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어느새'라는 표현을 배운 순간이었다.
선선한 여름밤, 도시에 빛이 닿지 않는 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아무도 없는 주차장 아스팔트 위에 누워 쏟아지는 별을 보았다.
별은 본 기억은 별로 없다. 도시에 살면서 자연의 빛을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 않은가.
한 번도 본 적 없지만, 왠지 하늘을 가득 메운 별은 좀 무서울 것 같았다. 얼마나 멀리 있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 내 머리 위에서 닿을 것만 같이 빛나고 있는 건 조금 부담스러웠다.
얼마 전 시골에 갈 일이 있었다. 24시간 편의점이 8시쯤 문을 닫는 그런 동네였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 밤공기를 쐬러 나온 길이었다. 휴대폰 플래시에 의지하여 걷던 중 문득 하늘을 쳐다봤고 나는 살며시 플래시를 껐다.
별들이 마치 바늘로 찌르면 하늘이 터지며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이 흩뿌려져 있었다. 늦은 저녁 무렵 환한 반달이 떠있을 땐 보이지 않던 별들이 새벽녘 달이 그 모습을 감추자 환히 드러났다.
저 많은 별들이 내 머리 위로 떨어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왔음에 약간의 감사함을 표했다.
달빛이 비치지 않으니 빛나는 별들이 있었다. 늘 내 머리 위에 부유하던 별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을지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리라도 그저 있어야 하기에 존재하는 별들은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에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별이라 하여 그 존재를 없다 할 것인가? 그 빛이 약하다 하여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아무리 멀다 하여 가치가 없다 말하지 않을 것이다. 저 별은 고흐의 목 밑에서 출렁거리던 별 빛이요, 윤동주의 지극한 그리움이 새겨진 별 빛이요, 알퐁스 도데가 사랑을 담았던 별 빛이다.
그리고 나에게 오래 기억될 순간을 선물해 준 별 빛이다.
플래시를 끌 때 별은 그 모습을 보여줬다. 땅의 빛을 멈추자 하늘의 빛이 내려왔다. 나의 빛이 죽음으로 비로소 보이는 당신의 빛이었다.
좋아하는 노래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페퍼톤스 - GIVE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