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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oo Oct 25. 2021

영어 단어 학습의 문제

- 분명 아는 단어들로 구성된 문장인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는 이유

대략 47%의 영어 단어는 하나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많이 쓰이는 단어 일수록 더 많은 의미를 가지는 것을 볼 수 있고 하나의 의미만을 가지는 단어는 대개 전문용어이다. 이러한 영어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해서 단어 학습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학습자들은 영어 단어를 외울때 영어 단어 하나와 거기에 대응되는 우리말 의미 하나를 대응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의미로 쓰이게 될때 엉뚱하게 이해를 하거나 해석에 곤란을 겪게 된다. 예를 들어, address라는 단어를 주소(What is your address?)라는 의미로 암기했다고 하면 연설(an opening address)라는 의미로 쓰이게 되었을때 이해가 안될 것이고 다시 사전을 찾아본 후에 연설이라는 의미도 있는 것을 알고 또 하나의 의미를 암기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단어를 학습하다가 보면 영어를 공부할 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고 좌절을 느끼기기도 한다.


내 경우에도 영어를 공부할수록 기존에 암기했던 단어의 새로운 의미들을 자주 접하게 되었고 그 때 들었던 생각은 왜 우리말로는 서로 달라보이는 의미들이 같은 영어 단어의 의미로 쓰이고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오랜 시간을 보내다가 대학에 와서 우연히 영문과에서 개설된 강의를 청강하다가 그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 강의는 영어 전치사의 다양한 의미들간의 관계를 다루는 강의였는데 담당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면 오랫 동안 가져왔던 의문의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예를 들면, about이라는 전치사는 공간적으로 어떤 사물의 주변(Look about you!)이라는 의미를 가지는데 이 단어가 시간적인 의미로 사용되면 시간의 축에서 특정 시간의 주변을 의미하게 되어 약(about 3 o'clock)이라는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그 후에 공부를 마치고 취업을 해서 일을 하느라 바쁘게 보내다가 회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얼마 간의 시간을 갖게 되어 그 시간에 뭘할까 생각을 하다가 문득 예전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던 영어 단어의 의미들 간의 관계에 대해 그 연결 고리를 찾아보고 싶어졌다. 물론, 앞서 얘기했듯이 전치사 강의를 들으며 실마리를 찾기는 했지만 그 방식이 영어의 모든 단어에 잘 적용되는 것 같지는 않아서 여러 개의 사전을 뒤적이며 영어 단어의 다양한 의미들을 추출해서 모아 놓은 후 그 의미들 간의 관계를 찾기 시작했다. 어떤 단어들은 그 의미들 간의 관계가 쉽게 추론되었지만 어떤 단어들은 처음에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다가 나중에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식으로 하나 하나 단어의 의미들 간의 관계를 찾아가면서 모든 단어에 대해 의미들 간의 관계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틈 날때마다 영어 단어의 의미들 간의 관계를 찾아 이를 도식화하는 작업을 얼마간 하다보니 그 동안 영어 단어를 보는 나의 시각이 완전히 달라져 있음을 깨달았다. 때마침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인지과학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하는데 거기서 주제 발표를 해달는 요청을 받고 그 내용을 일부 포함해서 발표를 했는데 참석했던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고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연구를 했고 500개 정도 분석을 하고 나서 이를 다수의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책을 쓰게 되었다. 책에는 50개 정도만 엄선해서 실었고 책을 처음 써 보게 되어 책을 많은 써 본 후배에게 부탁을 해서 그 후배가 앞부분을 쓰고 후반에 사례들을 실어서 'EAT는 먹다가 아니다'라는 책을 완성하였다. 요즘도 한 달에 한 단어씩 의미 분석을 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브런치에서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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