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지드림 Dec 22. 2024

여자의 인생, 박사 다음은 가사일까?

30대를 앞두고 있는 지금, 나는 평범한 한국의 20대 직장인이다. 어릴 적부터 우리는 정해진 길을 걷는 법을 배워왔다. 학교에 다니며 공부하고, 시험 점수에 맞춰 진로를 고민하고, 성적에 맞춘 전공과 대학을 선택하는 과정. 선배들의 사례를 보고 내 한계를 스스로 정하며, 취업 준비를 위해 기업에서 원하는 스펙과 자격증을 채워나갔다.

하지만, 그 과정이 과연 내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정해진 기준을 따라간 것일까?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상이 무엇인지, 어떤 자소서가 합격률이 높은지, 취업 카페와 사이트에 나열된 평균 데이터를 보며 내 삶을 재단하려고 애썼지만, 사실 재단이 아니라 순응이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학사, 석사, 박사… 그리고 그다음은 가사다. 그토록 많은 자격증을 따면서 결국 가사로 돌아올 건가?”
농담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는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이 직면한 현실과 한계가 담겨 있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인생에서 돈을 벌 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공부를 19년 동안 하고 있다.”

공부를 성실성의 척도로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높은 학벌이나 한때의 노력만을 과도하게 인정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그 안에서 내 가치관은 어디 있는가? 남들의 기준과 사회가 제시한 성공의 잣대에 갇혀 있다면, 진정한 나의 길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현대사회는 고용자와 고용인, 리더와 추종자라는 양분된 구도로 돌아간다. 나는 리더가 되고 싶지만, 정작 지금까지는 추종자가 되기 위한 길을 걸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 길 끝에 기다리는 것이 ‘박사 다음은 가사’라는 결론이라면, 나는 과연 내 삶을 제대로 살아온 것일까?


높은 연봉과 삶의 균형

내 주변에는 변호사, 회계사, 대기업에 근무하는 여성들이 많다. 그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일하며 높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그 대가로 시간적 자유와 관계의 자유, 그리고 건강을 잃어가고 있다.
자문 회계사로 일하는 친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낮에는 일이 너무 밀려서 지금은 못 하고, 밤새서 내일 아침에 결과를 보내야 해.”
시간이 고스란히 일에 묶여 있는 그들의 삶을 보며, 전문 지식은 높아지지만 정작 자신을 돌볼 여유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고연봉 직군에 있는 여성들은 또 다른 고민을 마주한다.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임신 계획조차 스케줄에 맞춰야 하거나, 시기를 놓치게 된다. 일을 포기하거나 육아를 포기해야 하는 기로에서 결국 다른 직업을 찾기 시작하는 이들도 많다.

내 삶을 위한 선택

정답은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 삶을 재단하는 방법, 내 인생을 다룰 도구를 찾는 것이다. 삶과 일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에리히 프롬은 “삶은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예술 작품” 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삶이 누군가가 미리 그려놓은 그림이 아니라, 자신만의 붓으로 채워가는 예술이 되기를 바란다.

이제 나는 묻고 싶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하고 있는가?
내가 추구하는 성공은 무엇이며, 그 성공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박사 다음이 꼭 가사가 아니어도, 내 인생은 내가 쓰는 것이다.


삶의 예술가는 우리 자신이다. 가슴 뛰는 삶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내 붓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