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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Feb 13. 2024

나의 일본생활 3

일본 친구의 또라이 남편을 만 나다


아이고 다리야!


계단 중간중간 쉬었다.  

노인은 이런 곳에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산속 집은  사진으로 보면 멋지지만 살기에는 불편하니 땅값이 싸더라도 노후를 생각해서 집을 짓는 곳으로는 알맞지 않다)


꼭대기에 다다르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넓은 도로가 보이고 왼편에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지면보다 낮은 위치에 있었다.


이번에는 계단을 좀 내려가니, 작은 출입구가 보였다. ( 장마철에 빗물은 어디로 흘러가나? 별 쓸데없는 걱정을 한다)

이마이는 나를 보고 있었는지  벌써 문을 열고 환한 얼굴로 나를 맞아 주었다.


현관 안쪽으로 들어가서 집안 내부를 본 순간 감탄했다.


4m는 될듯한 높은 천장에 날씬하고 긴 조명,샹들리에, 드라이플라워도 운치 있게 매달려 있고,  삼 면이 통유리에, 길고 긴 흰 커튼이 삼면 전체에 멋들어지게 달려있는 진짜 콘크리트가 그대로 드러나는 집이었다!


“우와 “ 스고이!!  통유리를 통해 공원이며 나무들이 한눈에 보였다. 그 넓은 통유리 밖에는 아무 집도 없었다. 저 밑에 땅도 다 샀기 때문이란다.

     너네 부자구나!


이층과 일층을 나누는 현관에서 1층  리빙으로 내려가는 가는 계단이 거친 느낌으로 코너를 각지게 만들며 길게 내리 뻗어있었고,

벽 반대편에는  불안해 보이는 얇은 손잡이가 밑으로 쭈—욱 달려있었지만 ”뻥“뚫린 거였다! 무서운 계단이라 벽을 손으로 짚으며 내려왔다.


애들은 떨어지겠다… 왜 계단을 이렇게 설계했을까?


계단 벽에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은 상장들과

 그림들이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이마이는 애가 둘이구나…


먼저 온 엄마 중에 한 명은 유치원 때부터 좀 아는 사이 있었다. 그녀는 아주 친절하고,  학교나 마을 봉사활동에 적극적인 친절한 사람이었다.


우리 셋은 넓고 두꺼운 나무  테이블에 자리 잡고 앉아, 그녀의 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고, 그녀가 가스 오븐에 구워준 베이컨 빵도, 카부 (야채)를 넣고 끓인 미소 수프도 겁나게 칭찬했다.

정말 맛이 일품이었다.



그녀가 내려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드는 기분은 숲 속 카페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다.


잡지책에 실린 적이 있은 집이라며 책장에서 먼지 묻은 잡지를 보여주며 대단한 건축가가 지었다고  

이마이가 웃으며 말했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그녀에게 집을 구경시켜 달라고 했다.  

우리는 이층으로 올라가며

“계단이 애들한테 조금 무섭겠다!” 고 내가 말했다. 사실 이 무시무시한 계단이 신경 쓰였다.(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전부 남편이 생각한 거야”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

…… 아무도 대꾸 안 했다


2층에 방도 하나밖에 없어서 신기했지만 물어보지 않았다. 속으로는 초 6학년 아들, 초등 3학년 딸은 어디서 잠을 자나? …  남의 집 일이다.

우리는 또 겁나게 스고이! 를 외치며 멋진 집이라고 칭찬을 아낌없이 쏟아줬다.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이 멋진 집에 먼지가

엄청 쌓여 있고,  가스레인지는 언제 닦았는지 알 수 없이 더러웠으며, 무엇보다 흰  커튼 밑부분의 시꺼멓게 보이는 엄청난 양의  곰팡이었다.

이층 커튼도 곰팡이가 많았다.


왜 이지경이 되도록 청소를 안 하지?  의아했다.

