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였던 아들의 활약

차 없이 살기 or 차 굴리며 살기 (2)

by 아이스블루


모터쇼가 열리는 해에 행사 일정이 공개되면 언제나 남편은 회사에 연차를 냈고

자연스럽게 그날은 가족 나들이의 날이 되었다.

모터쇼 일정을 피해서 집안 스케줄을 잡을 정도였으니 아들의 유난스러운 차사랑은

이미 유치원 때부터 주변에 소문이 파다했다.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당연히 미니카, 조립카, RC 카, 각종차, 차뿐이었다.

남자아이가 차를 좋아한다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었지만

우리 집은 장난감 차로 항상 “만차”상태였다.

그래도 남의 집 아들처럼 비싼 로봇 사달라고 하지 않는 게 어디냐?

마트에 가면 쪼그만 <토미카> 하나에도 충분히 만족해하는 아들이 마냥 고맙기만 했다.




어릴 적 모터쇼에서의 아들. 손에 꼭 쥔 브로셔는 소중한 보물이다



나도 이제 운전하고 싶어!!




우리 꼬맹이 차박사가 대학생이 되자마자 운전면허증부터 따놓았다는 사실이,

이제 미니카가 아닌 진짜 차를 사고 싶어 할 만큼 컸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몇 달 전부터 이걸 사야 돼 말아야 돼?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 둘의 말이 바뀌는 통에

혼자 답답해했을 아들은 참다못해 볼멘소리를 내었고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돈 생각하느라 차구입을 망설이는 이 상황이 슬프면서도 미안한데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는 걸 어쩔 수 없었다.

자동차 블로그까지 운영하고 있는 차 마니아이기에 더 애처로워 보였다.


아들은 호기롭게 딴 면허를 절대로 나처럼 장롱면허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고

집에 꼭 차가 있어야만 운전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쉽게 할 수 있는 일을

괜히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허접한 차라도 하나 있다면 어리고 겁 없는 저 아이는 곧 베스트 드라이버가 될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으면 운전연습을 위한 시간과 비용이 또다시 필요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생각지도 않았던 아들이 이번에 꼭 차를 사야 하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되었다.



출처 unsplash




이미 차를 구입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흐르고 , 이번에는 사느냐 마느냐 보다도

어떤 모델로 살 것인지가 더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굴러가기만 한다면 OK라고 못 박았더니 동시에 나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본다.

차에 진심인 두 사람에게는 성의 없어 보였어도 상관없다.

차에 관해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나도 진심이니까.


각자 취향이 다르다 보니 차 모델에 있어서 두 사람은

좀처럼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채 시간만 흘러갔다.

어릴 때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일이지만, 이제 직접 운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아들의 취향도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 되어버렸다.

차 선택에 있어서 최대한 본인의 의견을 반영해 주겠다는 아빠의 허락을 받고

디자인, 엔진사양, 수리의 용이성까지 고려하며 본격적으로 중고차를 고르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의 <dream car>를 고르는 것처럼 세상 진지한 모습이다.


이것이 내가 내건 조건이자 가계가 빠듯한 상황에서도 차를 장만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중고차로 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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