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자의 전성시대 Jun 14. 2024

이렇게 또 배웁니다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독서모임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와 밤을 새다>라는 거창한 이름아래, 버지니아 울프와 같은 창의적이고 독립적이며 주체적 존재로서의 나를 찾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사이 이들의 모습은 변화했고, 이들을 지켜보는 나 또한 변했다.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존재하던 나는 이들을 지켜보고 경험하며 나 또한 배우는 자의 자리에 있기도 하다.


 지난번 모임 때의 일이다. 저녁을 먹고 2차로 카페로 이동해 책 나눔을 하는 것이 우리의 루틴인데 이날은 체력보충할 겸 무한리필 샤부샤부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약간 늦게 도착하니 안쪽 가운데에 내 자리를 준비해 놓아서 그 자리에 앉았다.


 미리 오신 분이 문가에 앉으셔서 계속 음식들을 날라야 했고, 우리가 끊임없이 먹는 바람에 이분은 끊임없이 왔다 갔다를 반복했다. 그런데도 전혀 싫은 내색도 없이 "와, 우리 진짜 잘 먹네요. 흐흐"하며 웃으시는 거다. '참 온유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한 분이 퇴근이 늦으셔서 1시간가량 늦게 오셨다. 도착할 즈음 이분은 자기가 먹던 자리를 깔끔히 정리한 후, 더 끝자리로 이동해 음식과 멀어졌다.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늦게 오시는 분을 위해 가운데 자리를 양보하고 자기는 어느 정도 먹었으니 비켜주는 거란다.


 이런 건 도대체 어디서 배우는 걸까? 그런 곳이 있다면 나도 가서 배우고 내 자녀도 다른 학원 다 제치고 이곳부터 보내리라!


 안타깝게도 이런 것은 하루아침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유년기부터 쌓아온 남을 위한 마음과 정성이 밑바탕에 깔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베푸는 진심이 있어야 이런 행동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온유할 뿐 아니라 속 깊은 배려를 갖고 있는 분인 것이다.


 이렇게 난 또 하나를 배운다. 독서모임은 이래저래 배울 게 참 많은 동아리다. 책에서 배우고 사람에게서 다시 배운다. 아마 죽을 때까지 배움은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럼 죽기 전이 가장 성숙한 사람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냄비 안에 곱게 들어앉은 계란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