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 고3
신입생 설명회가 있어 안타깝게도 토요일에 출근했다. 이것저것을 하다 문득 명찰을 차에 두고 왔길래 급히 주차장으로 향했다. 이름표를 꺼내 달고 돌아서는데 같은 재단에 있는 고등학교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었다. 수업은 없으니 자습을 하러 가는 모양이었다. 아마 얼마 남지 않은 수능 보는 고3이리라!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은 오기 싫은 학교로 하기 싫은 공부 하러 어기적어기적 이미 지친 얼굴로 등교하고 있었다. 그중 한 남자아이가 남산만 한 가방을 짊어지고 가는 것이 보였는데 키가 180 정도로 덩치도 제법 있는 아이였음에도 배낭의 크기나 무게가 커서 아이에게 버거워 보였다. 하필 가다가 내 앞에 멈추더니 배낭을 한번 추켜세우며 가방자리를 잡고 다시 출발했다.
뒤이어 다른 아이들도 산만한 가방을 하나씩 짊어지고 허리를 앞으로 숙여 표정 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마치 우리 모두가 인생의 십자가를 지고 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두 손은 힘겹게 떨며 가까스로 발을 디뎌 허덕허덕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순간 알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잘 버텨주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더 무겁고 힘겹게 느껴질 텐데. 그 배낭의 무게가 너를 누르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