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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Jan 29. 2024

일본 시어머니와 함께 살면서 2

           어머님 왜 그러셨어요?

2023년 10월 어느 날  남편이 39.5도의 고열과 한기, 기침을 밤새도록 해 댔다.  얼굴이 거므스름 한 것이 심상치 않은 감기인 게 분명했다.



여보 혹시 코로나 아닐까?

아니야.. 나는 원래 너무 피곤하면 가끔 이렇게 열이 날 때도 있어…

오늘 하루 자고 나면 개운해질 거야.라고 했다.

20여 년 결혼생활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증상이다.

해열제 타이레놀을 먹었지만 소용이 없다.

물수건으로 열을 내리기 위해 밤새 닦고 닦고 또 닦고 한 살이라도 어린 남편이라 이럴 땐 남동생 같고, 얼마나 아프면 얼굴이 저지경으로 시꺼멀까.. 가여웠다.



 다음날 아침 9시쯤 내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이건 분명 코로나라는 직감이 왔다. 재빨리 병원에 코로나 검사 두 명을 예약해 두었다.


기절한 듯 누워있는 남편에게

여보 혹시라도 모르니까 우리 코로나 검사해 보자... 우리 두 명 예약이 됐어.


남편이 펄쩍 뛰며, 왜 니 맘대로 예약해?

나는 괜찮아질 거라니까!! 라며 씨커먼 얼굴로 화를 내는 것이었다.  

기가 찼지만 나는 화낼 기운도 없었다.


누가 봐도 코로나 증상인데 믿기 싫은 게 분명했다. 지금까지 몇 년을 잘 버텨온 우리가 2023년 말이 되어 코로나에 걸렸다는 걸 믿고 싶지 않겠지…



그래? 그럼 나 혼자 검사하고 올께!  라고 소리 질렀다.

나는 마음속으로 (내가 코로나면 니는 죽을 줄 알아라!)


집 근처  사이토 내과에 가서  긴 면봉을 콧구멍 속에 집어넣는 끔찍한 검사를 실시했다.

역시나 코로나였다!!!

곧바로 병원에서 집으로 전화를 걸어 시어머니와 동선 겹치지 않게 조치를 취하라고 남편에게 연락했다.


별로 사랑하지 않는 사이지만  코로나와 같은 무서운 감기에 걸려 죽는? 그런 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왠지 아픈 건 싫고 오래 살기를 바란다.


우리 세 식구는 2층에서  생활하고 있었고, 시어머니는 1층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결과 우리 셋은 차례로 코로나에 걸렸다.

시어머니만 빼고.


특히 나는 10일 동안 심각할 정도로 고열에 시달렸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하필이면 예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헬리코박터 균을 몰살시키는, 그 독하디 독한 항생제를 이틀째 복용하던 중에 코로나가 겹친 상황이었다.  

아…. 항생제 덕분에 내 얼굴도 씨꺼멓게 변했다.

뼈만 남은 내가 얼굴도 이지경 이라니 … 죽을 맛이었다. 해골바가지가 따로 없었다.



살려면 무언가 입맛이 없어도 먹어야 했다. 17살 딸 에게 흰 죽이라도 좀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역시 젊은 딸은 코로나 경증인지 나보다는 멀쩡했다.


남편이 만들어준  칠흑처럼 새까만 우동 국물에 오로지 우동 국수만 허~옇게 떠있는 우동을  얻어먹고, 두 번은 먹을 자신이 없었다.

진짜 맛없었다.  


17살 딸이 처음 만들어준 흰 죽은 억지로 몇숟갈 떠먹었다. 겨우 겨우 일어설 힘은 생겼다.


아이스 커피는 마실만 했지만 음식맛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여보 과일이라도 좀 사 와 줄래? ”

조금 정신 차린 남편이 시커멓게 된 얼굴로 마스크를 하고 복숭아 4개를 3만 원 주고 사 왔다.

복숭아는 먹을만했다.

복숭아 통조림도 사 왔다.


밥 때문에 너무 힘든 나날이었다. 일본은 배달 음식이 발달되어 있지 않는 나라이다. 게다가 아플 때는 왜 이리 한국음식만 땡기는지 … 3킬로가 빠졌다. 굶어서…. 남편도 3킬로 빠졌다. 우리들은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굶어 죽을 판이었다.  



힘없는 내가 이를 악물고 한 끼를 해 먹였다. 이 인간들은  언제  맛있는 밥을 할 수 있으려나?

원수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한 가지 슬금슬금 신기하고 화가 나는 게 한 가지 있었다. ’


살짝 정신이 돌아오고 살만해지니까, 시어머니 행동이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시어머니는 철두철미 하게 서로 조심 한 덕분에 코로나를 비켜갈 수 있었다)


“ 여보 어머님은  우리가 3명이 모두 코로나에 걸려 고생하는데, 흔하디 흔한 복숭아 한 개, 주스 한통이 없으시네”?  why??


“나한테는 오늘 복숭아 한 개 주던데”! 남편이  대답했다.


뭔가 서운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미운 며느리라도 그렇지.. 꼬박 열흘을 앓고 누워있고, 코로나가 어떤 사람에게는 무서운 감기라는 걸 잘 알고 있는데 어쩜 저럴 수 있지?  신기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체육관에 육신을 단련하러 하루도 빼먹지 않으셨다. 오래 건강하게 사시는 게 인생의 목표이신 분이다.


역시 일본사람은 틀린가 보다. 한국 시어머니라면 패 죽이고 싶은 며느리라도 아파서 누워있으면, 미음이라도, 그게 귀찮으면 음료수라도 체면상 사 오실 텐데.. 참으로 신기해서, 남편 한데 신나게 욕을 안 하는 척 가스라이딩 했다.


남편은 뭘 그리 쉬운 걸 생각 많이 하니?

하는 식으로 대답을 확실하게 나에게 해주었다.


너는 남이잖아. … 침대에 축 늘어져 있는 나한테

아이스커피를 빨대로 쪽쪽 빨아대면서 매몰찬지도 모르고, 진실되게 가르쳐 주었다.  

아~ “맞아, 나는 남이지”!그걸 살짝 잊을 뻔했네. 그래서 너한테만  복숭아 한 개 줬구나!ㅎㅎㅎ 웃음이 나왔다.


언젠가 꼭 물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왜 그러셨냐고….


3주 정도 지났을 때 언니, 동생에게 물어보았다. 우리 시어머니의 행동 왜 그랬을 것 같아?

무슨 이유가 있었을까?


자매들은 글쎼?…. 참 많이 특이하시네… 미치신 거 아냐ㅋㅋ라고  말했다. 나도 웃었다. 우리 시어머니는 정신 멀쩡하시다.


그럼 본인한테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저녁 7시쯤에 집에 와서, 저녁도 안 먹고 어머님 방문을 먼저 두드렸다.

어머니 좀 들어가도 돼요?

오늘은 결판을 내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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