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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HE KOREA Jul 10. 2022

[How Startup] 아이디어는 어떻게 찾아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도해의 동행

창업의 여정은 아이디어를 ‘발견[1]’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하다못해 “여기는 비가 많이 오는데 우산이 부족하니, 나는 우산을 수입해서 팔겠다”처럼 기틀이 되는 아이디어가 있어야 사업 계획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업계획이 있어야 투자도 받고 동료도 모을 수 있다. 


그런데 아이디어 발견이라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주변에 “직장 생활이 너무 고달파서 사업을 해야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뇌는 지인이 있는가? 십중팔구 그들 대부분은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는 술자리에서 고장난 라디오처럼 "나는 사업을 할 거야... 사업을 할 거야"를 되뇔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들에게 “왜 아직 시작하지 못했느냐?”고 물으면, 아마도 대부분의 대답은 “아이템(아이디어)이 없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어려워도 해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렇게 해보라’고 조언하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미국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Combinator의 Paul Graham도 그중 하나다. 그가 말하는 방법은 “그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쏟아내라”다. (헉, '물음표 살인마'가 되라니...) 


만약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찾는다면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생기는 효율성을 포기하고 질문을 시작하는 게 한 방법이다. '이메일 함이 왜 이렇게 넘치지?', '이메일이 너무 많이 와서 그런가?', '아니면 이메을 삭제가 불편하게 되어 있어서 그런가?', '대관절 이메일은 왜 이렇게 많이 오지?', '사람들이 이메을 보내서 해결하려는 게 대체 뭐지?', '그 문제를 풀 더 좋은 방법은 뭐가 있지?', '그리고 대체 이메일 지우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 거지?', '읽은 이메일을 삭제하지 않고 보관해두는 경우는 어떤 경우지?', '(그럴 경우) 메일함에 그렇게 두는 게 최선책일까?'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 각별한 관심을 쏟아라. 현재의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고 받아들이는 것은 (고민할 일을 줄여줘서) 삶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고 당신의 삶에 관용이 넘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50년 후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온 것처럼 지금은 없지만 향후 50년 안에 우리 삶에 무엇이 새롭게 출현할지 알고 있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이 꽤 불편하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무엇인가 당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게 있는가? 그건 당신이 남들보다 앞서있다는 뜻일 수도 있다.  

-        Paul graham, “How to get startup ideas”


불편한 점을 파헤치다보면,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찾을 수도 있다는 것. (불만과 까칠함으로 똘똘 무장한 삶에도 한 줄기 볕이 뜨는구나. )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렇게 쪼개지고 분해된 불편한 점을 ‘문제’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를 잘 파보라”는 말을 하면, 가슴 한켠에 돌덩이 하나 올려진듯 답답한 마음이 드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문제'라고 하면 우리 사회에 있는 부조리하거나 비도덕적인 어떤 것을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시험에서 우리는 '문제'와 싸워야 했고, 학생주임은 '문제아'와 싸웠기 때문일까?) 분명 그런 거창한 것도 문제다 .하지만 스타트업 업계에서 말하는 문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부동산 실거래가를 제공하는 앱 ‘호갱노노’의 창업자 심상민 전 대표가 한 언론과 인터뷰하며 한 말을 보자. 그는 “전세, 매매, 경매 등 다양하게 해봤는데 유명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부동산 서비스를 이용하려니 너무 불편하더라. 호가만 나와 있을 뿐 실거래가 정보는 없어 따로 국토교통부 사이트를 이용해야 했다. 국토부 사이트도 사용감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에겐 '조금 불편한 것'이 문제였다. 또한 게임이나 콘텐츠 스타트업은 ‘재미있는 게 없다’, ‘기존의 것은 식상해'가 문제의 출발점인 경우도 있다. 


문제에서 출발하라는 말은 알겠는데, 그럼 문제발견 부터 시작하면 뭐가 좋을까? 영리를 목적으로 하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든, 모든 사업은 고객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고객이 어떤 회사의 제품(서비스)를 구매할 때는, 그러한 구매를 통해서 해결하려 한다. 따라서 문제를 발견하면, 누가 내 고객이 될지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잠재 고객을 예측하고, 그들에게 자신이 생각한 해결책을 제시해서 구매가 이뤄진다면? 그게 바로 스타트업의 '프로덕트 마켓 핏'(이건 한 3~4부쯤에서 다룰 예정이다)이다. 


물론 아무리 생각해도 생활에서 ‘불편한 것’이 없는 사람들도 있을 지 모른다. 매우 희박한 가능성이지만, 그럴 수 있다. 자신의 직접 경험에서 찾기 어렵다면, 관찰하는 것이 방법이다. 토스를 창업한 이승건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고 싶은 걸 하려고 창업을 했는데,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어주는 게 됐는데요. 생각의 무게 중심이 이동한 이유는 계속된 실패 때문이죠. 실패를 계속하면서 제 자신도 더 발견하고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하는지도 절실하게 배우게 된 것 같아요. 절실해지니까 제일 중요한 것만 남고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다 사라지더라고요. 저한테 정말 중요했던 건 사람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 혁신을 만드는 것이었지 제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은 아니었어요. 그렇게 무게가 빠지고 어깨에 힘도 빠지면서 겸손해지고 사람들이 원하는 걸 들을 수 있을 만큼의 ‘비움’을 할 수 있게 됐죠. 그러고 나니까 내가 원하는 것보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이런 것이구나. ‘사람들이 원하는 걸 만들고 싶어, 그게 더 좋아’라고 생각하게 됐죠. 
그래서 저희가 창업하고 4년만에 처음으로 사람들의 불편함을 수집하는 계기를 갖게 됐어요. 그 전에는 맨날 저희 팀끼리 모여서 ‘이런 제품이 있으면 어떨까? 이런 거 어떨 것 같아? 이런 건 사업 기회가 될까 안 될까?’ 저희 팀 내에서만 얘기하고 다녔었거든요. 그런데 여러 번 실패를 하고 나니까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뭘까?’라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저희는 더 이상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서 서울의 각 지역으로 갔어요. 신촌, 강남, 홍대, 가락시장 등으로 가서 하루 종일 그곳에 앉아서 사람들을 관찰하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저희 팀에서는 그것을 ‘고스트 프로토콜’이라고 불렀는데 전부 다 흩어져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다니고 맨날 커피숍에 가서 사람들을 관찰한 기록들을 가지고 오고 3일에 한 번씩 모여서 사람들은 이러고 살더라 이런 불편함이 있더라 그래서 나는 이런 아이템을 생각하게 됐다 이런 기간을 무려 3개월을 갖게 됐습니다. 3개월의 과정을 통해 저희가 100여 개의 아이템을 갖게 됐고 그 아이템 중에서 6번째로 시도한 게 ‘토스’ 거든요. 

-        이승건 토스 창업자, 유튜브 “ㅌㅇ” 인터뷰 중


사람들이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다양하다. 괴로운 직장 생활을 벗어나고 싶든, ‘근로소득 위에 금융소득, 그 위에 사업소득’이라는 말에 꽂혔든,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게 있든. 하지만 그 사업을 위해선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디어는 ‘해결하려는 문제’와 ‘해법’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스타트업 아이디어를 얻고 싶다면 ‘풀고 싶은 문제’부터 찾아보자. 스타트업 창업자가 쓸 수 있는 방법은 모조리 동원해야 할 필사적인 첫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1] Y-Combinator의 창업자 중 한 명인 Paul Graham은 스타트업 아이디어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이에 맞는 해결책을 짝짓는 발견 행위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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