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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 Aug 06. 2022

쓸모의 이유

'더위는 가고 시원하게 낮잠 잘 수 있는 가을이 올 것이다. '

시간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게 좋은 시간이든 나쁜 시간이든



몇 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대학을 안 가고 취업을 했다가 다시 공부를 했다가... 이래저래 방황을 하던 나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기술직 자격증을 준비를 했었다. 때마침 코로나 확진자 급증으로 시험이 밀리고 자격증 취득과 취업하는데 1년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국가자격증을 취득하기는 생각보다 정말 힘들고 어려웠다. 괜히 국가자격증이 아니었다.... 알바를 하며 자격증을 준비하면서도 ‘이게 내가 하고 싶은 게 맞나?’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힘들어서 흔들리는 걸 꺼야...’ 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무엇보다 평생 쓸 수 있는 기술직이라며 엄마가 내심 좋아하셨다.


내성적인 성격 탓인지 일을 옮겨 다니며 본의 아니게 부모님께  걱정만 끼쳤고 엄마가 처음으로 좋아하시는  눈에 보여 ‘그래 그냥 흔들리는 거야...’ 하며 합격만 바랐다.


자격증을 취득하면 다를 거라고 생각하며 버텼고 그러나 막상 합격통보를 보고 았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으며 오히려 취업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입사 연락을 받았을 때, 출근을 할 때조차 이유를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막상 일 해보면 다를 거야...'


그동안의 수고와 비용, 들인 시간 때문에, 혹은 도망치지 말고 일단 해보라는 주변의  때문에, 하기 싫은 마음을 제처 두고 연락받은 곳에 출근을 했다.

일을 할 때에는 불안증 때문에 가슴은 계속 두근거렸고 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가 나올 것 같았다. 결국 몇 주도 못 다니고 그만두게 되었다.


결국 오랜 시간 고민을 하다 '해야 돼 해야 돼'가 아닌 '안 해도 돼'로 결론을 내려버렸다.


취업 때문에 평일, 주말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서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그래서 전에 근무하던  일을 다시 시작했다.


전보다는 마음이 훨씬 편했다. 하지만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서 마음 한편으로는 불편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만둘 때도 아빠는 '  들어갔으면 끝을 봐야 한다' 하는 말을 되풀이할   이유는 들을 생각이 없어 보여 입을 다물었다.


내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다른 곳에 취업을 했다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정도 있는  없는  조용히 다녔고  달이 지나고 어느  아빠가 물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줄 알던 내가 거의 매일 밖으로 나가니 궁금할 수밖에… 어딜 그렇게 매일 나가냐고 계속 캐묻는 아빠에 일하러 간다고 대충 둘러대고 나가려는데 재차 물어보셨다.

나는 지금 다니는 곳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 정확해지면 그때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돌아오는 말은 내 예상과 같았다.


'이렇게 됐다 저렇게 됐다 말하면 되지 그거 말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들어갔으면 끝을 봐야지! 철새처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 인정 못 받는다. 제대로 된 곳에 들어가서 끈기 있게 열심히 오래 해야 인정받는다.'



"이럴까 봐 얘기 못했어요 이럴까 봐..."

하고는 출근을 했다.


퇴근하고 돌아와 은근히 편을 들어줬던 엄마는 아빠가 없는 틈에 물었다.

어디에 취직한 거냐 하던 일 다시 하는 거냐... 난 입이 안 떨어져 대답을 못했고 엄마는 짐작하는 듯했다. 이내 엄마가 실망의 한숨인지 안도의 한숨인지 모를 한숨을 작게 쉬셨다.


죄송했다...  잠깐의 순간  쓸모에 대한 의문이 뇌를 둘러싸는 느낌이었다.


웃으면 복이 오고 계속 믿으면 이루어진다는데

정말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


'괜찮다 괜찮다... 지나갈 것이다.

곧 더위는 가고 시원하게 낮잠 잘 수 있는 가을이 올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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