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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 Jun 16. 2022

그녀의 그리니치 빌리지

나는 ‘love at first sight’ 즉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는다. 그리고 나는 그리니치 빌리지에 첫눈에 반했다.


5월의 어느 봄날, 나는 그가 있는 뉴욕으로 돌아왔다. 내가 떠날 때의 뉴욕은 너무나도 추웠는데 뉴욕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완벽히 봄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5월의 뉴욕은 난생 처음인지라 설렜다. 겨울에 걷던 거리와 똑같은 거리인데 가벼운 옷차림으로 거닐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피부를 덥히는 햇살의 온기도 좋았고, 코끝을 살랑이는 봄바람도 좋았다.


3개월만의 첫 데이트. 우리는 그리니치 빌리지에 가기로 했다. 내가 들고 온 몇 안 되는 책들 중 뉴욕과 뉴욕의 예술에 대한 책이 있었고, 책을 뽑아든 그는 그리니치 빌리지 부분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데이트로 그곳을 가는게 어떻겠냐고 나에게 물어 왔고, 나는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그리니치 빌리지는 자유로움으로 가득했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살던 동네, 진보적인 학풍을 가진 학교들이 있는 동네, LGBTQ+ 인권 운동이 최초로 시작된 역사를 가진 동네였고 그 명성에 걸맞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특히 워싱턴 스퀘어 파크는 그 정점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크기가 크다고도 할 수 없는 공원은 주말을 맞아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비키니 차림으로 잔디에서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웃통을 벗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사람들, 행인들의 그림을 그려 주는 사람들, 졸업 시즌을 맞아 학위복을 입고 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 찬란한 햇살과 봄바람에 나부끼는 신록과 그 모든 사람들이 협연을 하듯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나는 홀린 듯했다. 그와 벤치 한켠에 자리를 잡고 분위기를 만끽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하루. 그리니치 빌리지를 뒤로 하고 우리가 사는 동네인 어퍼웨스트사이드로 돌아오니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모든 것들이 조금 더 정제된 어퍼웨스트사이드. 사람들의 옷차림, 행동, 학교의 분위기 등이 한순간에 바뀌었다. 복잡한 뉴욕에서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어퍼웨스트사이드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그리니치 빌리지가 좋아져버린 하루였다. 그렇게 사랑에 빠져 버린 나는, 그리니치 빌리지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주 뒤, 나는 그리니치 빌리지에 위치한 학교로부터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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