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는 쇼핑

차 없이 살기 or 차 굴리며 살기(완결)

by 아이스블루


“이넘 ~ 차 잘 골랐는데?

차 상태도 괜찮고 옵션도 좋고.. 그동안 미니카 사느라 헛돈 쓴 건 아니네."


결국 아들이 찜해두었던 차를 사기로 결정하고 계약과정까지 순조롭게 마무리가 되었다.

솔직히 오늘 차계약까지 하게 되리라고는 예상 못했지만, 차를 고르면서

훌쩍 커버린 아들의 존재감만큼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미니카를 수집하던 ‘아이’로만 생각했었는데 그동안 차 덕후로서 쌓아온 지식으로

꼼꼼히 차를 살펴보았고 아빠와 힘을 합쳐 우리를 위한 최상의 중고차를 골라낸 것이다.


나는 38도를 넘는 한낮 햇볕을 고스란히 흡수한듯한 중고차들 사이에서

너무 뜨겁고 더운 나머지 차를 보던 중간에 그늘로 탈출해 버리고 말았다.

그 뜨거운 고철덩어리를 맨손으로 만져가며 차를 체크하는 남자들을 보면서

한없는 존경과 감탄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고~

정말 차에 진심인 사람들이다.


이제까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두 사람에게 공을 넘겨놨었지만

이제 정말 내가 나서야 할 순간인 찻값 송금의 시간이 다가왔다.

필요를 느껴서 내가 먼저 조르고 사는 것이라 그런지 찻값을 일시불로 치르면서도

아깝다거나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오히려 참 잘한 쇼핑이었다~라고 할까?

단순히 <쇼핑>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비싼 물건이지만

최근에 내가 산 물건 중에서 가장 잘 산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자동차는 구입하는 순간부터 감가가 된다고 한다.

우리는 중고차를 구매했으므로 이미 충분히 감가 된 차를 사게 된 것이다.

차가 자산인 것은 맞지만 어떻게 하면 한 푼이라도 더 받고 되팔 것인지 생각하기보다

필요한 순간에 우리 가족이 편하도록 최대한 잘 써주기를 바란다.




출처 unsplash




- 차가 생기면 날씨가 좋은 날이라고
계획에도 없는 원거리 드라이브를
하지 않겠습니다

- 안 해도 되는 대형마트 쇼핑을 주말마다
하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필요하다고 느꼈어도 집안경제가 빠듯한 때에 사게 된 차가

충분히 현명한 소비일리는 없다.

차로인해 생기는 지출을 생각해서 분명히 줄여야 할 항목이 있을 것이고,

필요해도 웬만하면 갖고 있는 것으로 해결한다는 각오도 단단히 해야만 한다.


차를 집으로 가져온 날 나는 가족 앞에서 특별한 선언을 했다.

“그럴 거면 차는 왜 산 건데?”라고 묻길래

그래도 난 "필요하니까 샀다"라고 대답했다.

자동차가 있지만 웬만한 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싶다.

왜 차가 있으면 이동할 때마다 차로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되물었다.

나에게 차가 있다는 것은 자주 쓰지 않아도 상황에 따라서

필요할 때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선택의 자유가 있음을 의미한다.

걸어서? 버스 타고? 아님 차로 가자!!

멋지잖아~~


앞으로 때때로 궁상떨 각오가 되어 있고 내 소비에 후회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마음속에 걱정이 남아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 준비를 하면서 평소처럼 라디오를 켰을때,

마침 들려오는 프로그램 오프닝멘트가 귀에 선명하게 꽂혔다.


“무엇이 최적이냐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선택했느냐가 중요하다 ”


이름 모를 작가의 한 줄 멘트가 마치 내 마음을 다독여 주는 듯이 느껴졌다.

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 하기에 어리석은 선택이란 건 없을 것이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면 말이다.

물론 확 질러버린 찻값에 관한 말은 아닐 테지만 내 멋대로 해석하고

내 마음대로 확고한 신념을 만들어 버렸다.


무슨 일이든 저절로 되는 것은 없다.

선택에 따라 여러 가지 노력이 뒤따를 것이다.

새로 세운 신념을 따르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남아있지만

철없던 시절만큼 힘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