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해몽이지만,

꿈이다. 꿈 맞다. 내가 임신을 하게 될 확률은 0%, 그러므로 나는 꿈을 꾸는 순간에도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임신을 했다. 곧잘 이런 꿈을 꾸곤 했다. 재취업을 해서 열심히 일을 배우고 있을 때, 야심 차게 무언가를 시작했을 때 품었던 포부가 꿈속에서는 '임신'으로 상징됐다.

꿈에 의미를 두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요한 사안을 '예지몽'으로 먼저 경험한 적이 많았다. 태몽이나, 크고 작은 계약 등이 그랬다. 그런 꿈들은 상당히 독특했다. 앞서 말한 임신처럼 황당무계한 느낌으로 기억의 어느 부분을 내내 차지했다.  물론 꿈보다 해몽인 경우가 허다했지만, 그럼에도 꿈은 내게 여러 가지를 시사하고 있다.  인지하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있는 날엔, 어김없이 악몽을 꾼다.

꿈속에서 임신을 한 나는,  곧 만삭이 됐다. 당장이라도 아이가 밖으로 나올 것처럼 배가 부풀어 올랐고, 곧 산통이 시작됐다. 실제로는 매우 고요했지만, 꿈속에서의 나는 산통을 호소하며 가뿐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나왔다"라고 누군가 말했다. 꿈속 세상이라는 곳은 그렇게 불투명했다. 나는 그렇게 간단히 신생아를 키우는 엄마가 되어 아기를 처음 안았다.

처음, 우리 하늘이를 안았을 때의 아쉬움이 꿈속에서도 기억이 났다. 몹시 그리웠던 날이었다. 하늘이가 세상에 나오던 날엔,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따뜻하게 웃어주지도 안아주지 못했다. 내내 마음에 걸렸던 그날의 아쉬움을 만회하고자 꿈속에서의 나는 몹시도 귀하고 애틋하게 아기를 안았다.

품에 안고 우유를 먹이며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마가 좁고, (이마 좁은 거 콤플렉스인데 나를 닮았군) 머리털이 많다. 트림을 시키기 위해 몸을 뒤집었다. 등을 두드리는데, 등에도 털이 많다. 무언가 이상했다.

아기를 똑바로 안고 얼굴을 다시 봤다. 입이 뾰족했다. 이 녀석 팔 위에서 신생아가 자꾸 몸을 뒤집으려고 몸을 세차게 움직이더니, 그러다 그만 바닥으로 떨어진가 싶더니, 가볍게 착지를 해 버렸다.  

헉스!!!

쥐였다.

윤기가 반들반들 한 커다란 쥐!

내가 사람이 아닌, 쥐를 낳은 것이다.

무서웠다. 내가 쥐를 낳았다는 걸 누가 알면 어쩌나 싶었다. 누군가 그 사이, 아기를 아니, 쥐를 유리관에 담아 놓았다. 한 마리도 아닌, 두 마리였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몰래 이 녀석들을 풀어 줘야지,라고 생각했다.

Pixabay님의 사진: https://www.pexels.com/ko-kr/photo/30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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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 시계를 보았다. 새벽 4:44분이었다. 의미심장했다.  마지막으로 투고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안되면 그만두자, 하고 있을 때였다.

"꿈속에서의 출산은 말이지, 결과물인 거야! 그리고 쥐는, 작품인 거지! 쥐가 상징하는 게 뭐냐?

바로, 전염 세균을 막 옮기고 돌아다니잖아. 다산의 상징이기도 하고, 음, 그러니까 말이야.

쥐는 그런 거지! 결국은 이번엔 투고에 성공한다는 거지! 그니까 쥐가 상징하는 건 그 퍼트림 같은 거야. 그거! 그니깐 베스트셀러라는 거지 ㅋㅋ"

"꿈보다 해몽이네!! 하하하하"

그렇게 거창하게 꿈을 가족들에게 떠들어댔다.  얼마 후, 기적처럼 결이 맞는 출판사로부터 메일이 왔다.

아름다운 편집장님과의 미팅, 그리고  꿈만 같은 출간 계약까지 이뤄졌고, 며칠 전 원고를 수정하여 초고를 발송했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이렇게까지 마음에 들 수가!

왜, 쥐가 두 마리나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책이 출간되면, 둘이서 멀리멀리 퍼트려 주렴!!

새끼도 많이 낳고 말이야!!

알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