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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Apr 08. 2024

나의 일본 생활 6

나이 먹어도 긴장되는 면접.

전업주부 7년은 나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었지만, 사회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주부로 집에 있는 시간이 편하고 좋기도 했다


전업주부가 편하다. 라고 말하면 ‘화를 낼 주부님들이  많겠지만, 내 경험으로는 전업 주부보다는 밖에서 돈 버는 것이 더 힘들었다.


책임감은 물론, 출근 시간에 맞추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을 하는 것이 쉽지 않고


어느 곳에 나 존재하는 ‘또라이‘ 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적으로 지친다.

상사 비위 맞추기는 늘상 있는 일이다.


그중 으뜸으로 힘든 것은, 주부는 출근도 하고 집안일도 전업주부였을 때와 같은 양의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7년을 놀고 보니, 사회는 나 없이도 눈부시게 발전하였고, 나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또 남편월급을  요리조리 쪼게 가며 쪼잔하게 살아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커피 한잔도  폼나게 마시고 싶고, 맘에 드는 옷도  고민없이 사고 싶다.


또한 남편혼자 가족부양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미안했다. 둘이 함께 노력하면 더 좋으니까.


맘에 걸리는건, 일본인들과 일하면 정말 나를 ‘개처럼’ 부려먹을 것 같았고, 그 유명한 ‘따돌림’는 안 당할까? 불안했다.

집구석에서 걱정만 하고 있어도 해결되는 건 없다. 일단 부딪혀보기로 한 것이다.


큰 큐모의 가게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이층

면접실로 안내를 받고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30대쯤으로 보이는 점장이 상냥한 말투로

“이쪽으로 앉으세요!”

간단히 면접 시작 하겠습니다.

              지금은 이쁜 유니폼으로 변했다

첫 질문이.

“그 많은 ‘다이소’ 중에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죠? “

“으음… 집이랑 가까워서요”

 “그러시군요!“

“무거운 물건 들 수 있으세요?”

“ 무거운 게 뭐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그릇 박스 같은걸 2층으로 들고 오기도 하고…  

“그릇요?“       (맞어 그릇이 있지…이런곳은)

남자 직원은 없나요?

점장이 살짝 웃었다. 공평하게 누구나 해야 합니다.

“아! 네”

“머리는 3번 색으로 (미역색. 검정) 맞출 수 있겠습니까?

“ 머리는 왜요?”

“ 여기는 ”갈색“은 허락되지 않습니다. “

내키지 않았지만 , 일단 ” 네 “ 바꾸겠습니다.

“신발도 발을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로고’ 없는 조깅화 같은 것만 가능합니다 “.

“네,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질문 있으십니까?”

“아니요”

“다시 한번 물을께요.“ 많은 곳 중에 왜  이곳을 지원하셨죠?”

속으로 요걸 잘 대답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떨어질 충분한 이유를 갖추었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짧은 순간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처음 대답보다 나은 대답이 생각이 안 났다.

‘다이소’에 내가 무슨 ‘큰 비젼’ 을 생각해 ‘커리어’ 쌓자고 지원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깝고 집에 빨리 뛰어갈 수 있고, 골치 아프게 머리 안 쓰고, 몸만 쓰는 게 좋고, 그런 거지.. 나는 대단한 지원이유가 없는데….

이깟 다이소 알바도 까다롭네…


“가까워서요”, 사실 애가 어리거든요…라고 덧 붙였다. 그녀가 기대하는 답은 이게 아닌데…


“네, 잘 알겠습니다. 결과는 통과 하셨을 경우에만

 1주일 이내로 연락을 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인사 후 가게를 나오면서, 직원들을 보았다.


하나같이 검정으로 염색하고 있었고, 검정바지에 흰 셔츠를 입고 시뻘건 앞치마에 ‘다이소‘라고 흰색으로  크게 박혀 있었다.

‘평등해 보이는 ‘블루칼라’ 복장이었다.


나는  제대로 된 지원이유도 없고, 밝은 갈색 염색

머리, 삐쩍 말라 힘없어 보이고, 외국인, 게다가 왜요? 도 많다. 난 분명 떨어졌을 것이다. 누가 나 같은 사람을 뽑겠나?


