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전문직을 가져야 해'
'니가 좋은 위치에 있어야 결혼도 잘할 수 있어'
어릴 때 부모님께 많이 들어온 말이다.
그 때는 그래야 성공을 하고, 잘 살게 되는 줄 알았다.
모범생이었던 나는 고등학교 때 공부의 이유를 잠깐 잃고 고민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부모님의 말씀에 거의 순응하며 살아왔다.
중학교 때는 다른 애들처럼 이쁘게 앞머리도 내리고 싶었지만 공부에 방해된다는 말에 머리 자르기를 포기했고, 대학교에 가서도 알바 하지말고 공부하라는 말씀에 명칭은 대학생이지만 실상은 학원생인 삶을 살았다. 졸업을 하고서도 몇 년동안 집과 고시촌을 전전하는 삶을 살았고, 세무사가 되고서는 결국 세무사 남자사람을 만나 결혼했다.
내 거래처가 있는 관계로 애를 낳는 순간까지 거래처와 통화를 했으며, 애를 낳고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매일매일 타이트한 삶을 살았다.
돌이켜보면 나에겐 어릴 적부터 뇌에 새겨졌던 성공공식이 존재했던 거 같다.
공부를 잘해야 성공한다. 열심히 해야 성공한다 등등.
그런데 세무일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사장님들을 만나면서 그 성공공식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여기와서는 그 성공공식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2시면 학교가 끝나던 서울과는 달리 여기는 4시에 학교가 끝난다. 아파트 옆에 학교가 있던 서울과 달리 이곳은 교통이 좋지 않아 많은 학부모님이 차를 타고 와서 아이들의 하교를 기다린다. 의도치 않게 항상 보는 사람들을 계속, 자주 보게 되는 것이다.
아직 2달 밖에 안되긴 했지만 이 곳에서는 정장을 입은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2달 동안 딱 한 번 본 게 전부다. 워킹맘도 찾기가 힘들다. 물론 워킹맘은 바빠서 학교에 올 일이 별로 없으니 그렇긴 하겠지만 우리반만 해도 15명에 2~3명 정도가 워킹맘인 걸 보면 확실히 전업주부가 많은 셈이다.
아직도 집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난, 매번 다른 부모님들을 볼 때마다 궁금하다.
과연 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던 걸까,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그들이 갖고 있는 성공공식은 무엇일까.
내 이런 생각을 아는 동생에게 말했더니 동생이 이렇게 말하더라. 아마 그 사람들도 언니는 어떻게 사나 궁금해할 거라고.
정말 그 사람들도 내가 그들을 궁금해하는 것처럼, 나의 삶을 궁금해하고 있을까.
#워킹맘 #새로운세상 #제주도일상 #성공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