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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 May 08. 2024

나쁜 며느리, 불쌍한 시어머니.

요즘 들어 ‘푹 꺼진 ’ 내 눈이, 오늘은 시어머니를

오래 째려보느라 (롬파리)사팔이가 될 지경이다.

문제는 그늠에 무거운  ‘코치 숄더백‘ 때문에.


“아~니, 어머니 그 가방이 얼마나 무거운데 또 그 가방을 들고 나오세요? “


“이거 옛날에 미국 갔을 때 산 거야”


무겁다고 말했지, 언제 샀냐고 묻지 않았다.

얼마 전에 무거운 빨강 토트백 들고 다친 게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잊어버렸나 보다.


허리가 굽고 기브스를 한 그녀가 목에 무거운 가방을 건 채로 한걸음 움직일 때마다, 무거운 가방이

좌 우로  심하게 흔들린다.  미운마음이 한가득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들어줘야 되나?’


또 한편으로는

‘오늘은 내가 들어주나 봐라! ’ 하고 다짐을 해본다.


갈색톤 병원 패션에 맞추어 메고 다니다가, 보다 못한 내가  “어머니 이리 주세요!” 하면 언제나 그랬듯,  ‘미안하구나 “! 하며 내게 맡길 생각인 게 틀림없다.


못 걸어도 휠체어를 거부하는 그녀를 병원에서  4시간 동안 수발을  하고 나니, 나도 지칠 대로 지쳤다.  


딱 5분이라도 좋으니, 그녀와 떨어져 있고 싶은

마음에 ,  병원 바로 옆 약국까지 홀가분하게 먼저 도착해, 자동문을 쳐다보며  시어머니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무거워 보이는 코치 숄더백’을 목에 건 그녀가 누가 보아도 안타까운 모습을 하고, 기브스를 한 반대편 손으로는 빨간 지팡이를 짚으며, 믿을 수 없이

느린 그녀가 나타났다.


힘든 그녀의 한걸음 한걸음을 ‘약국 약사 5명과 그곳에 있던 환자 3명 그리고 ‘못된 며느리 ‘  나를 포함한 9명은 관객이 되어 절룩거리는 그녀를 지켜만 보고 있었고, 나도 달려가 부축하지 않았다.


번호를 뽑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시어머니가 한 약사를 ‘살짝’ 손으로 가리키며 ‘좀 아는 사이‘라고 했다.

다행히 그녀에게 약을 타게 되어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둘은 인사를 건네며 오늘은 어쩐 일이시냐며  상냥하게 웃는 얼굴로 시어머니께 말을 건넨다.    


“약 기록 노트’ 가지고 오셨어요? “

“ 글쎄, 약 기록 노트가 다 돼서 오늘 안 가지고 왔어! “ 하니 그녀가 4종류 귀여운 기린 그림이 그려진 노트를 보여주며 시어머니께 무척 친절하게 군다.  


그 친절한 약사는 내가 무슨 말를 하건 내쪽으로 얼굴 한번,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나는 속으로  

“웃기는 약사네? ”라고 생각을 하며,

약에 대해 질문을 해도, 잘 기억도 못하는  시어머니만 쳐다보며 계속해서 말을 하는 것이었다.


헛! 참나,  왜 저래?


그렇다고 초면에 왜 그러냐고 물어볼 수도 없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무시를 당하고 나니 기분이

상했다.


돌아오는 길에 ‘그  띵띵한 게‘. ‘네모난 게‘ 못 생긴 게’  (약사) 왜 그랬을까? 아주 웃겨!  혼자 여러 버전으로  욕을 하다가 … 이유를 알았다.


그 약사는 시어머니가 없는 여자, 혹은 싱글인 게다.


늙어 잘 걷지도 못하는 시에미를 손을 잡아주기는커녕 ‘눈이 찢어지게 노려 보고 있는 내 눈초리를 본 게 분명해!


약국 안의 관객들은 내가 얼마나

나쁜 년으로 보였을까! “ ㅋㅋ  


사람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투성이고, 경험해 보지 않고 누군가를 오해할 때도 있다.   5분 만에 스쳐 지나가는 그들에게  전후사정 이란 것도 필요 없고 보여진 그대로 판단할 뿐이겠다.


나의 쌀쌀맞은 행동을 본 그들은 부디 상냥하고 좋은 며느리들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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