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독날 Sep 26. 2022

아들아 같이하자 새벽기상

2022. 1. 1. 05:00 AM

퇴사한 지 4년

그전에도 그랬지만 퇴사 후에도 내 삶에 나는 항상 없었다.

그저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삶뿐이었다.

아이들에게는 아직 엄마 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고.




코로나로 아이들과 3년째 집콕 생활

만약, 계속 워킹맘이었다면....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연속이었던 일. 삶의 여유라곤 찾을 수가 없었던 일. 어디 남의 돈 벌기 쉬운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을 기대할 수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당장 일어난 일을 해결하기 바빴고, 다음날은 제발 별 사건 없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그런 하루살이의 연속이었다.


내 몸 하나, 내 정신 하나 챙길 여유가 없었던 지난날... 가족 특히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주기란 쉽지 않았다. 집에 오면 언제나 시체처럼 누워있기만 했으니까.

이제야 코로나의 두려움에서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코로나의 공포 속에서도 여전히 일하면서, 힘들지만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는 대한민국의 워킹맘들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진다.

난 둘 다 해낼 그럴 자신이 없다.



봄소풍도 못 가서 거실에서 김밥 싸며 소풍놀이하던 2020년의 날



2020년 2월... 퇴사한 지 1년 

마치 코로나가 퇴사한 걸 알고 찾아온 것 같았다.

워킹맘들이 코로나로 아이들을 학교에 못 보내고 아등바등할 때, 난 퇴사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하며 그동안 잘 못했던 엄마 역할 제대로 해보겠다며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렇게 학교도 못 가는 상황인데 엄마까지 계속 출근했었으면 너희들 하루 종일 어쩔뻔했니? 밥도 잘 못 챙겨 먹고, 맨날 싸우고, 또 공부는..." 어쩌고..... 저쩌고...



사춘기 아들은 엄마의 관심이 부족했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학교생활 잘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 마음과는 달랐다.

"엄마 없어도 밥은 우리가 알아서 더 맛있는 거 잘 차려 먹을 수 있고, 또 안 싸우고 잘 놀텐데, 괜히 엄마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니까 우리만 힘들잖아. 놀지도 못하게 하고 계속 공부만 시키고. 엄마, 다시 사무실 가면 안돼? 응?"


엄마가 하루 종일 곁에 있어 좋은 것은 잠시뿐이었다. 그렇게 말하는 아이들 때문에 마음이 좀 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 진심은 그게 아닐 테니까...

그 이후로 아들 둘과의 집콕 스터디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오늘이 내일인지 내일이 오늘인지 모를 만큼 똑같은 생활을 반복하며... 열심히 놀고, 열심히 공부하고, 또 열심히 싸우고... 그렇게 지내온 시간이 이제 3년을 다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형아가 동생을 위해 준비한 점심(코로나로 아들 요리실력이 쑤욱)



2021. 11.  8. 월. 블로그 다시 시작

남자 셋을 매일 그렇듯 회사로, 학교로 다 내 보내고 커피를 마시다가 그냥 무작정 블로그를 열어봤다. 퇴사 아등바등거리며 열심히 살긴 살았는데 돌이켜보니 남은 것이 하나도 없는 같았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일상이 너무 아까웠다. 당장 오늘부터 뭐라도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그동안 난 온라인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았었나 보다.

블로그는 아주 특별한 사람만이 하는 일이고,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을 공개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이상한 일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면서도 남의 블로그 일상은 매일매일 야금야금 엿보면서 말이다. 기록이 이렇게 중요하단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2021. 12. 26. 일요일. MKYU 입학

블로그를 하는 동안 온라인에 머무르는 시간이 예전보다  많아지면서,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기 계발하며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알게 된 MKYU는 회원가입 없이 몇 번 들락날락거리기만 했다. 2021년이 며칠 안 남은 시점,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강력한 생각에 이끌려 무작정 평생 입학금 9만 9천 원을 내고 입학했다. 드디어 나도 MKYU 열정 대학생이 되었다. 예전에 초등학교 때 엄마가 다니시던 여성대학, 불교대학도 이런 게 아니었을까? 그때의 엄마 마음과 지금의 나의 마음이 같았나 보다.




