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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귀 Jul 20. 2023

인생을 나무에게 배우다.

팽나무

나무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위로해 주는 안식처로 우리 곁에 머물렀다.

농부들은 뙤약볕 아래서 농사일을 하다가 힘들면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서 땀을 식혔고, 집안의 크고 작은 우환이 있을 때면 마을 어귀의 당산목을 찾아 지치고 아픈 마음을 내려놓곤 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나누며 살아온 나무가 하늘을 향해 크게 자랄 수 있는 것은 바람에 수없이 흔들리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팽나무에게 있어 흔들림은 스스로를 더 강하고 크게 만든다. 인간사라고 다를까.

공자는 마흔이 되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과연 마흔이 됐다고 흔들리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인간은 작은 유혹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시련 앞에 맥없이 무너지는 약한 존재다.

그러니 흔들리지 않으려 너무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흔들리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힘을 빼고 세월의 흐름에 온몸을 맡겨 보는 것. 바닷가 포구에서 거친 바람을 맞으며 살아가는 팽나무처럼.


도종환 시인이 말했듯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고, 흔들리지 않고 곧게 서는 줄기도 없다.


나무가 아름다운 이유는 빛이 디자인하고 바람이 다듬기 때문이라는 것을.


오늘도 난 흔들리되 다시 중심을 잡고 다시 일어나고 또 걸어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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