 병들게 하면서 자기들만의 구조를 강조하지.
몹시 부자연스러운 구조를 남들이 질서라 부르는 것이 내게는 구속이었어.
인위적인 규칙이 지배하는 잔인하고 억압적인 세상.
초, 분, 시, 일, 주, 월, 연, 수십 년, 각각의 삶은 이전 삶의 빛바랜 복제품일 뿐이야.
일어나고 먹고 일하고 자고 번식하고 죽지.
모두가 그저 기다려.
모든 게 끝나기만을 기다리지.
그 우스꽝스럽고 끔찍한 연극을 매일같이 하면서.
난 그럴 수 없었어.
도저히 내 정신을 닫고 광기에 동참할 수 없었지. 괜찮은 척할 수 없었지.
그러다 깨달았어. 그럴 필요 없다는 걸.
나만의 규칙을 만들어서 고장 난 세계의 균형을 되찾으면 되는 거였어.
선의를 가진 포식자로서 연습하면서 보니깐. 상상했던 것보다 할 수 있는 게 많더군.
난 남에게 닿을 수 있었어.
그들의 정신과 그들의 기억에.
난 탐험가가 됐어. 내 부모의 진짜 얼굴도 봤지.
겉으로는 선량하고 평범한 사람들로 스스로를 포장했지만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다 거짓이었어. 끔찍한 거짓.
그들이 저지른 짓은 참혹할 정도였지.
난 그들에게 자신의 진짜 얼굴을 보여줬어.
거울을 들이 민 거야.
순진한 내 아버지는 자기들의 죄 때문에 악마가 저주를 건 줄 알았지만 어머니는 눈치를 챘어.
그 거울을 들이 댄 게 나라는 걸 알았지.
그런 날 얼마나 경멸하던지.
전문가라는 박사한테 연락해서 날 가둬놓고 고쳐달라고도 하더군.
고장 난 건 내가 아니라 자기들이면서 말이야.
그래서 다른 방법이 없었어.
행동할 수밖에 없었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생명을 빼앗을 때마다 난 강해졌어.
더 강력해졌지. 그들은 내 일부가 됐어.
하지만 난 아직 어렸고 내 한계를 미처 몰랐어.
하마터면 죽을뻔했지.
힘을 발견한 곳은 과거의 기억 속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