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섬이 커질수록 미지의 해안선이 늘어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너무 식상하지만 경험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저 문장에 공감을 하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이고, 그래서 더 즐겁고, 그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간다. 내가 모르는 것은 끝도 없이 많다.
처음 이 문장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영어 단어 외우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내가 오랜만에 영어 단어 몇 개를 외우면 그날 혹은 다음 날 어떤 식으로든 그 단어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독해를 하다가 나오거나, 교과서 지문에 그 단어가 등장했다. 그 상황들이 사실 좀 웃기고 재밌어서, 영어 공부를 너무 하지 않는 내게 보내는 하늘의 선물인가 생각하기도 했다.
언젠가 강원도의 산에 큰 화재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그 화재를 보고 담언니는 "정말 화마다."라고 이야기했다. 부끄럽지만 20대 초반이었던 그날 나는 '화마'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물론 정말 처음 듣지는 않았을 거고, 관심이 없었을 거다.
화마라는 단어를 알게 되자 각종 포털사이트 메인 기사에, 칼럼에 '화마'라는 단어가 눈에 쏙쏙 박혔다. 갑자기 세상이 확 넓어진 기분이었다. 괜히 똑똑해진 것 같았다.
친구에게 새조개가 맛있다고 추천했다. 우리 가족은 매년 새조개를 챙겨 먹는데 친구는 이제껏 새조개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다고 했다. 함께 먹어본 이후로 친구는 자주 새조개 집 간판이나 광고를 보고 외친다. "새조개다!"
모든 학교의 화단 울타리로 사용되는 작은 나무가 회양목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 뒤, 동네 아파트 단지 어딜 가도 회양목이 넘쳐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다. 꽃이 안 피는 식물 이름은 아는 척하기 딱 좋다.
관심이 없는 분야이더라도 내가 우연히 알게 되면 내 앞에 불쑥불쑥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다. 눈에 띈다. 그래서 나는 모든 경험으로부터 얻을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하기 싫은 과제도, 의미 없는 심부름도, 관심 없고 지루한 이야기라도 말이다.
친구와 이런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또 새로운 것을 배웠다. 존 던은 '지식의 섬이 커질수록 미지의 해안선이 늘어난다.'라고 표현했다. 섬의 크기가 커지면 해안선의 길이가 늘어나는 것처럼,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모른다는 것을 더 많이 깨닫게 된다는 말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러니 우리가 미지의 해안선이 더 많아지는 매일을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