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자동차

차 없이 살기 or 차 굴리며 살기 (3)

by 아이스블루



남편과 나는 또다시 차할부금에 치여 살고 싶지 않았다.

차를 구입하면 매달 유지비가 들어갈 텐데 차값이라도 한 번에 정리해 버리고

가뿐한 마음으로 다시 차 굴리기를 바랐다.


가지고 있는 돈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에 욕심껏 고르지는 못하겠지만

어차피 필요에 의해 사게 된 차라서 지극히 기본적인 스펙만 충족되면

선택하기로 마음을 먹고 일시불로 가능한 금액을 결정했다.

그렇니까 더욱 저렴한 차를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고, 그들이 <우리 차>를 찾을 때까지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출처 unsplash




방학이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아들은 시간만 있으면 중고차 매물을 검색한 후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오면 결재받듯 그동안의 결과를 보고했다.

노트북을 들고 나와서 하나하나 비교하며 원하는 모델에 대한 주장을 펼치는 모습은 실로 진지했다.

이게 그 정도로 중요한 일이란 말이지?


남편의 검색은 퇴근 후에 시작됐다.

차 무식쟁이인 나는 영어와 숫자가 혼용된 외계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리액션을 보여줘야 할지 난감했다.

뭐든 적절히 대꾸라도 좀 해줘야 차를 살 텐데..

똥차라도 아무 상관없는 나는 급격히 말수가 적어지다가 차값과 연비라는

단어에만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차값 저렴하고 연비 좋은 차로 그냥 아무거나 골라봐”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돌아오는 둘의 대답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는 합창이 된다.

“싼 차는 수리비가 더 들어”

그 얘기 나올 줄 알았다.


드디어 잠자고 있던 질주본능 DNA를 깨운 남편과

미니카 사달라고 조를 때가 더 예뻤던 아들.

서로 다른 모델을 주장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모습에는 긴장감 마저 돌았다.

막 성인이 된 아들은 이번에 사는 차가 스무 살 인생의 첫차라는 생각에

원하는 조건을 포기 못하고 욕심껏 차를 고르는 것 같았다.



괜히 차사자고 했 . 다....



"네 마음에 꼭 드는 차는 사회인이 돼서 돈 많이 벌어 사고, 이번차는 운전 연습도 부담 없이 하고

말 그대로 가족 이동수단이 되어줄 차로 골랐으면 좋겠다"


함께 신이 나서 차를 고르던 남편은 제법 어른스럽게 결정적인 한마디로

직진하는 아들의 드림카에 제동을 걸었고,

결국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며 조율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것도 적당한 매물이 있어야 행동개시가 가능했으니

우리 조건에 맞는 차가 눈에 띌 때까지 한동안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출처 unsplash




마음먹었을 때 사지 못하면 또 시기를 놓칠 것 같아서 조급해졌지만

다행히 생각보다 행동의 날은 빨리 다가왔다.


"엄마도 수원에 갈 거지? 아빠랑 이번 주 토요일에 가기로 했어"

"수원에는 왜?"

"차 보러 ~"

"아~~~"


그동안 둘이서 눈이 빠지게 원하는 금액의 중고차를 찾으면서

죽이 잘 맞기도 했다가 싸우기도 하고 우리 차를 장만하기 위한 오랜 노력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내가 송금해 줄 차례다.


아들은 찜해둔 차를 보기 위해 수원에 있는 중고차매장에 바로 전화예약을 했다.

하여간 차에 관한 일이라면 시키지 않아도 동작 빠르게 처리하는 거 보면 참...

'다른 일도 그렇게 좀 해봐~ ' 이러면 또 잔소리가 되려나?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은 많았으나 꾹- 참고 말았다.


차를 살펴볼 세 곳 중에 두 군데가 아들이 알아본 곳이었고, 차 고르는 과정에서

의외로 커다란 역할을 해준 아이를 믿고 그냥 무작정 가보기로 했다.

오늘 수원행이 단순한 주말 나들이로 끝날지, 패밀리카 입성의 날을 열어줄지

지금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