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탄산수를 몇 모금 더 들이켰다. 요즘 부쩍 아니 많이 늘었다. 물대신 먹기 시작한 것이. 항암 차수가 늘면서 갈증은 점점 심해졌고, 아무리 물을 많이 먹어도 해소되는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선택한것이 탄산수였다.
그러고 보니 떡라면도 먹고 싶고 삼겹살도 먹고 싶다. 콩나물김칫국은 또 어떻고. 흰 밥에 김치를 쭈욱 찢어 올려 한입 가득 먹고, 거기다 조미김까지 얹어 주면 정말 맛있는데. 침이 한가득 고인다.
그런데 이 음식들이 고귀하고 값 비싸 사 먹지도, 해 먹지도 못하는 음식들이라면 그나마 덜 억울할 텐데.
나는 본래 음식에 큰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음식은 단지 나에게 죽지 않을 만큼만 딱 그만큼만 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즐거움도 먹는 즐거움도 느끼지못했다. 오히려 먹는 시간이 아까웠다. 사람이 먹지 않으면 요리도 안 해도 되고, 돈도 그만큼 덜 쓰고, 그 시간에 다른 생산 있는 것들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텐데라고 난 늘 생각하곤했다.
나는 차가운 탄산수 병을 손 안 가득 그러쥐고 뚜껑을 다시 열었다. '치이익' 하며 물방울 같은 하얀기포들이 뽀글뽀글 올라왔다. 그것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한 모금 더 먹어보니 톡 쏘는 맛이 내 세포와 신경들을 잠시잠깐황홀하게 만들었다. 만족스러웠다. 뭐니 뭐니 해도 갈증은 조금 덜어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