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론
나에게 꼭 필요하고, 진짜 사용하는 물건만을 소유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 라이프(단순한 삶)이다.
현재의 집안 분위기와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만으로도 미니멀 라이프의 생활방식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미니멀리스트의 집도 클래식 스타일, 빈티지 스타일, 모던 스타일, 내추럴 스타일, 물론 미니멀 스타일로도 꾸밀 수 있다는 것!
당연한 말을 새삼스럽게 하는 이유는 미니멀 라이프를 즐긴다고 하면 무조건 단순한 것만을 선호하는 것처럼 오해하는 듯하여 개념 정리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아서다.
흔히 노출되는 미니멀 인테리어의 사진과 영상은 흰색의 단순한 디자인의 가구와 물건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미니멀 스타일>이라는 인테리어 장르가 엄연히 존재하므로 그런 경우에는 적당한 연출일 수 있지만
물건을 줄이고 여백을 두고 사는 것이 목적인 미니멀 라이프의 경우는 좀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 소유하는 생활방식을 의미하는 미니멀 라이프의 인테리어라고 하면 가장 먼저 하얀색의 가구와 지극히 단순한 인테리어 용품으로 깔끔하게 꾸민 집이 떠오르고, 외국의 특정 브랜드가 생각나기도 한다. (심지어 이 브랜드의 물건만으로 꾸민 미니멀 인테리어 책들이 출간되기도 했다)
하얀색의 가구, 단순한 디자인의 물건들, 마치 모델하우스같이 사용감이 느껴지지 않는 집기들과 극도로 깔끔하게 정리된 실내...
그렇게 꾸미는 것이 최소한의 물건만을 소유하는 단출한 생활방식을 가장 잘 표현해 주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미니멀리스트들은 모두 심플한 디자인만을 좋아할까?
빈티지 분위기로 꾸민 자신만의 개성이 넘치는 미니멀리스트의 집은 얼마나 아늑한가?
중후한 물건들이 자리 잡아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니멀 라이프의 세계도 멋질 것 같다.
만약 누군가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했는데,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이 레이스 가득한 공주풍이라고 해서 모두 처분하고 단조로운 물건들로 바꾸려 한다면 절대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적은 물건만 소유하지만 그 물건이 화려한 스타일이라고 해서 그 사람이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것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위기로 집안을 꾸미고 그 안에서 한없이 편안한 기분을 누릴 수 있다면 그뿐!
방전된 에너지를 단번에 충전할 수도 있는 내 세상을 어떻게 한꺼번에 "낯선 분위기"로 바꿔버릴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그럴만한 가치는 없어 보인다.
좀 더 다양한 스타일로 꾸민 공간을 많이 접하지 못했던 탓인지 이제까지 봐왔던 미니멀 라이프를 표현한 인테리어의 대부분은 디자인마저도 “미니멀”한 물건으로 단조롭게 꾸민 스타일이었다.
이런 건 좀 재미없는데,.,
나도 심플함을 사랑하지만 내추럴한 분위기로 집안을 꾸몄을 때 편안함을 느끼고 무조건 모든 것이 생략되는 디자인보다는 단순함 속에서도 살아있는 감각적인 디테일을 원한다.
종류에 따라서 어떤 물건은 클래식하거나 앤티크 한 것이 끌리기도 한다.
Mix and match 스타일로도 재미있고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므로 집에 있는 가구나 물건을 모두 같은 스타일로 통일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나만의 취향이고 그들도 나름의 취향을 가지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이 아닌 넘치게 가진 것을 정리하는 것뿐이라면 비록 가지치기하는 과정은 거치더라도 특유의 분위기는 그대로 여야 한다.
집안 스타일을 싹 바꾸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말이다.
정말 물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면 물건을 줄이는 데에 집중해야지 굳이 자신의 취향까지 바꿔가면서 인터넷 사이트나 인테리어 잡지와 같은 분위기를 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오로지 물건을 줄이고 단순한 생활을 바라는 마음으로 선택한 미니멀 라이프의 방법이라는 것은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도, 큰맘 먹고 시작할 일도 아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서 시작해도 충분하니까.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소유하기로 한 물건을 잘 관리하며 살아간다면 지나치게 깔끔하거나,
자로 잰 듯 단정한 분위기가 아니더라도 단순한 삶으로의 똑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