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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HE KOREA Sep 27. 2022

[Why Startup] "현재를 살고 싶어서"

이미지 피드백하다 복장 터지는 이들의 사이다 '마크헙'을 만든 "필디"

고달픈 직장인들에게 ‘유튜브’가 한 줄기 빛으로 떠오른 시절이 있었다. 직장 상사에게 시달림을 받거나 하는 일에 만족감이 없거나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다. “나 그만두고 유튜브나 할까봐…”


그럴 때면 꼭 그 주변에 일말의 이성이 남아 있는 사람, 아니 우리가 흔히 ‘합리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한 명 있다. 그 사람은 말한다. “유튜브가 어디 쉽나?” 이어지는 말은 사람에 따라 “하던 거나 잘 해라”, “잘 되면 나도 좀 끼워줘라”, “내 말리고 싶지만, 채널 만들면 구독은 해줄게” 등등 다르지만. 


말리면 더 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인 걸 어떡하나? 결국 많은 이들이 유튜브에서 검색도 안 되는 채널을 만들고 혼자 영상을 올려 혼자 조회수를 늘리고 늘리고 늘리고 하다가 접었다. 김기림의 시 ‘바다와 나비’에 나오는 표현처럼 “청무우 밭인 줄 알고 갔다가 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 것이다. 


‘필디’ 신동윤 대표를 만나 투자 검토를 하다가 ‘이거 봐라?’하는 생각이 든 건 이처럼 커뮤니티 키우기가 '겁나' 어렵다는 경험치(나 역시 실패했다) 때문이었다. 신 대표는 유튜브는 아니었지만 국내 최대의 건축 디자인 전공생 커뮤니티 ‘아키필드’를 일궈낸 사람. 그렇다. 필디는 건축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커뮤니티(아키필드)로 시작해, 솜씨 좋은 사람들의 실전 테크닉을 가르쳐주는 ‘필디 스터디’로 발전했다. 그리고 야심차게 건축 디자인에 특화된 과제 피드백 툴 ‘필디 2.0’을 만들었다가, 실제 고객들을 만나며 큰 깨달음을 얻고 지금은 비주얼 데이터 협업 서비스 ‘마크헙(Markhub)’을 만들고 있다. 


필디 제공 / 필디 신동윤 대표의 '자신감 있는' (이라 쓰고 어색한이라 읽는) 표정


필디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처음 시작은 스무살(지금은 서른이 넘었다. 그것도 만 나이로) 때 건축학과에 재학하면서 다른 학교 학생들의 작품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집 근처에 있던 다른 대학교를 방문했던 게 시작이었어요. 찾아가서 다른 학교 친구들의 작품을 보니 이 작업들이 만들어지는 중간 과정들을 서로 공유하면 뭔가 업계의 전반적인 퀄리티가 다 같이 상승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겼습니다. (너무 큰 포부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엔 이런 말이 있다. ‘다른 건 몰라도 창업자가 가진 꿈의 크기는 그 어떤 투자자도 키워줄 수 없다!’)


그래서 작품이나 제작 노하우를 공유하는 웹사이트나 커뮤니티가 있는지 찾아봤어요.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서비스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아키필드’라는 작품 공유 커뮤니티를 직접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과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그 사이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공부하고 실제로 시도했던 모든 것들이 점점 녹아 들면서 서비스의 형태가 발전되었고, 지금의 모습인 디자인 공유 플랫폼 “필디”와 가상 비주얼 데이터 협업 서비스인 “마크헙(markhub)”을 만들게 됐습니다. 



무엇을 배웠죠?

사실 그 사이에 굉장히 긴 과정이 있었지만 그 얘기를 시작하면 매우 길어지니 생략하겠습니다. (그렇다. 각 잡고 말하면 A4 한 10매쯤 쓸 수 있다. 그것도 10포인트로) 그때 공부했던 것들을 대략적인 항목만 보면, 서비스 기획, 개발(코딩), 스타트업 경영 방법론, 디자인 실무 등이었던 것 같습니다. (‘르네상스맨’은 아니더라도 이것저것 다 조금씩이라도 알아야 하는 게 스타트업 대표의 운명이다!


그런데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건 없었지만, 가장 중요했던 건 결국 서비스 제공의 최종 수요자인 고객에 대해 얼마나 잘 이해하고 그들이 무얼 필요로 하고 있는지 최대한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아는 것이었어요. 

다만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책을 통해서 한 것보다는 실제로 부딪혀보면서 얻은 경험의 영역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아으, 사업은 글로 배우는 게 아니라는 게 사실이었나!)

필디 제공 / 마크헙 개념


지금까지 어떤 게 가장 어려웠나요?

창업이라는 건 결국 창업자가 시작한 일이죠. 정해진 방법이나 정답이 없을 뿐더러, 접하는 모든 일이 대부분 처음입니다. 그래서 일어 벌어지거나 시도했던 일들이 상상과 다르게 잘 안풀리는 게 많아서 힘들었어요. (결국 처음 해보는 모든 게 힘들었다는 뜻이다. 너무 자세하게 말하면 신파라서 패스!


근데 이게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마 평생 잘 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어쨌거나 처음 접하는 일에 대한 실패나 시행착오는 피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어느 정도 반열에 올라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창조해 내야 하고 새로운 시도를 멈출 수 없죠. 계속 반복될 어려움이에요. 그래서 저는 그 상황을 이겨내거나, 그 과정 전체를 직접 겪어낸다는 개념이 아닌 제3자가 되어서 상황 전체를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겨냈죠?

물론 처음에는 악으로 깡으로 버텨서 이겨내 보자는 마인드가 있었지만 그건 오히려 저를 더 고통 속에 던지는 일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지켜보게 되면, 냉정해지고 그 시도속에서 얻은 리소스들이 보이더라고요. (이것은 ‘데자뷰’인가? 마치 꿀벌무늬 옷을 입고 “안녕, 날 소개하지. 이름 신동윤. 직업…”하고 리듬을 탈 것 같다.) 그것들을 하나씩 조합해 보기도 하고 빼 보기도 하면서 나아갈 방향을 찾아갑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가 해결하고 싶은 고객의 문제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전보다 나은 서비스를 기획/개발하고, 더 나은 지표를 만들기에 충분한 경험과 직관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조금의 진전이나 성공을 맛보았다고 해서 모든 걸 다 안다는 오만함을 경계하고 창조와 시도를 멈추지 않고 정진하면서 그것을 전체적으로 지켜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머리 아픈 일이 많은데도, 스타트업을 계속하는 이유는 뭔가요?

타인의 문제를 기술이 결합된 아이디어로 해결하고 심지어 그것을 통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같은 서비스를 만든다 해도 지속적으로 고객, 시장 상황은 계속해서 변화해요. 그래서 매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그걸 조금씩 해결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 상당한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 제가 지나간 과거의 실패에 연연하거나 아직 오지 않은 미래 때문에 걱정 속에 산다면 이 일을 금방 그만 두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지나간 과거에서 얻은 힌트들과 미래에 저희 서비스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 고객들을 위해 현재에 집중한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이 저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패기있는 청년 사장님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이 비유하는 게 좋을까? ‘명상하는 철학자’는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직접 뭔가를 만들고 시도하는 행동파라서 어울리지 않을 듯하고. ‘진격의 돈키호테’라 하기에는 그가 복기하는 자신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참으로 신중하다. 결국 오늘은 '필디'의 사장님으로 정리하고, 그에 대한 더 정확한 수식은 필디의 고객의 몫이 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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