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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유 Sep 22. 2023

골프 하다 골병 들겠네.

골린이의 일상기록

골프를 시작한 지 한달 반이 지났다.

일주일에 5일을 꼬박 2시간씩을 연습했다.

골프레슨도 12번 받았다.


레슨 전 3일동안은 멋도 모르고 채를 휘두르다가 왼쪽 손바닥이 다 까졌다.

레슨을 받은 이후로는 다행히 손에 피가 보일 정도로 까지는 일은 없어졌다.

역시 뭐든 제대로 배워야 하는 가보다.


레슨을 받으면서 설명을 듣다보니 골프를 어떻게 하는 거구나... 느낌은 알 거 같다.

하지만 생각과 몸이 따로 노는 나를 마주하는 불편함은 여전하다.


공 하나를 치려면 생각해야 할 게 너무도 많다.

1. 일단 공을 놓고 헤드를 공 옆으로 하여 채의 위치를 잡는다.

2. 이 때 왼쪽 팔꿈치를 쭉 편 상태에서 네 손가락 위에 채를 올리고 감싸안으면서 엄지손가락을 중간에 놓으며 그립을 잡는다.

3. 왼쪽 발, 오른쪽 발을 조금씩 벌려 공이 몸이 가운데에 위치하도록 한다.

4. 채를 위로 들면서 허리를 돌린다.

5. 헤드는 머리 위쪽까지 쭈~욱 올린다.

6. 돌린 허리를 풀면서 채를 떨어뜨린다는 느낌으로 내린다.

7. 팔을 내리면서 왼팔과 오른팔을 크로스한다.

8. 팔과 채를 왼쪽 어깨 위로 올린다.


단계단계를 들으면 '그래 하나씩 해보자' 이러지만 막상 하면 허리돌리는 건 왜 이리 안되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채를 떨어뜨리는 건지 머리가 복잡하다.

어떤 때는 일어나고, 어떤 때는 머리가 나가고, 어떤 때는 몸이 흔들리고, 어떤 때는 팔이 흔들리고...

이걸 생각하고 치면 이게 안되고, 저걸 생각하고 치면 다른 게 안되고...

프로님은 아주 쉽게 말씀해주시는데 막상 해보면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이젠 손이 까지는 불상사는 없지만 슬슬 여기저기 굳은 살이 배기려 한다.

매번 쭉 펴다보니 왼쪽 팔꿈치는 펼 때마다 아프다.

손가락들은 마치 관절염이 걸린 듯한 느낌이다.

손을 펴고 주먹을 쥘 때마다 통증이 느껴진다.

하루는 허리가 아프고, 하루는 갈비뼈가 아프고, 하루는 골반이 아프고...

매일매일 몸이 남아나는 게 없다.


그러다 보니 매번 첫번째 공을 칠 때는 채를 선뜻 들기가 겁이 난다.

몸이 고통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 몇 번 치다보면 오기가 생겨서

내 공을 다 치고도 신랑 공을 뺏어 오는 나를 만나게 된다.

아직 내게 골프란 즐거움보다는 오기를 자극하는 운동인 거 같다.


그나저나 언제쯤이면 이 고통들이 없어질까.

없어지는 게 아니면 몸이 그냥 익숙해지는걸까.

그냥 이렇게 반복되다가는 골병들기 딱 좋을 듯한데 말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난 손을 폈다 오므렸다 손가락 운동중이고, 골프에 빠져있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신기하다.

무릎 때문에 한의원에 침 맞으러 다니면서도 골프연습을 가는 신랑을 포함해서^^


#골린이일상 #골프시작 #온몸이골병나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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