나는 콘크리트 벽이서 나오는 서늘한 찬기운에  따스함을 느낄 수 없었고, 저 멀리 정면 산 중턱에 보이는 공동묘지도 신경이 쓰였다.. ( 참고로 일본사람들은 공동묘지 옆에 멋진 집을 짓고 사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 귀신이 안 무서운 게다. (나는 무서움을 많이 타 세수할 때 눈뜨고 한다)


이렇게 나와 이마이는 가끔씩 밥같이 먹는 사이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6월 어느 날 그녀가 유명한 장미 축제를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 그렇지만 나는 운전이 미숙해서 자신이 없다고 했더니 그녀의 남편이 태워다 줄 거라며 재차 가자고 했다. 나는 평소에 가드닝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기뻤다. 일본의 4계절 장미, 영국장미를 빨리 보고 싶었다.  …


그녀의 남편이 흰색 6인승 웨건을 몰고 우리 집

맨션 앞으로 왔다.  


“하지메 마시때” 야마구찌 데수! 교우 요로시꾸 오네가이시 마수!. (처음 뵙겠습니다. 야마구치예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싹싹하게 인사했다.


 …………,, 그는 웃음기 하나 없이, 모가지만 아주

살짝 끄덕였다!


뭐 저런 X 같은 이라고 생각했다.


눈썹 간격이 아주 좁고 신경질적인 얼굴로 피부도 씨꺼멓고 눈매가 일반스럽지 않았다.  

근데 일본 놈이 키도 컸다! 185cm 이상 되 보였다. 상체가 긴 건지 아무튼 괴물스럽게 보였다.


차가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 나는 차속 손잡이를 “꽉” 잡았다. 주택가를 시속 70 km이상스피드로 코너를 돌 때도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직진할 때와 같은 스피드로  코너돌기를 반복했다. 아찔함을

느꼈다.

참나!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이마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태연했다. 사실 이마이도 차를 빨리 모는 타입이긴 했다.

25분이 지옥 같았다. 그래도 난 살아서 안도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나에마“장미에 홀딱 반해 한 개 6000엔이나 주고 두 개를 사버렸다.  맨션에서 어찌 키울까 생각도 안 했다. 그녀는 큰 화분을 샀다.  오후가 되니 피곤했다.


돌아가는 차도 그놈이 오기로 했는데 걱정이었다.

그놈이 오기 전에 우리는 커피 한잔 하며 이런저런  쓸모없는 이야기를 하던 중 이마이가 불쑥

“나 이혼하고 싶어”라고 했다.


보통 일본사람들은 마음속 이야기를 안 하는데,

나한테 이런 말를 하는 그녀에 깜짝 놀랐다.

어쩌다 저런 야쿠자 같이 무섭게 생긴 놈이랑 결혼했을까?

여성스럽고 뼈만 남은 이마이가 불쌍해 보였고 , 그 넓고 아름다운 집에 살면서 불행하구나 너….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라기보다 같이 사는 게 너무 힘들어… 우리는 한 집에 살면서 말 한마디 안 섞고 산지 오래됐어”!



자녀 교육에 관한 사사건건 모든 것에 의견이 안 맞고, “학교 한번 안 오는 거 알잖아. 관심이 없는 건지

뭔지 이젠 모르겠어..,  

남편자신은 출장핑계로 허구한 날 해외로 나가면서 나랑 애들은 한 번도 안 데려 나가 주고, 생활비가

부족해도 더 달라는 소리 한번 못하고 산다고 했다.

하물며 아들 학원비를 너무 아까워해서 특히 미치겠다고 했다.  그녀의 불만 중 제일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은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여름에 더워서 (참고로 일본은 에어컨 없으면 죽는 게 차라리 낫다) 창문을 열어야 하는데 창문에  방충망이 없어서 더워 죽겠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늠은  악마가 틀림없었다!


그러 보고니 애들이 학원을 안 다니고 있었다. 그래도 머리가 얼마나 좋은지 아들, 딸 둘 다 학교에서 톱이었다.


그랬구나… 갑자기 듣는 고백이라 그냥 들어주었다

“ 아르바이트해서 모아둔 천만 원이 있는데, 내가 애들 데리고 필리핀이라도 여행 갔다 올까 하는 생각도 해”


“많이도 모았네!”  그 돈으로 방충망도  하고, 애들 학원비도 내면 좋겠는데? “


그녀가 발끈했다. “ 그런 건 아빠가 해야지, 내가 하면 아빠 체면이 안 서잖아!”

……. 이게 도대체 무신 소리여? 그녀의 희한한 발상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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