2022. 1. 1. ~ 새벽 기상 514 챌린지

2022년 새해 첫날부터 새벽 기상 514 챌린지에 참여했다. 난생처음 해보는 새벽 기상. 매일 5시에 1만 명이 훨씬 넘는 사람들이 온라인에 함께 모였다. 새벽 기상이 너무 힘들어 매일 포기할까 말까를 수십 번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힘든 일도 함께하는 많은 분들 덕분에 조금씩 습관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엄마의 새벽 기상 모습을 보고 사춘기 아들도 가끔씩 새벽에 함께 해 주었다. 이런 작은 경험들이 훗날 겪게 될 많은 시련 앞에서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일 새벽 이 세상에서 제일 무거운 나를 들어 올리는 법을 배우고, 하루하루 나 자신의 의지를 증명하는 일을 연습했다. 그러면서 내 안의 꿈의 빌딩을 지어나갈 준비를 드디어 시작하게 되었다. 








사춘기 두 아들아.

오늘은 엄마의 첫새벽 기상 이야기로 시작해 보는구나.

엄마가 새벽 기상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던 시절, 사표 쓰고 너희들 다시 한번 잘 키워 보겠다고 열심히 했던 시절이 갑자기 떠오른다.


곤히 자고 있는 너희들을 억지로 깨워 새벽부터 같이 책 읽자고 했었잖아. 그땐 너희들이 아직 어려 엄마 말이라면 고분고분 잘 들을 때라 떠지지 않는 눈 비벼가며 아침 독서하고 학교 가고 그랬었잖아. 사실 그때 많이 힘들었지? 엄마도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힘들었고, 엄마의 욕심만 너무 앞섰던 거 같아서 미안하네. 얼마나 더 자고 싶었을까? 엄마도 40이 넘어서야 새벽 기상이 왜 필요한지, 왜 중요한지 알고 이제 다시 막 실천하기 시작했는데 말이지...


요즘 학교 다니느라 힘들지? 저녁에도 늦게까지 공부하고... 엄마도 아침에 눈 뜨기 싫었던 시절이 있었어. 생각해 보니 10대, 20대, 30대 모두 그랬단다. 왜냐하면 그때는 일어나자마자 하기 싫은 일이 코앞에 기다리고 있었거든. 학교 가기 싫을 때, 출근하기 싫을 때 엄마도 물론 있었지. 엄마도 참 지독한 게으름뱅이였어.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게으름뱅이 엄마가 아니야.

너희들도 알지? 요즘 엄마 매일 아침마다 운동하고, 책 읽는 거.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엄마가 진심으로 느꼈기 때문에 스스로 힘들어도 참고하는 거야.


너희들도 지금 너무너무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일도 많을 거야.

하지만 학생의 신분으로서 힘들어도 참고 해내야 할 일들이 반드시 있단다.

생각할 줄 아는 독립적이고 멋진 남자가 되기 위한 것들이니까 조금만 참고 힘을 내보렴.


많이 늘어져 보고!

많이 방황해 보고!

많이 후회해 보고!

많이 실패해 보고!

       그리고

많이 도전해 봐!


언젠간 너희들도 엄마처럼 새벽 기상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엄마보다 조금 더 빨리 깨달으면 더 좋을 수가 없겠구나.

엄마의 욕심이 또 슬금슬금^^


지금 눈 뜨고 숨 쉬는 매 순간이 소중하다는 것.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언젠간 너희들도 알게 될 거야.

엄마도 이제야 이렇게 삶이 소중하고 매일 24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거든. 너흰 아직 앞날이 창창한 10대잖아. 엄마가 언제나 믿고 기다려줄게.


너희들의 방황과 실패를 항상 응원할게!!



2022. 9. 26. 월. 엄마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