집에 밝은 얼굴로 돌아오니, 남편이 “ 어땠어?”


“응… 나보고 머리 쌔까맣게 해야 되고, 엄청 무거운  그릇을 2층으로 끌고 올라 가야 한데…


“ 연락 와도 가지 마! “힘도 없는데 다치면 병원비가 더 많이 들어! “

나는 피식 웃었다. ( 생각해서 하는 말인 줄 알기는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1주일 2주일 ,, 연락이 안 왔다.

나는 기가 ‘팍’ 죽었다.  개나 소나 다 뽑아주는 다이소, 깔봤다.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내 친구도 ‘유니끌로’ 면접을 간다고 했었다.   레벨 높은 곳을 지원할 완벽한 ‘일어 실력이’ 되는 친구가 무척 부러웠다.


상심한 나는 친구랑 밥 먹으면서 감히 나를 떨어뜨린…, 다이소

그리고 일어 1급. 일본생활 20년째인 그녀를 떨어트린 “ 유니끌로와 다이소를   ‘오지게’ 욕했다.

“ 야! 갓잖타! 꼴에 우리 같은 인재를 떨어뜨린다!

니는 영어도 하제, 일어도 하제, 미친 거 아이라!

“ 다이소에 영어가 무슨 소용인노!

“그건 또 글치” ㅎㅎㅎ

“고마 때려치우자!”

“그래, 야~ 더럽다. 더러워, 고마 치우자 까짓거!


그리고 나는 기가 ‘팍 팍‘ 죽었고, 일 년을 충격 속에  지냈다.

딱 일 년 후 다시 용기를 냈다.

“여보 오늘 면접 갔다 올게”

“어디 가는데?”

“무인 양품mujirushi”

“ 거기 블랙기업이라고 소문났어!”

… 그래?

난 또 떨어졌다. “그늠들은 도대체 ‘나의 어디가 맘에 안 드는 걸까? “


그 무렵부터 청소하시는 분들도 우러러보게 되었다. 슈퍼마켓에 계산대 아줌마들도 엄청 대단해 보였고, 프로정신으로 똘똘 뭉친 일사불란한 몸짓과, 똑같은 유니폼, 똑같은 말을 하루종일 새처럼  반복할 수 있는, 저런 정신력!  모두들 대단한 인생 선배로 보였다. 내 자존심은 땅바닥을 쳤고, 가치 없는 인간이 된 것 같았다. 내가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는 걸 느끼고 싶어졌다.



대단해 보이지 않았던 다이소, 무한양품도, 유니끌로도,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인간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아직 이 일본사회가 어떤 인력을 필요로 하는지, 내가 어떤 곳에 맞는 인간인지 파악하지 못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내 입맛에 “딱 “맞는 간단한 알바란 없다는 것이었다.’


유니끌로에서 떨어진 친구가 취업했다며 연락이 왔다.

“ 어머, 축하해! “

“고맙당”

“어떤 곳이야?”

“월급계산 하는 곳인데, 똑같은 내용을 입력하는 거야, 니도 올래? “

“아니, 나는 먼 곳은 자신 없어. 애가 있잖아!”

“그렇지”

“시급이 17000원이야! “

“부럽다”

나도 ‘파견회사’ 등록해볼까? “

“그래 함 해봐” 소개 많이 해주더라! “

“고마워”


며칠 후 남편손을 잡고 ‘파견회사’ 등록을 위해 전철을 타고 ‘신주쿠’를 향했다. 12개의 노선이 있는 ‘신쥬꾸’ 역은 너무 넓어서 남편손을 잡고 ‘졸졸’ 따라다녀야 했다.  큰 도시 전철역은 어마무시하다.


돈을 벌어보겠다는 결심을 한 2년만에 겨우 일본에서 첫 알바를 구했다.  


일본인 무리중 딱 한명 ‘외국인‘인 나에게 29살먹은 ’어린 가시나‘ㅎ는 첫 만남에서 반말로 서열 구분을 시작했다.   “헛 참나! 저 ‘가시나’ 내하고 붙어볼라 그러네?”  내가 니 엄마 뻘이다!


40넘어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호락호락 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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