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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 Nov 19. 2022

나의 반려묘가 되어준 월이

#. 반려묘 입양을 생각한다면 성묘에게도 관심 가져주세요

#1. 나의 첫 반려묘가 되어준 월이


지금의 월이는 호두라는 이름으로 한 보호소에서의 만났다.


사실 입양하고 싶었던 아이는 지금의 월이는 아니었다. 포인 핸드라는 사이트에서 1년 안된 아기 고양이를 입양하려고 해서 문의하였다. 보호소에 와 보고 결정하지 않겠냐는 쉼터 집사님의 말에 알겠다고 말씀드렸고 그다음 주 휴무에 맞춰 보호소에 방문하였다.


보호소는 크지는 않았지만 많은 고양이들이 있었고, 활기찬 아이들, 사람이 좋아서 처음 보는 나에게도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아이들, 낯선 사람이 무서워 숨숨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는 아이들 모두 30마리 정도 되는 고양이들이 있었다.


영역 동물답게 머무는 방도 나누어져 있었다. 뛰어놀기 좋아하는 서열 1위 방, 숨어있기 좋아하는 숨숨방, 아프거나 혹은 경계가 심한 냥이들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왜였을까 지금의 월이 네가 가장 눈길이 갔던 이유는 뭐였을까... 월이는 숨숨방에 있었다. 내가 가서 코 인사를 하자 아빠 다리하고 있는 나에게 와 무릎을 밟고 지나갔다... 조심히 쓰다듬자 의외로 허용하였다.  이내 아프지 않게 살짝 깨물고는 새침하게 뒤 돌아앉았다. 정말 왜였을까 처음부터 내 무릎에 오래 앉아있던 무릎 냥이들도 있었는데 월이 네가 계속 아른거렸던 게...


이후 1-2주 정도 생각하다가 호두를 입양하기로 결심했다.

미리 방묘문과 식기, 숨숨집, 스크레쳐 모레 등 필요한 물품들을 설치하고 연락을 드렸고, 드디어 호두가 오는 날이 되었다.


집사 친구의 말을 들으면 첫날은 무조건 침대 밑행이라고 들었다. 역시나 오자마자 호두는 장롱 밑으로 들어가 몇 시간 동안 나오지 않았다.


'그래 각오했으니까...'

각오는 했지만 호두는 다르지 않을까? 혹시나 하는 기대를 했었나 보다. 간식도 장롱 밑으로 넣어 봤지만 먹지 않았다.


나올 기미가 안 보이자 밥, 물그릇, 화장실을 한 방에 넣어주고는 조심스레 문을 닫고 나와주었다. 거실에서 할 일을 한지 몇 시간이 지난 뒤


"냐옹..."


'혹시 나를 부르는 건가?' 하는 마음에 방문을 조심스레 열고는 장롱 밑을 들여다보았다.


혹시 배고픈가? 하는 마음에 미리 사둔 츄르를 내밀었다 겨우 얼굴을 내밀어 볼 수 있었다.


다시금 츄르의 힘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장롱 밑에서는 나와주었지만 이내 내 이불속으로 쏙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첫날부터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것 같아 고마웠다.



호두라는 이름 대신 좋은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는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문득 먹을 걸로 지어주면 오래 산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미신이라고도 들어서 패스...

우리가 10월에 만났으니 시월이 어떨까...? 그래서 시월이로 정했는데 다른 식구들이 시월이가 어렵다며 호두야, 자두야, 나비야, 월아...라고 부르시다가 결국 협의하에 월이가 되었다...^^

한동안은 내방에서만 생활하듯 했다. 막상 고양이를 입양하고 나니 마냥 좋기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몇 년 동안 생각 했던 일이지만 내가 한 생명을 키운다는 것이 내 앞에 있는 월이를 보고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

그렇게 월이는 2주-3주쯤 되니 차츰 적응하는 듯 살며시 거실 밖으로 나오더니(별것 아닐 수 있지만 처음 거실밖에 내디뎠을 때는 아이가 뒤집기 하는 순간만큼 고마웠다.) 이제는 나에게 다가와 주고 졸졸 쫓아다니는 월이를 보니 잠깐이라도 겁을 먹고 후회했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부끄러웠다.


아직 월이가 온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월이를 보며 웃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어느새 소파, 베란다까지 설렁설렁 다니기 시작한 월이… 우리에게 와줘서 고마워 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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